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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공간공감

쁘띠프랑스 l 한국 땅에 그려놓은 어린왕자의 꿈


생텍쥐베리 기념관

어른과 아이의 경계는 어디일까. 자장면이 싫어지는 나이? 아니면‘, 라면이 느
끼하다’는 말을 이해했던 그때? 것도 아니면, 울고 있는 누군가에게‘ 울지마’ 라는 말이 안 나오고‘, 그래 실컷 울어, 맘껏.’ 이라는 마음으로 그저 옆에 있어 주었던 순간? 따지고 보면, 경계에 대한 물음은 그 자체로 이미 답이 된다. 물음은 고민이 되고, 고민은 희망을 낳고, 모든 희망의 내용은 감히 정답이니까. 만약, 당신이 한번이라도‘ 내가 어른이 된 건가’ 라고 스스로에게 물은 적이 있다면, 차라리 감사하자. 이미‘ 어른 아이’로 살아온 것일 테니까. 혹여, 그런 질문 자체도 떠올리지 못한 채,‘ 애 어른’으로 살아왔다면, 그래도 절망은 말자. 여기, 동심을 일깨워줄 공간이 있으니까. 마음껏, 당신의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고, 그렇게 그리워진 채로, 그리워져서 떠나자. 다시, 어른과 아이의 경계, 그 어디쯤에 도착하기 위해서라도. 한국 땅에 그려놓은 어린왕자의 꿈



어른들의 배경음악, 어린왕자
청평호의 수면 위로 봄볕이 미끄러져 내려와 경춘 가도를 달리는 자동차들의 바퀴 끝에 닿는다. 햇볕을 둥글게 짓이기며 지나가는 푹신한 긴장감, 이게 바로 서울을 떠나는 맛이리라.
입에서 터진 감탄사의 크기만큼 슬며시 속도를 높이다 보면 저만치 이국적인 하얀 건물 몇 채가 눈에 들어온다. 꽃, 별, 어린왕자라는 소제목으로 꾸며진 공간, 쁘띠(예쁜) 프랑스다.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촬영장소로 더욱 유명해진 곳이기도 하다. 드라마 촬영을 할 정도로 멋스런 건물과 풍경도 주목할 만하지만, 무엇보다 이곳은 생텍쥐베리 재단과 공식 국제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한 곳이다. 따라서 <어린왕자>를 모티브로 한 기념관의 전시가 그 독특함을 더한다. 건물들이 광장을 중심으로 빙 둘러 배치되어 있어‘ 사방이 막힌 곳’이란 뜻을 가진 유럽의 대표적인 구조 ‘컬드색(cul-de-sac)’에 들어서면 그때부터 관람객은‘ 어린왕자’가 될 준비를 마친다. 생텍쥐베리 기념관이 그 시작이다.

오르골 하우스

비행기를 유달리 좋아했던, 하늘을 나는 설렘으로 동화를
쓰고, 이내 직접 비행기를 몰다가 행방불명 된 생텍쥐베리. “나는 내 몫의 밤과 추위를 원한다.”라고 했다는 그의 일대기를 보고 나면, <어린 왕자>라는 작품을 쓰기까지 몽상가적 기질로 아파했을, 어른 생텍쥐베리가 아련히 전해진다. 1층과 2층은 작가의 생애와 작품에 관해 전시했고, 3층은 멀티미디어실로 영상자료를 살펴볼 수 있게 했다. 기념품 매장도 온통 <어린왕자>와 관련된 팬시 용품들이 많으며, 모두 공식 계약을 통해 프랑스에서 제작 수입된 제품이라고 한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계단을 이리저리 돌다 보면 가까이 오르골 하우스가 나온다. 이곳에서는 하루에 4번, 대형 오르골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시간을 알려주는 음악상자 오르골. 감은 태엽이 다 할 때까지만 일정하게 소리를 내는 악기 오르골처럼, 나의 온전함을 균형감 있게 사용해 내 시간을 통틀어 아름다움을 연주 할 수만 있다면 참 좋겠다, 라고 생각해 본다. 그런데 가끔 <어린왕자>를 들춰야 하는 여기, 오르골 하우스 나는, 정말, 어른일까?


