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 이어진 콘서트의 나눔
‘구소영의 뮤직파티’
공연이 시작되기도 전, 대학로의 한 카페를 가득 메운 관객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기대와 설렘으로 반짝인다. 객석과 맞닿아 있는 무대에는 피아노와 작은 의자 몇 개가 사이좋게 자리하고 있고, 테이블에는 쉐프의 스페셜 메뉴인 타코와 와인 한 잔이 멋스럽게 세팅되어 있다. 지난 공연의 명장면들이 스크린을 통해 흘러나올 무렵이면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진다. 평소 좋아하던 뮤지컬배우의 공연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수익금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모두 쓰이기 때문인지, 카페 공기의 온도는 더욱 높아져간다. 공연과 나눔의 가슴 뜨거운 조우, ‘구소영의 뮤직파티’, 그 일곱 번째 만남이 시작되었다.
입장료가 아깝지 않은 이유
뮤지컬 음악감독 구소영
배우와 관객이 함께 만드는 나눔의 콘서트
“처음에는 즐겁게 놀아보자고 시작했어요. 마음 맞는 뮤지컬계 지인들이 모여 공연을 통해 신나는 파티를 해보자고요. 게다가 좋은 일까지 할 수 있다면 더없이 행복하겠다 싶었죠.” 이렇게 시작한 공연은 벌써 일곱 차례 올려졌고, 뮤지컬 배우로만 이루어진 ‘비전메이커’의 온라인 카페 팬들과 입소문을 듣고 온 일반 관객들로 매번 매진 사례를 이뤘다. 그가 직접 섭외하는 배우, 그리고 연주자, 스태프들은 모두 노개런티로 참여하고, 입장료는 소외된 이웃에게 전달해왔다. 지난 공연수익금으로는 청량리 밥퍼 사역을 후원했고, 직접 가서 봉사도 했었다고.“ 음식과 음향비용 등을 빼면 그리 많은 수익은 아니지만, 모든 출연진과 스태프, 관객이 하나의 마음으로 참여하여 만드는 후원금이라 그 자체로 참 귀하다고 생각해요.” 엄기준, 최성원, 배해선, 최민철, 조정석, 윤공주, 정선아, 김동호, 이주광, 이현섭, 라 준 등 그동안 뮤직파티를 빛내줬던 이들은 바쁜 스케줄에도 언제나 기쁘게 달려와 주는 든든한 후원자가 되었고, 이미 다음 공연을 약속한 배우들도 있어 감사할 뿐이란다.
예술은 삶을 예술보다 흥미롭게 만드는 것
그는 이러한 문화나눔을 통해 자신이 가고 있는 길이 맞다는 것을 조심스레 확인한다.“ 이라크 전쟁이 일어났을 때였어요. 내가 뮤지컬을 하는 것은 사치가 아닐까 심각하게 고민했었죠. 세상에는 아직도 전쟁으로, 질병으로,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결국 내가 하는 일은 가진 자들, 있는 자들만 누리는 사치는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어쩌면 거쳐야 하는 과정의 질문인지도 모를 고민 끝에, 그는 주신 달란트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나누라는 그분의 부르심을 깨닫는다.“ 제가 아픈 사람들을 고쳐주고, 배고픈 사람들을 먹일 수는 없지만, 그들의 삶이 소중하다고, 살아있어서 행복하다고 느끼게 해줄 수는 있잖아요. 아름다운 음악과 멋진 공연을 통해서 마음을 안아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늘 사람을 살리는 예술이 무엇일까 고민합니다.” 3월에는 부산저축은행의 후원을 받아 유니세프를 돕는 공연을 번외로 올리기로 했다.“ 부산에서 한 달 동안 네 번 공연을 해요. 웃자고 시작했는데, 죽자고 커진 거죠. 하하! 부담은 되지만 아름다운 문화나눔이 더욱 커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즐겁게 해보려구요.” 언젠간 필리핀 톤도 지역의 어린이들에게 직접 찾아가 공연을 하고 싶다는 구소영의 뮤직파티. 그 나눔의 꽃을 피울 봄이 이미 우리의 마음에 성큼 다가와 문을 두드린다.
비전메이커 카페
http://cafe.naver.com/vmaker
글ㆍ사진 노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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