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 어릴 땐 친구들과 놀이터를 헤집고 다녔다. 엄마에게 붙잡혀 질질 끌려가면서도 끝까지 놀겠다고 소리치던 당찬 소녀였다. 공부가 싫어서 일찌감치 요리사가 되기로 결심. 그 역시 조금은(?) 공부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눈물을 머금었다. 한식 조리사 자격증 따는 데 다섯 번 낙방, 양식 조리사 자격증 따는 데 세 번 낙방, 일식은 아예 포기했지만 요리하는 시간이 즐거운 여자. 스물일곱에 동갑내기 요리사 남편과 결혼해 ‘총총’이 엄마가 된다. 여전히 잘 웃고 박진감 넘치는 그녀지만 그 눈동자가 어딘지 더 깊어졌다. 공부 빼고 다 순조롭게 진행되던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총총이는 무슨 뜻인가요?

이름은 은우고 태명이 ‘총총’이에요. 언니가 지어줬어요. 하나님 은'총'을 받아 '총'명하게 자라라는 의미와 밤하늘별이 총총하다는 의미가 있고요. 총총걸음으로도 해석할 수 있어요.


총총이는 특별한 아이라고 들었어요.

다른 아이들처럼 잘 크고 있는 줄 알았는데 어느 날 다르다는 것을 알았어요. 아기가 엄청 울었거든요. 눈도 못 맞추고 반응도 느렸고요. 병원에서 검사를 받다가 백내장이 발견돼서 수술했어요. 지금은 원인을 알 수 없는 뇌전증 진단을 받은 상태예요. 


원인 모를 시간을 어떻게 견뎌냈나요?

그동안은 진짜 힘들었죠. 엄마들끼리 스마트폰으로 소식을 주고받고, 특히 이 동네는 신혼부부가 많아서 아이들 통해서 엄마들이 친해지죠. 처음에는 다른 아기를 보는 게 불편했어요. 사람들이 아기 이야기하면 다 자랑하는 것 같았고요. 시간이 지나서 그런가. 이제는 나라도 그랬을 거로 생각해요. 총총이가 조금씩 자라고 웃으면 이렇게 예쁜데, 다른 엄마들은 자기 아이가 오죽 예쁠까요. 지금도 병의 이유를 모르지만 마음은 한결 평안해요. 총총이가 이제 사람이 정신 차리지 못하게 울지 않고요.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곁에서 다 해줘야 하는 불편함이 감당되고, 장애아동으로 살아가는 것도 받아들여져요. 



엄마가 되어가는 과정인가 봐요.

다른 아기들은 엄마가 손을 떼는 일이 점점 늘어나는데 이 아이는 여전히 모든 것이 다 내 손을 거쳐요. 때로 귀찮아요. 제발 하나만 해주면 안 돼? 젖병이라도 네가 잡고 먹어주면 안 돼? 이런 기분이요.(웃음) 근데 그게 하다 보면 잊혀요. 종일 힘들다가 아기가 조금만 웃으면 나도 깔깔 웃어요. 그런 생각을 해요. 그래, 너는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아픔이구나. 


총총이로 인해 가장 기뻤던 날을 기억하나요?

돌 지날 때까지 웃는 것을 못 봤어요. 자면서 배냇짓 하는 정도였죠. 이 아이가 웃으면 감격해서 울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처음 소리 내서 웃을 때 나도 깔깔 따라 웃었어요. 옆에 사람이 웃으면 따라 웃게 되잖아요. 


엄마가 되기 전과 엄마가 된 후, 달라졌나요?

자랑거리가 생기면 자랑하려고 안달 내고 나보다 누가 잘 되면 질투하고, 나는 제멋대로였어요. 이젠 그러지 않아요. 질투도 비슷해야 하지요. 그런 건 다 내려놓았어요. 요리를 배우면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비장애인과 함께 일하는 식당을 짓고 싶다고 한 번씩 착한 척하면서 이야기할 때 그랬었죠.(웃음) 근데 그게 진짜 가까워졌어요. 내 아이가 그러니까 장애인에 관심이 생기고, 총총이 이름으로 기부도 하고요. 옛날에는 쉽게 싫증을 냈다면 이제는 그럴 수 없어요. 뭐든 진중하게 생각해요. 요즘은 ‘바라봄’을 생각하죠. 시선이 어땠나에 따라 사람을 불편하게 할 수 있어요. 내 시선이 따뜻하고 악의가 없어도 받는 사람이 준비되지 않았으면 불편하게 전달되기도 하고요. 내가 바라봄 되는 상황에 놓이니까 그런 게 보여요. 예전에는 사람들이 아기 예쁘다고 그래도 불편했고, 아기가 툭하면 울 때는 밖에서 내가 점점 작아지는 것 같았거든요. 네 살 된 총총이는 엄마한테 매달리기에 큰 아이지만 이제는 부끄럽지 않아요. 요즘은 내가 받을 수 있는 혜택이니까 장애인을 위한 차도 불러서 타요. 


