KBS <개그콘서트>의 ‘두근두근’. 어린 시절부터 친구 사이인 두 남녀가 연인의 감정을 느끼면서 벌어지는 상황에 반전 코드를 담아 재미를 더했다. 이 겉과 속이 다른 두 남녀가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공감과 설렘이 자연스럽게 인다. 누구나 한번은 겪었을 법한, 또는 겪었으면 싶은 이 말랑말랑한 이야기. 오랜만에 만나는 편안한 웃음이다.


야한 얘기,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요즘 TV, 참 노골적
이다. 케이블 시대가 열리고, 종편이 가담하면서 표현의 제약이 비교적 약한 이들 덕(?)에 전에 없던 19금 소재를 다룬 프로그램들이 방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세를 따라 공중파도 예외는 아니다. 소위 ‘19금 코드’를 표방해 대중의 인기를 얻고 있는 tvN의 <SNL 코리아>, <코미디 빅 리그>, JTBC의 <마녀사냥> 등이 대표적 프로그램. 진행자 얘기를 하자면, 특유의 ‘야한 농담’의 독보적인 존재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신동엽을 빼놓을 수 없겠다. 
위의 프로그램들은 대놓고 말하기 그렇고 그랬던 소재를 가지고 한바탕 웃음을 만들어낸 데에 성공한 듯 보인다. 흔히 인간의 3대 욕구를 식욕, 성욕, 수면욕으로 이야기하는데, ‘먹(는)방(송)’이나 ‘19금 코드’가 담긴 프로그램이 인기를 끄는 이유가 이 원초적 욕구와 관련이 있는 듯하다. 대중은 쉽게 이런 방송에 즉각, 반응한다. 방송 직후 SNS에는 화제성 짙은 내용을 1분 내외로 편집한 영상이 올라오고 곧 수백, 수천 개의 댓글이 달린다. 그런데 이런 웃음은 활짝 웃기엔 어딘가 모르게 불편한 게 사실이다. 기본적으로 웃음의 기준은 모두 다를 테지만, 소재를 받아들이는 데 있어 개인이 지니는 보수성 문제나 여성의 신체, 남성의 본능 등을 다뤄 대중을 자극해 관심을 집중하게 하는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성 등이 변수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유행이라지만 적어도 TV가 음담패설을 하는 일은 없어야 할 텐데, 모두 만족하게 하는 답을 찾을 순 없겠고 갈 길은 멀어 보인다. 


문재 씨! 정말, 그러기 있기, 없기? 있기!
여기, 대세
를 거스르는 웃음이 있다. 그리고 그 속에 개그맨 이문재가 있다. 이문재의 개그는 참 착하다. (그렇게 수더분한 얼굴을 해서는) 무슨 사연인지 교도소에 갇혀, 면회 온 여자친구에게 ‘있기, 없기’ 애교 섞인 농담을 할 때(코너 : 있기 없기)도, 나름 냉정하고 카리스마 있는 형사로 나와 용의자의 다소 억지스러운 슬픈 사연에 눈물 펑펑 쏟아낼 때(코너 : 나쁜 사람)도 그랬다. 그의 웃음은 누가 봐도 비극적인 상황, 그러나 부담스럽지 않은 설정 안에 녹아 있다. 흔히 깔린 자학, 비방, 선정의 코드는 없다. 온 가족이 함께 보는 <개그콘서트>에서도 ‘19금 코드’를 슬쩍슬쩍 가미하고 있는 판에 데뷔 이후 2년 동안 꾸준히 그만의 편안한 웃음을 만들어 오고 있는 것이다. 그가 만들어 내는 웃음은 크지 않더라도 억지스럽지는 않다. 그래서인지 ‘있기없기’는 유행어는 남았으나 코너는 그리 오래가진 못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믿고 본인이 추구하는 웃음의 길을 걷고 있다. 이번엔 인간 초미의 관심사, 남녀노소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사랑 이야기다. 
그러나 이번에도 비극이다. 희극으로 끝날지도 모르는 비극, 짝사랑. 이문재만의 개그는 흔히 말해 ‘웃프다’(웃기지만 슬픈 상황, 슬프지만 웃긴 상황에 ‘웃기다’와 ‘슬프다’를 합쳐 표현한 인터넷 용어). 인간의 희로애락이 담긴 진짜 웃음. 이문재만의 착한 웃음. 자극이 난무하는 예능 세계에서 사람과 이야기를 깊이 있게 담아내는 편안한 웃음은 누구에게나 환영받을 것이다. 지금의 코너가 끝난 뒤에도 이문재의 웃음은 늘 우리를 ‘두근두근’하게 할 것이다. 박하나

Posted by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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