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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야, 놀자! 5ㅣ성경공부, 이대로 괜찮겠니?


비블리오로그, 성경과 나누는 예술적 대화

이러한 문제의 대안으로 떠오른 비블리오로그 방식의 성경공부를 알아보자. 비블리오로그란 바이블(BIBLE)과 대화(DIALOG)의 합성어로 ‘성경과 대화하기’, ‘성경과 친숙하게 하기’라 할 수 있다. 성경의 말씀을 단순히 문자적 해석이나 가르침에 치중하기보다는 음악, 미술 행위 등 종합적으로 접근하게 하는 방식이다. 성경말씀을 접하는 청중의 주관적 이미지를 투영시키기 위함이다. 전지에 성경본문을 마음대로 그림 그리는 것은 미술적 접근이다. 다양한 음악을 틀어놓고 성경 본문을 읽어보는 음악적 방법도 있다. 또한 성경본문을 집단이 각자의 이미지로 만들어 보는 스톱모션이라는 연극적 방식이 있다. 이러한 방식을 종합적으로 활용하여 비블리오드라마로 진행할 수도 있고 그냥 그 방식자체로 느껴지는 본문과 삶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미국 교회에서 본 잊을 수 없는 예배광경이 있다. 성경본문을 읽고 성가대 찬양과 설교가 이어지는 오래된 방식만 보아오던 내가 목격한 것은 성가대의 찬양이 흘러나오면서 하얀 화선지 같은 거대한 종이에 오늘의 말씀과 찬양과 연관된 그림을 즉석에서 그려나가던 모습이다. 미술에 관심 있는 청년들이 전날 밑그림을 그려놓았기 때문에 그 위에 선만 덧입히는 것이었지만 청중의 눈앞에서 찬양과 함께 완성되어지는 그림은 단순한 그림을 넘어서는 그 무엇이었다. 그러한 예술적 행위 속에 들려지는 말씀은 선포되기 전에 이미 청중의 내면적 이미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유럽 비블리오드라마 학교에서는 같은 본문을 두고 희극적으로, 비극적으로, 부조리극으로 만드는 과정이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본문을 다양한 느낌으로 접근해 보고 그 느낌을 청중에게 전달하는 설교와 프로그램을 기획해 보는 것이다. 그러한 신학교육을 받은 교역자는 청중의 감수성과 이미지를 고려하며 설교와 교회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게 된다.


말씀을 낯설게 하기

필자도 새로운 성경공부 방식의 일환으로 ‘수다가 있는 성경공부’라는 프로그램을 기독교방송에서 몇 번 선보인 적이 있다. 본문을 읽고 주인공과 주변인물에 대해 인터뷰와 대화를 시도하면서 성경의 사건을 재구성해 보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서 성경에는 직접적으로 나타나지는 않지만 있음직한 이야기들이 즉흥적으로 나오도록 함으로 말씀의 선명성과 개연성을 더욱 견고하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다양한 접근방식을 통해 추구하는 것은 무엇일까? ‘말씀을 낯설게 하기’다. 일상적으로 익숙하고 다 알고 있다고 생각되면 관심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극작가들은 일상의 낯설게 하기를 극적구성에서 중요하게 사용하였다. 놀이도 이러한 낯설게 하기의 과정 중 하나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그냥 익숙해지며 지루해지는 관계와 일상을 새롭게 보게 하고, 새롭게 관계를 설정시켜줘야 할 의무가 있다. 그 축제의 장소가 바로 교회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김세준|자칭 호가 ‘대충’이란다. 대충 살라는 뜻과 크게 충성한다는 이중적 의미를 즐겨 사용하면서 대학교, 교회 등지에서 몸으로 하는 성경공부를 전파하고 있는 목사. ‘크리스찬마음연구원’ 대표이며 사이코드라마 수련감독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