동갑내기 남편은 어떤가요?

우리는 대학교에서 만났어요. 둘 다 기독교인처럼 안 보이는데 기독교인이라 신기했죠. ‘니는 전혀 교회 나갈 것처럼 안 보인다’고 했지만 그런 면이 끌렸던 거죠.(웃음) 교회 나갈 것처럼 생기고 안 생기고, 겉으로 보이는 것에 편견이 조금은 있잖아요. 우리 연애는 평범했어요. 영화 보고 밥 먹고 이야기하고 그랬죠. 연애 때보다 지금이 더 좋아요. 서로 더 이해하려고 하니까요. 신랑이 온종일 일하다 집에 오면 “힘들재? 니 진짜 대단하다” 하고 위로해주고 “진짜 니 잘 만난 것 같다. 나는 지금 더더더 니를 사랑한대이” 하고 말해줘요. 




그녀와 인터뷰하는 동안 가만히 있거나 종종 웃던 총총이가 말을 했다. 언어치료를 받고 온 후라 총총이는 할 말이 많은가 보다. 우리는 아이의 말을 들으려고 침묵했지만 알아들을 수 없었다. 다만 잠시 찾아온 천사가 아이와 대화를 나누고 간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다. 

아이가 허공을 보며 방긋방긋 웃을 때마다 우리는 천사에게 감사했다.


재활치료는 매일 받으러 가나요?

일주일에 세 번, 낮에 입원하면 잠시 자유시간이 주어져요. 그럼 책을 읽어요. 요즘 <닥터 돌고래>를 읽는데, 돌고래가 CT 촬영하는 것처럼 사람을 봐서 아이의 어디가 가장 약한지 안대요. 예를 들어, 돌고래가 건드리면 굉장히 싫어하는 부분이 있는데 눈이 안 보이는 아이가 그 부분을 건드려도 가만히 있어줘요. 세상 어딘가에 그런 치료가 있다고 생각하니 기뻤어요. 


총총이가 다른 시선을 갖게 해주었네요. 

다른 아기들은 엄마와 떨어지면 불안해하는데, 총총이는 기분만 좋으면 누구와 있어도 괜찮아요. 오히려 떨어져 있으면 제가 불안해요. 총총이도 엄마를 느끼고 아빠를 느끼지만 표현할 수 없는, 멀리서 보면 굉장히 짝사랑에 가까운 그런 사랑을 해요. 하지만 돌아오는 사랑도 있어요. 전에 몰랐던 방식의 사랑을 배워요. 


사랑이 무엇일까요?

상대가 조금씩 변하고 크기가 조금씩 다르지만 태어나서 지금까지 쉬지 않고 하고 있어요. 제겐 그게 사랑이에요.


총총이 엄마는 앞으로 하고 싶은 게 뭐예요?

병원에서 연구비를 지원해서 총총이를 계속 검사하고 있어요. 어떻게든 원인이 밝혀지면 다른 치료 방법이 있을 수 있으니까, 아직 찾는 중이에요. 그리고 아픈 아이를 키운다고 해서 나를 꾸미는 일을 소홀히 하고 싶지 않아요. 나도 사랑할 줄 알아야지 아기를 더 사랑할 수 있잖아요. 예쁜 옷도 입고 화장도 하고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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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사람이다. 왜 그녀라고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겠으며, 원인 모를 일을 원망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녀는 사람이라는 글자의 네모(ㅁ)를 깎아 동그라미(ㅇ)로 만드는 중이다. 언젠가 사람인 그녀가 사랑이 될 때까지, 총총이는 밤하늘의 별처럼 총총 빛나겠지. 또 언젠가 “마음대로 여닫을 수 있고, 손님들을 행복하게 하는 음식을 만들고, 혼자 오는 사람도 전혀 외롭지 않은 음식점을 만들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그녀의 꿈도 이뤄지겠지. 나는 또 한 번 뭔가를 믿고 싶어졌다.



글 . 곽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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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쿄진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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