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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지친 어깨를 안아주고 싶은 오후

에디터 정미희

신문도, 뉴스도, 회사도, 부모님도 그리고 내 친구도 요즘 무한 반복하는 말이 있다. “살기 힘들어….” 언제 나아질지 알 수 없는 경제 상황에 친구네 회사는 당분간 문을 닫기로 했다고 한다. 기본급만 받으며, 한 달 뒤 회사에서 다시 출근하라는 연락이 오기만 기다리는 친구에게 어떤 위로의 말을 건네야 할까? 졸업을 한 뒤 수 십 장의 이력서를 쓰고도 아직 취직을 하지 못해 점점 풀이 죽어가는 후배에게는…? 어쩌면 차라리 모른 척 해주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든다. 위로마저 버겁게 느껴지는 이 시대, 사람들은 저마다 반가운 뉴스 하나 없이 지쳐만 가는 마음을 어디서 위로받고 있을까?

위로의 한 마디가 고픈 이들은 - 자기치유(self-healing) 도서
위로받고 싶은 마음, 위로해주고 싶은 바람은 2008년 출판계를 풍미했다. 물질이나 권력을 얻는 매뉴얼보다 마음을 치유하는 책, 먼 미래보다는 오늘 하루를 어떻게 충실히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책들이 우리 사회의 주류를 이뤘던 것. 대표적인 서적으로는 응원의 메시지를 담은 공지영 산문집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팍팍한 인생 팔팔하게 살아보자는 이외수 에세이 <하악하악>, 어려웠던 과거를 돌아보는 황석영의 성장소설 <개밥바라기별>, 간절히 원하면 성공과 부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하는 <시크릿> 등이 있다. 이 중에 당신은 몇 권의 책을 읽었으며, 그것들로 어떠한 위로를 받았는지….



곁에 두고 위로 받고픈 이들은 - 위로 상품
늘 곁에서 필요할 때마다 위로해 줄 사람이 없는 이들을 겨냥한 위로 상품도 인기다. 남자의 몸통에 팔이 달린 ‘남자친구 팔베개’, 스커트를 입은 여성이 무릎 꿇고 앉아있는 ‘여자친구 무릎 쿠션’, 잠 못 이루는 이들에게 심장소리, 봄비소리, 바닷소리 등을 들려주는 ‘잠자는 양 인형’, 귀여운 5살짜리 어린이 목소리로 ‘같이 놀아요’, ‘안아주세요’라고 말하며 아침인사와 저녁인사까지 건네는 인형 등 종류도 가지가지. 혼자 사는 사람들이 사람에게서 얻지 못하는 심리적 공감을 대신 제공해주며 출시 이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단다. 구입하는 이들의 마음,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일상 속 소박한 행복이 고픈 이들은 - 치유 여행 상품
지친 일상에서 잠시라도 벗어나고픈 이들을 위한 치유여행 상품도 유혹적이다. 스파·리조트·명상여행 등 ‘가능한 일탈’을 실행에 옮김으로써 지쳐있던 몸과 마음을 마음껏 위로하는 것. 이것을 아예 자신의 라이프스타일로 삼는 사람들도 있다. 계약직 등으로 1~2년간 잠시 일해 번 돈으로 다시 1~2년간을 쉬며 여행이나 취미 등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누리는 생활을 반복하는 프리커족이나 인생의 속도라도 조절하기 위해 자진 휴학·휴직·퇴직 등을 결심하는 세미 프리커족도 점점 증가하는 추세라고. 소박한 행복을 챙기고, 즐길 줄 아는 여유가 끝이 보이지 않는 이 터널을 더 빨리 지나갈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힘내라, 열심히 살아라’라고 격려하는 소리들만 넘치는 세상, 이제 사람들은 그런 말로는 힘이 솟지 않아. 나는 도리어 이렇게 말하고 싶어. “힘내지 않아도 괜찮아.” 너무 힘을 내려고 애쓰는 바람에 네가 엉뚱한 길, 잘못된 세계로 빠져드는 것만 같아. 굳이 힘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지잖니? … (중략) 힘을 내지 않아도 좋아. 자기 속도에 맞춰 그저 한발 한발 나아가면 되는 거야.」츠지 히토나리의 소설 <사랑을 주세요>의 한 구절이다.
‘힘내라’는 말이 너무나 식상하게 느껴져 어떤 위로의 말을 건네야 할지 모를 땐, 그냥 힘차게 악수를 해주거나 꼭 껴안아주며 등을 두드려주는 건 어떨까. 때론 백 마디의 말보다 한 번의 스킨십이 더 큰 힘을 발휘하는 법이니까.  지친 당신, 힘을 내지 않아도 괜찮다. 지금처럼 그렇게 당신의 마음의 소리를 들으며, 그 길로 걸어가면 된다. 당신 뒤에는 든든한 우리들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