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놓음>이라는 책의 인기만큼이나 ‘내려놓음’은 이제 크리스천들이 자주 사용하는 말이 되었다. 어떤 상황에서든 내려놓음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나도 그 말을 자주 사용하는 사람 중에 하나가 되었다. 그런데 진정한 내려놓음에 대해 고민하는 크리스천은많지 않은 것 같다. 허울 좋은 핑계와 자신의 필요에 의해 내려놓음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경향이 많아졌고, 나를 비우는 것으로 채우는 것이 아닌, 나를 채우기 위해 내려놓는 사람들이 많아진 까닭이다.


내 려 놓 음 이 필 요 한 사 람 들 청년부 회장이었던 시절, 나와 청년부 담당 목사님은 ‘내려놓음’이라는 말만 들어도 과장 좀 섞어서 몸서리 칠 때가 있었다. "이러이러한 사정 때문에 임원(리더) 자리를 내려놓으려고 합니다."라는 임원이나 리더의 겸손의(?) 말들이 빗발쳤기 때문이다. 목사님께서는 "이제 그만 좀 내려놔라. 내려놓음이라는 말은 그럴 때 사용하는 게 아니야."라고 하실 만큼 ‘내려놓음’은 자신의 필요에 의한 ‘그만둠’을 적당히 포장하는 말로 사용되었다. 그리고 어떤 일을 맡길 때 "저 이제 그만 내려놓으려고요."하는 것은 거절의 의사를 아주 공손히 표현하는 말이 되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이렇게 교회에서의 사역을 내려놓게 되는 것일까? 점점 헌신하고 일하는 사람들이 줄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IMF때보다도 더 심한 경제 상황 때문에 여유가 없고 팍팍해진 이유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교회 내의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솔직한 고백으로 나를 비롯한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교회의 사역을 정중히 내려놓은(?) 이유는 무엇보다 같은 교인들에게서 받은 상처와 지친 마음 때문이었다. 지금도 교회 온 지 얼마 안 된 사람들이 열정을 가지고 주도적으로 일하는 모습을 보면‘ 저 사람들이 상처받고, 지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제일 먼저 든다. 포도원에 늦게 들어온 일꾼을 시기하는 선배 일꾼들의 시기와 텃세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사실 ‘내려놓음’은 그만둘 때 사용되는 말이 아니라 먼저 신앙생활을 시작한 선배 일꾼(!)들이 실천해야 할 말이다. 내 것, 내 자리를 놓치지 않으려 누군가를 밀어내는 무서운 욕심과 하나님께 드리는 헌신은 구분되어야 하지 않을까?

진 정 한 내 려 놓 음 밖에서 큰 소리 한번 못 쳐본 사람들이 교회 내에서는 자기의 자리를 놓치면 마치 죽을 것처럼 안간힘을 쓰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들은 하나님 앞에서 새로운 헌신을 결단한 사람들을 보이지 않는 칼로 찔러 상처를 입히고, 스스로 사역을 내려놓게(그만두게) 하는 악순환을 시키는 주범이기도 하다. 고인 물이 빠지지 않아 악취가 진동하는데도 아무 문제없다는 듯 신나서 일하는 그들을 볼 때 정말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주님은 잔치의 상석에 앉기 보다는 섬기는 자리에 있기를 원하셨다. 최근에 내가 아는 어떤 분은 익숙하고 편해진 자리에서 모두가 기피하는 힘들고 어려운 자리를 택했다. 그분이 그곳에 가서 몸소 낮아지며 섬기자, 부서의 분위기는 확 바뀌기 시작했다. 어렵고 힘드니까 더욱 하나님을 붙들게 된다면서, 이렇게 기도하게끔 하시기 위해 하나님이 이곳에 부르신 게 아닌가 싶다는 그분의 말을 들으며 진정한 내려놓음이란 무엇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분이 내게 날린 마지막 멘트는 아주 강렬하게 와 닿았다. 나와 같은 입장인 분들은 함께 공유하길(물귀신 작전!ㅋㅋ) 원하며 강렬했던 그분의 복음과도 같은 말씀을 전하고자 한다. "성분아. 내년엔 돌아와야지! 그만하면 많이 쉬었다!"


배성분|지쳤다는 이유로 내려놓음을 핑계 대며 편안하게 청년부 리더만(!) 하고 있다. 그 자리라도 감당하지 않으면 다시 탕자 생활로 돌아갈 것을 알기에….
Posted by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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