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ULTURE/추천 도서

2013년 11-12월 추천도서│제 7일 外



제 7일
위화 | 푸른 숲

우리나라 독자들은 한국 소설만큼 일본 소설을 가깝게 느끼고 또 많이 읽지만, 중국 소설은 생소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국내에서 일본 작가를 많이 소개한 데 비해 확실히 중국 작가를 덜 소개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중국 소설을 읽다 보면 확실히 매력을 느낍니다. 역동적인 이야기와 명확한 서사구조로 한 번 잡으면 놓기가 어려운 게 또 중국 소설이거든요.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중국 소설가 중 한국 독자에게 가장 많이 읽히고, 또 많이 사랑받는 작가는 아마 ‘위화’일 것입니다. 저 역시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를 통해 중국 소설의 매력에 흠뻑 빠졌거든요. 그런 위화의 최근작이 국내에 발표되었습니다. <제 7일>이라는 제목의 소설입니다. 소설은 ‘기차가 낳은 아이’ 양페이라는 인물이 불의의 사고로 죽고 난 뒤, 7일 동안 세상을 떠돌며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가 만나는 사람들은 주로 무덤이 없는 자들입니다. 작가는 너무 가난해서 무덤을 만들 수 없거나, 무덤을 만들어줄 이가 없거나, 혹은 죽음이 은폐되었거나 하는 등의 각자의 이유로 안식을 취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도는 자들의 모습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의 뒤편에 부작용처럼 존재하고 있었던 불평등을 날카롭게 짚어냅니다.
특히 남자친구가 선물한 아이폰이 짝퉁이어서 자살했다는 류메이라는 인물의 이야기는 슬프다 못해 너무 어이가 없어 조금 황당하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작가는 자신의 소설이 아무리 황당해도, 그것이 현재의 중국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이런 어둡고, 그늘진 곳의 사람들을 보는 작가의 시선은 참으로 따뜻합니다. 그것이 바로 현재 중국의 현실을 보는 작가의 마음일 것입니다. 
현재의 중국의 현실이 궁금한 분들께, 혹은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 한 편을 만나고 싶은 분들께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이 책은 무엇보다 아주 쉽게 잘 읽힌다는 것이 미덕입니다. 글 조선아 (인터넷 서점 알라딘 마케팅팀)




세상을 여행하는 
초심자를 위한 안내서
김현철 | 마호


사실 제목만 봤으면 절대 골랐을 
책이 아닙니다. 표지도 좀 가벼워 보이고, ‘필수 심리실용서’라는 부제도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런데 페이스북 친구가 이 책의 본문을 계속해서 포스팅하는 것에 눈이 가 하나둘 읽다 보니, 툭 툭 던진 것 같은 한 마디 한 마디에 내공이 보통이 아님을 느꼈습니다. “응? 이건 뭐지?” 하는 마음으로 책 정보를 살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구매했고요.
이 책의 저자는 MBC 라디오 <김어준의 색다른 상담소>를 시작으로 라디오와 브라운관을 통해 많은 사람을 치유해주었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현철이었습니다. 이 책에는 단순히 ‘힐링’을 목적으로 하는 닳고 닳은 이야기가 아닌, 수많은 상담을 통해 얻은 진심과 통찰이 담겨 있습니다. 저자가 상담 현장에서 가장 많이 접했던 고민을 마음, 상처, 애도, 가족, 사회, 연애, 성공, 생존 등 총 8개 키워드로 나눠 정리했습니다. 긴 줄글의 형식이 아닌 촌철살인의 짧은 한두 마디로 표현된 문장에는 문제의 본질이 정확히 담겨 있습니다. 한순간에 읽고 넘기기보다는 오래 곁에 두고 삶의 순간마다 찾아 읽고 싶은 책입니다. 페이스북 친구 덕분에 이렇게 좋은 책을 만나기도 하네요.




모든 게 노래 
김중혁 | 마음산책


김중혁은 제가 아주 좋아하는 소
설가입니다. 단순히 좋다기보다는, 그의 글을 읽다 보면 ‘아, 이렇게 나랑 똑같은 생각을 하면서 사는 사람이 있구나…’라며 무한 공감을 하게 된 달까요? 김중혁은 소설가이지만 그림도 잘 그리고, 또 음악과 영화에도 조예가 깊은 것으로 잘 알려졌죠. <모든 게 노래>는 그런 김중혁의 음악 에세이입니다. 
책은 네 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각 장의 제목입니다. 각 계절에 쓴 글이기에 그 계절에 어울리는 노래를 소개합니다. 가을방학, 이아립, 오지은, 김현식 등 낯익은 이름의 국내 음악가부터 조금 낯선 이름의 해외 음악가까지 다양한 곡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역시나 놀라운 싱크로율을 느끼며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다 보니 ‘가을’ 챕터가 벌써 끝났고, 저는 망설이기 시작합니다. ‘겨울은 겨울이 오면 읽을까, 지금 읽을까?’ 결국 다음 계절을 위해 다음 장을 아껴 두었고, 대신 저는 이어폰을 귀에 꽂아 이 책 속의 노래를 찾아 듣기 시작합니다. 좋은 글과 좋은 음악을 함께 만날 수 있는 이 책 속 한마디를 소개하며 마칠까 합니다.
“음악을 듣고 있으면 순간과 현재를 느끼게 된다. 좋은 음악은 시간을 붙든다. 현재를 정지시키고 순간을 몸에다 각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