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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아직 다 못다 한 이야기

2013년 11-12월호 기자후기








박효진
│지금 살고 있는 곳은 어려서부터 살던 동네지만 옛 모습이 남아있는 곳은 별로 없습니다. 숨바꼭질하며 뛰놀던 골목은 너른 도로가 되었고 다닥다닥 붙어 있던 집들도 구획을 맞춘 빌라로 바뀌었죠. 지난 주말 오랜만에 오르는 뒷산 길목에서는 쓸쓸함이 한껏 밀려들었습니다. 내 친구가 살던 집도, ‘개조심’이라 써 붙여 놓아 지날 때마다 무서워하던 곳도 이제는 모두 사라지고 폐허가 돼 있었어요. 아파트를 지을 거라고 하네요. 10여 년 전, 故 김기찬 작가의 사진집 <골목안 풍경>을 보며 애잔함을 쉬이 떨쳐낼 수 없었는데 내 소중한 추억이 담긴 동네가 변해 가는 걸 보자니 그때 느낀 아득함과 아쉬운 마음이 다시 차오릅니다. 시간이 지나면 지금의 풍경도 사라질까요? 세상이 조금은 천천히 변해가면 좋겠습니다.













박윤지
<오늘>의 지난 호들을 다시 보았습니다. 타닥타닥 난로 옆에서 담요 덮고 호빵을 먹는 것처럼, 몇 번이나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예전부터 강제욱 작가님 사진을 좋아했는데, 직접 뵙고 팥빙수 먹으며 이야기를 나눈 시간이 소중하고 즐거웠습니다. 개인적으론 제주에 짧은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해 질 무렵, 김영갑 사진작가의 두모악 갤러리에서 마음을 쿵, 내려놓았습니다. 20년 동안 제주 구름과 오름, 바람을 담았던 그가 ‘온몸으로 느껴 보았기에 확신했던 일들이 진짜가 아니라 허드레한 일임을 알았다’고 써놓았기 때문입니다. 진짜는, 역시 사랑밖에 없는 걸까요.








안미리
요즘 들어 미스트를 자주 찾게 돼요. 많이 건조하잖아요. 그런데 실은, 내 삶이 더 건조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거죠. 피부가 건조할 땐 미스트를 뿌리기라도 하지, 빳빳하게 경직된 내 머리는, 또 마음은, 무엇으로 달래야 했을까요. 그래서 사진전엘 가 봤어요. 세종문화회관에서 하는 라이프사진전. 그것참 탁월하게도 눈물을 분무하고 미소를 분무하는 거 있죠. 우리가 알 만한 사람들이 있어 반갑고, 지나간 아픔이 있어 아려요. 아이들은 아찔하게 귀엽고… 벌써 꽤 춥네요. 촉촉함이 얼어버리기 전에, 여러분도 적시고들 오세요. 그리고 속마음을 말하자면, 오늘이 여러분에게 그런 촉촉함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최새롬
‘마음의 가역(可逆) 작용은 불완전하다. 언제나 흔적이 남는다.’ 김소연 시인의 산문집 <마음사전> 첫 페이지에 있는 문장입니다. 지난 한 달, 이 책을 자주 들춰보며 마음을 헤아렸습니다. 주변의 모든 것이 갑작스럽게 소용돌이치는 동시에 일단락되는 것 같은 나날들을 보냈거든요. 연중기획으로 써온 ‘크리스천+인디밴드’ 코너도 그랬고, 정든 <오늘>도. 마음의 가역작용은 불완전하고 흔적은 남겠지만, 이십 대에 대한 그녀의 정의가 위로가 되었습니다. ‘그대를 아름답게 하는 것이 푸르게 젊은 그 육체가 아니라 그 모든 허기와 갈증임을 그대는 도통 모른다.’ 네, 저는 아름다운 한 때를 지나가고 있습니다.









박하나
이번 호 특집 기사를 위해 <오늘>의 어제를 하나하나 들춰 보았습니다. 침대 위를 온통 <오늘>로 덮어가며 밤을 지새웠지요. 화려하지 않아 눈에 띄진 않지만, 자세히 보면 애정할 구석 있는 <오늘>이 만난 사람들과 그들의 이야기가 가을의 밤을 풍성하게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이야기를 담아낸 여러 기자님의 모습이 같이 그려졌기에 더욱 그러하였습니다. 저는 이제 세 번째 기사를 여러분 앞에 내놓습니다. 고맙습니다. 함께 해주셔서요.

















신화민
깊어가는 가을밤, 불빛에 먼저 물든 나뭇잎을 보며 가만가만 떠올려봤어요. 고마운 이름들, 미안한 얼굴들에게 어떻게 마음을 표현해야 하나 먹먹하기만 하네요. <오늘>안에서 살을 부비며 기어이 붙어 있었던 4년의 시간이 애틋하지만, 때가 되었어요. 아쉬운 마음 털고 일어나야지요. 그래도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처럼 살아가다가 다시 만나요. 그 언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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