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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형 사순절 금식을 실천할 때

사순절은 원래 세례 지원자들을 위한 준비단계로서 지켜져 왔다고 한다. 이것이 전체 교인들로 확대되어 그리스도의 십자가 수난을 명상하고 회개하는 기간으로 보내게 되었다. 이러한 전통은 신앙의 영역마저 인스턴트 문화가 되어가는 오늘의 우리에게 자못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오늘날 세례를 받으려면 40일 간 절제된 삶을 가져야 한다면 과연 몇 명이나 제대로 완수할 수 있을까 상상해 본다.
문화의 세기를 살아가는 21세기의 신앙인들에게 사순절은 어떠한 의미를 가질까? 21세기 문화는 포스트모더니즘과 소비문화에 의하여 주도되고 있다. 물론 두 문화는 각각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 사회는 두 문화의 조합으로 인한 부정적 문화 조류가 범람하고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이 세상 안에서의 육신의 정욕, 안목의 정욕, 이생의 자랑이 인생의 전부라는 생각이 편만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제 저 하늘 나라의 삶을 의식하면서 오늘의 욕망을 절제하는 생각과 삶은 아주 고리타분한 것으로 취급받고 있다. 우리 문화가 초월의 영역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소비를 많이 할 수 있는 사람은 왕처럼 대접받지만 구매력이 없으면 사람 대접도 받지 못하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그러므로 너도나도 ‘뭐니 뭐니해도 머니’를 외치는 세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는 문화의 사순절을 지켜야 할 때가 되었다. 예전에 우리 신앙의 선배들은 사순절 기간 동안 ‘알렐루야’나 ‘대영광’같은 화려한 것들은 연주하지 아니하고, ‘오라토리오’, ‘수난곡’, ‘칸타타’ 등을 연주했다고 한다. 
이제 우리도 사순절 동안 문화 금식을 시도해 보자. 문화 금식이란 아무것도 아니하고 성경만 보고 지내자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적 사랑을 상징하는 십자가 수난의 의미를 집중적으로 명상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우리의 문화적 삶을 절제하고, 새롭게 방향 짓는 것이다. 이제는 나 자신만이 아닌, 이웃과 함께 하며 이웃을 위한 문화 향유와 나눔을 추구하는 21세기형 사순절 금식, 문화 금식을 실천해야 할 때다.

발행인ㅣ임성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