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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야, 놀자! 6|스마일 디소더(smile disorder) - 웃음장애

대학수업시간에 일어난 일이다. 순교에 대해 말하다가 나의 신앙적 한계를 이야기 하였다. “난 순교를 할 수 있다. 총에 맞아 순교하면 가장 간단한 것 같고 고문은 그런대로 참을 수 있다. 그런데 간질이는 고문을 받게 되면 난 몇 분 참지 못하고 주님을 부인할 것 같다.”라고 말하자 학생 하나가 정색을 하면서 “아니 교수이며 목회자이신 분이 신앙이 그 정도 밖에 안 됩니까?”라고 반문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게 나인걸…. 정말 나는 간질이는 상황에서 버티지 못하고 상대의 얼굴을 가격하거나 발로 찼던 경험이 있었다.

교회, 나를 숨겨야만 하는 곳
군대(전경대)에서 교회에 다녀오면 찬송가를 부르게 하며 남성용 향수로 복사뼈와 손목뼈를 때리던 고참의 모습과 내 자신. 신학생으로서 교회가 없는 오지 섬에서 복무하며 예배를 드리다가 상급자들의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빽(?)을 써서 근무지를 육지로 바꾸며 섬을 빠져 나올 때 나를 주님이 주신 종이라고 여기던 섬주민 신자들을 향해 눈물을 흘리던 나의 모습이 교차로 떠올려졌다.
인간이 항상 한결같을 수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때론 왕 같고 때론 거지같다던, 남의 말 속의 내가 나인지 내가 알고 있는 내가 나인지 고뇌하는 본회퍼의 기도처럼 우리의 존재란 널뛰듯 이리저리 헤매고 우왕좌왕 하곤 한다. 때론 불 속이라도 들어가는 믿음이 있지만 때론 내 마음에 상처를 입힌 동료 한 사람에 대한 분노에 잠을 설친다.
이러한 우리가 위로 받기 위해서는 나의 존재가 이 정도 라는 것을 언제나 말할 수 있고 위로 받을 수 있는 곳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주일학교부터 자신의 내면과 진실을 숨기며 교회를 다니고 있지 않는지 의심이 든다. 학교에서 지친 자신을 숨기고 부모님의 등쌀을 숨겨야 하고 괴롭히는 친구에 대한 분노의 마음을 숨겨야만 하는 곳이 교회가 아닌지 말이다. 하나님의 축복이 있고 긍정적으로 사고해야 하는데 그런 마음은 ‘나쁜 것이다’라고 우리의 머리는 끊임없이 명령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숨겨야 할 것은 철저히 숨기면서 어른이 되면 모두 스마일 디소더(smile disorder), 즉 웃음장애가 되버린다.

슬프면 울고 즐거우면 웃어라!
웃음장애란 아픈 마음이 생겨도 웃고, 슬퍼도 웃고, 괴로워도 웃게 되는 현상이다. 마음이 담겨진 몸이 진실한 감정을 표현하고자 하면 머리에서는 그러한 작동을 못하도록 방해한다. “네가 진실을 얘기하면 아무도 안 받아줄 거야, 네가 나타내는 그런 감정과 표정은 신앙인의 모습이 아니야. 아버지가 목회자인 네가 하나님에게 의심이 든다고 하면 말이 안 되지. 난 교회 다니기가 힘들다고 말하면 안 되지. 담배 피고 술 먹는 이야기는 절대 할 수 없지”등 수많은 금지를 마음에 담아두면 자연스럽게 썩소(썩은 웃음)만이 얼굴에 가득 피게 된다.
그러나 이제는 젊은 친구들이 그런 가식을 벗어던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슬프면 울고 즐거우면 웃고 하나님이 미우면 밉다고 말하고 싶고 외로우면 외롭다고 말하고 싶은 욕망이 강해지고 있다. 교회는 이제 그런 마음을 받아주는 방법을 고민해야 하고 그 고민의 해결책으로 더욱더 감정놀이가 필요함을 깨달아야 한다. 하나님은 쫀쫀하지 않은데, 우리가 하나님을 쫀쫀하게 만들어버리지는 않은지 되돌아보아야 할 때다.
한 제자가 심리치료 시간에 하나님에게 욕을 하였다. “조카 크레파스 십팔색”(욕의 순화된 표현) 참가자들은 놀라고 당황했지만, 난 그런 그의 모습을 다 표현하게 내버려 두었다. 그렇게 억눌린 감정을 표현하고 나자 자신의 분노의 대상이 하나님이 아니며, 단지 너무 억눌린 마음이 엄마 아빠가 강요하는 신앙의 대상인 하나님에게 갔을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교회 어른들이 들었다면 놀라고 까무러칠 일이고 하나님을 망령되이 말한다고 혼을 낼 일이지만, 그냥 받아주고 인정하면 다 제자리로 찾아가게 되는 것을 우리는 아직도 모른다. 학생들과 젊은이들은 ‘그냥 그럴 수도 있지’라고 받아주면 다 돌아올 텐데, 그 말 한마디를 할 줄 아는 어른이 없는 거다. 그래서 아직도 웃음장애를 겪는 아이들이 자라고 있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김세준|자칭 호가 ‘대충’이란다. 대충 살라는 뜻과 크게 충성한다는 이중적 의미를 즐겨 사용하면서 대학교, 교회 등지에서 몸으로 하는 성경공부를 전파하고 있는 목사. ‘크리스천마음연구원’ 대표이며 사이코드라마 수련감독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