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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2008 11-12 세상을 바꾸는 착한 소비

세상을 바꾸는 착한 소비 3 | 마음과 마음을 잇는 옷, 그루[g:ru]

에디터 정미희

 

아미타 마스키는 네팔 카드만두의 바산타푸르 지역에 살고 있는 46세의 싱글맘이다. 그녀는 2003년 4월, 친구의 소개로 <사나하스타카라>에서 옷을 만드는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동안 뚜렷한 수입원이 없었던 그녀는 이제 네팔 정부 표준 임금의 두 배에 가까운 임금을 받는다. 스스로의 힘으로 두 딸을 양육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회사의 생산 담당자와 디자이너의 지원을 통해 지속적으로 기술을 향상 시켜, 1년 전부터는 정규직으로 고용되어 일하고 있다.        - 페어트레이드 웹진 [2008년 10/11월호] 중에서


 


당신이 만약 아미타가 만든 <사나하스타카라>에서 만든 옷을 입고 있다면, 마치 친구의 이야기를 들은 것처럼 기뻐하게 되지 않을까…. 나의 소비가 다른 사람에게 희망이 되어준다는, 어깨를 으쓱하게 만드는 기쁨도 함께 말이다.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 위치한 국내 최초의 공정무역 패션브랜드 ‘그루’에 가면 당신도 이런 기쁨을 공유할 수 있다. 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자라 숲이 되듯 한 사람, 한 사람의 손길이 나무가 되어 모두가 하나 되는 숲을 만들고 싶다는 의미의 이름, ‘그루’. 지난 3월부터 시작된 이 숲 만들기는 이제 시작단계다.


생산자의 삶과 미래, 꿈과 만나는 소비

‘그루’의 제품들은 소박하지만, 왠지 모르게 정겹다. 정성으로 한 땀 한 땀 지은 100% 핸드메이드 옷들은 화려하진 않지만 볼수록 정이 가는 멋이 있다. 구매할 때 느끼는 ‘그루’만의 특별한 재미 중 하나는 상품택. 상품택에는 각 상품별로 생산자 이야기와 창출된 이윤이 어떻게 이용되는지에 대한 안내가 포함되어 있다. 생산자는 기계에 종속된 임금노동자가 아니라 예술품을 만드는 장인이 되고, 소비자는 생산자의 삶과 미래, 꿈과 만나게 되는 소비가 되는 것이다.

가난한 생산자들에게 노동의 대가를 공평하게 지불하는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원조가 아닌 무역을 통해 빈곤문제 해결하고자 하는 공정무역의 의미대로 ‘그루’도 그렇다. 주 거래국인 네팔의 여성들은 손으로 실을 잣고, 베틀에 앉아 천을 짜고, 수없이 삶고 말리며 천연염색을 하고, 옷을 짓는다. 듣기만 해도 힘들겠다 생각되는 이 과정이 그들에겐 더없이 소중하다. 사람을 대신하는 기계로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는 대량생산이 목적이 아니라 한 명이라도 더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절대빈곤층의 70%가 여성이고, 여성의 빈곤문제는 곧 아동으로 이어지기에 여성들의 일자리 창출은 빈곤문제의 핵심이다. 이것은 제3세계에 공장을 세우고, 적은 임금으로 사람들을 고용하며, 대량생산을 위해 화학적 농법과 화학약품을 사용함으로써 그 나라의 생태계를 파괴해 결국 그 나라를 더 굶주리게 만드는 불공정한 주류 무역에 반기를 내든 거꾸로 가는 무역이다.


더 우거진 숲을 만들기 위해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생소한 공정무역제품 생산에 뛰어든 이미영 대표는 원래 오랫동안 시민단체에서 환경운동을 해왔다. 이제껏 돈과는 사뭇 거리가 멀던 그가 기업경영을 한다니 주변에서는 의외라는 반응들이 많았다. 하지만, 일을 하면 할수록 그의 생각은 달라졌다. “기존의 최저의 비용으로 최대의 이윤을 내는 경영이 아닌 의미 있는 이윤을 창출해, 의미 있는 일을 지속적으로 해가는 새로운 방식의 경영에는 그게 오히려 장점이 되는 것 같아요.” 그는 요즘 방글라데시와도 거래하기 위해 열심히 샘플작업 중이라며, 사무실 한 켠에 가득 쌓인 상품을 하나하나 꺼내 보여줬다. “이 종이도 다 사람 손으로 만드는 거예요.”라며 편지지를 내미는 그의 목소리에는 생산자에 대한 애정이 한껏 담겨있다.

‘그루’를 통해 생산지의 생활환경이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 궁금하다는 말에, 그는 단박에 오히려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은 공정무역에 대한 의식도, 소비도 미미한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그들이 영국, 프랑스 등 공정무역에 앞선 나라와 거래하던 것들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로 도와주고 있다고. 그는 앞으로 공정무역이 우리나라 소비자들에게 하나의 생활양식으로 자리 잡아 유럽처럼 공정무역 제품을 소비하는 것이 멋진 일로 인식되기를 꿈꾼다고 했다. 그리고 그것은 ‘그루’와 함께 이제 꿈이 아닌 현실로 바뀌는 중이다.

만드는 사람과 사는 사람의 관계를 회복하고, 내가 사는 물건을 통해 희망을 자라게 하는 일. 그것은 당신이 사는 오늘을 더 의미 있게 만들어 줄 것이다. 


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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