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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읽다/뉴스 따라잡기

그들이 꿈꾸는 나라, 젊은이가 일하는 나라

최근 금융 당국의 고위 공무원과 식사를 함께하는 자리에서, 요즘 가장 고민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물은 적이 있습니다. 주저 없이 그는,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나라가 선진국도 후진국도 아닌 ‘그저 그런 나라’ 로 전락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라고 답했습니다. 지금과 같은 저성장이 지속된다면 대한민국에 더 이상 희망은 없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현 정부가 내놓은 것이 ‘창조경제’ 인데, 도대체 그 실체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젊은 세대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 난국을 
빠져나갈 뚜렷한 해결책이라고 그는 말했습니다. 부자는 가진 것을 지키려고만 하고, 없는 사람들은 시간이 갈수록 더 가난해지는 ‘죽은 사회’가 되지 않으려면, 인구가 늘어나고 젊은 세대가 일을 해서 국가 경제를 성장 시키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얘기죠. 하지만 문제는, 오히려 인구는 줄어들고 젊은 세대는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결혼을 미루고 아이를 낳지 않으며 실직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 과연 이것이 젊은이들만의 탓일까요?


젊은이들은 바보가 아닙니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에서 
평균 결혼 비용을 조사한 결과를 살펴볼까요. 일 인당 5,198만원. 그것도 가장 많은 돈이 든다는 주택 마련 비용은 뺀 액수입니다. 신혼가구의 주택 마련 비용까지 살펴보면, 집을 살 때에는 평균 2억 7천 2백만 원, 전셋집 마련에는 1억 5천 4백만 원이 더 필요합니다. 결혼 적령기라는 서른 살 가량의 청년이 성실하게 일해서 저축한다고 해도, 부모의 도움 없이 스스로 이 정도의 비용을 마련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취업률도 문제입니다. 올해 정부가 발표한 취업률은 분
기마다 계속 상승하고 있는데, 이걸 들여다보면 기형적인 측면이 엿보입니다. 청년실업은 계속 증가세인데, 5-60대가 재취업하면서 취업률을 높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성세대가 주축인 기업들은 투자를 꺼리고 있고, 부동산 가격이 꺼지면서 경기는 살아나지 않고 있습니다. 많게는 수십억 원 씩 버는 대기업 임원들이나, 고소득 자영업자 혹은 부동산으로 부자가 된 사람들은 대개 자기 자식들에게만 투자하고 많은 돈을 물려줍니다. 기성세대가 한국 경제를 발전하게 했다는 것을 충분히 인정하더라도 부동산 등으로 미래세대의 부를 앞당겨 챙겨온 이들이 지금처럼 움켜쥔 것을 일부라도 사회에 환원하지 않으려고만 든다면, 운 좋게 부자 부모를 만난 청춘들을 빼고는 젊은이들이 잡을 수 있는 기회는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일하는 사람 3명당 노인 1명을 부
양하고 있지만, 20년 뒤에는 일하는 사람 하나가 노인 1명을 먹여 살려야 합니다.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으니 우리 사회를 떠받치게 될 젊은 인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성장은 주춤하고 나라 전체가 시름할 것이 불 보듯 뻔합니다.
대한민국 경제 성장을 일궈온 주역들, 기성세대들이 그려온 나라의 미래, 후손들이 살아나가야 할 한국사회의 모습이 이런 것이었을까요. 한강의 기적을 이끌었다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지를 이어가는 것이 지금 대통령의 소망 아닐까요. 그렇다면 잊지 말아야 합니다. 선거 때 나올 표는 노년층을 비롯한 기성세대에게 있지만, 나라의 미래는 젊은이들에게 있다는 사실 말입니다.

조현용| 커다란 머리만큼이나 세상의 아픔을 돌아보고 알리고 싶은 MB C 기자. 사실 부지런하기보다는 게으르고 한 곳에 머무르기보다는 여러 나라를 개 마냥 싸돌아다니는 것을 무엇보다 좋아하고, 화려한 밥상보다 오직 맛있는 연유가 들어간 모카빵을 좋아하는, 크리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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