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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길에게 길을 묻다

신미식, 그의 공간




처음 배낭여행을 떠나 만난 파리의 퐁피두센터 광장에서
아프리카 음악을 연주하던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 당시 한국이라는 테두리에서 30년을 넘게 살아온 내 제한되었던 영역이
여행을 통해서 하나 둘씩 깨어져 나가던 시간이었습니다.
온종일 광장에 앉아 음악을 듣고 그들의 몸 동작을 유심히
지켜보던 여행 초짜 시절,
어설픈 만큼 순수했던 그때에 비하면 지금 나는 너무 많이 변했습니다.
그때의 젊음은 사라져 가고 노련미로 살아가는 나이가 되었으며
막연히 여행을 생각하던 나는 이제 여행을 하나의 직업으로 삼아 살고 있습니다. 
글·사진 신미식


사진은 지난 나를 돌아보게 하는 마력이 있습니다.
이제는 디지털카메라의 편리함에 젖어 그토록 소중히 여기던 필름카메라를
작업실 구석에 밀어 넣은 지 오래지만
그래도 가끔,
필름카메라의 순박한 색감을 잊지 못해 잠자고 있는 낡은 사진들을 뒤적이도 합니다.
어색한 초보 시절에 찍은 이 사진이 왠지 더 좋은 것은 사진 때문만은 아니겠지요.
그때 파리 하늘의 가을이 그리워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크기는 작지만 제겐 그 어느 곳보다 넓고
넉넉한 공간입니다.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은 아니지만
이 곳을 통해 많은 만남을 기대합니다.
공간이라는 것은 결국 사람과 사람의 교감이
이뤄져야 하는 곳이니까요.
그런 마음들이 오고갈 때 공간은 살아나겠지요.
가능하면 많은 사람들을 초대하고 소소하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제게 꿈이었던 공간 꼭 와주실 거죠?


신미식| 디자인을 전공한 후 15년 가까이 그 분야에서 일해 왔다. 서른이라는 나이에 처음 카메라를 장만하고 사진에 미치기 시작하면서 17년 동안 세상을 향해 새로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사람에 대한 애정을 사진으로 담아내는 것을 가장 큰 행복으로 여기며 여전히 여행 갈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지독한 방랑벽을 소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