중앙광장


직접 챙겨가는 행복
동화 속 세상을 빠져 나오며 발길을 돌리면 숙박동으로 연결된다. 쁘띠프랑스의 숙박시설은 모두 34개의 건물로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은 120여명까지 가능해 학교 단체 수련회나 MT장소로도 손색이 없다. 특히 숙박실의 모든 공간 형태가 똑같은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게 특징이다. 들어선 위치나 조건에 맞도록 개성을 살려 지었기 때문에 같은 구조가 없단다. 또 어떤방은 누워 하늘의 별을 볼 수 있도록 창문을 하늘로 향하게 내어 동화 같은 공간 이미지를 그대로 유지했다. 깊은 밤 소중한 이들과 함께 누워 하늘로 난 창을 통해 밤하늘을 보고 있으면 그거 자체가 동화일 게다. 혹시 아는가, 어린왕자의 고향 소혹성 B612호가 보일지도. 이 외에도 쁘띠프랑스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들을 설치했다.

강마에 지휘자실



강마에 지휘자실


이천 원에서 오천 원 정도면 비눗방울 만들기와 전통의상체험을 할 수 있도록 했고, 시계 만들기, 오르골 체험, 왕관체험, 모빌체험 등 단체 견학 시 할 수 있는 것도 있다. 무엇보다 아이들을 위한 배려를 빼놓지 않았다. 소극장과 대극장, 원형극장 등에선 어린왕자 뮤지컬 영상, 애니메이션 등을 연
속 상영한다. 직접 만지고 보고 느낄 수 있도록 마리오네뜨 체험과 세계 타악기 체험을 두어 유아 및 청소년 대상 프로그램을연중 운영한다.
숙박동을 뒤로한 채 내려오다 보면, 야외 원형극장이 가까워진다. 사실 쁘띠프랑스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팬터마임이나 악기 연주 같은 작은 공연을 하는 무대로 공연이 없을 땐 관람객들의 휴식처가 되곤 한다. 봄의 색깔과 가장잘 맞는 아이가 노란 색 옷을 입고 아장아장 걷는다면 그거 자체로 공연이 되고 무대가 될 듯하다. 저 멀리, 뿌듯한 얼굴로 아이를 지켜보는 부모의 시선도 물론 함께.






이국적 문화향기에 취하다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직접 경험을 했다면 쁘띠프랑스의 멋스런 건물 곳곳에서 펼쳐지는 전시와 풍경은 간접경험이 된다. 프랑스의 상징 ‘수탉’ 을 주제로 삼아 각종모형과 그림, 캐릭터, 관련 인쇄물들을 전시해 놓은 갤러리 관이 대표적이다. 그러고 보니 지난 프랑스 월드컵에서 본 요상한 수탉 가면 같은 응원도구들이 떠오른다. 수탉이 프랑스의 상징으로된 데에는 민중을 대표하는 종족이 수탉을 상징으로 삼았고, 그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용맹스러움의 상징으로 여겼다는 설과 어느 프랑스 왕이 일주일에 한 번씩 닭고기를 먹게 했다는데서 유래했다는 주장이 있다. 어쨌든, 다양한 조형물들에 소소한 웃음이 번지는 공간이다.
비스트로와 프랑스주택전시관은 그야말로 프랑스다움의 결정판이다. 낡은 종이 냄새가 나는 듯한, 앤틱한 가구들이 풍기는 기품은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베토벤 바이러스> 촬영 이후 강마에 사무실은 아예 포토 존이 되어버린 듯 해 누구나 한 번씩 책상에 앉아 사진을 찍고야 만다. 비스트로는 서양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카페와 레스토랑 중간쯤 되는 간이음식점이다. 간단한 프랑스 음식과 함께 우리나라 음식도 먹을 수 있다. 음식만큼 문화를 온전히 체험할 수 있는 것도 없을 터. 이국적인 풍경도 익숙해지면 그만이지만, 혀 끝에 감기는 독특함은 오랜 여운을 더 할 듯하다. 그 외에도, 다목적홀, 놀이공작실, 휴게실 등 구석구석 마련되어 있는 공간을 돌고 나면 마지막으로 저 멀리 외롭게 서있는 건물 전망대가 보인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프랑스식 건물에서 벗어나 전망대에 오르면 청평호수가 한눈에 들어온다. 한국 땅에 프랑
스라는 앙증맞은 꽃을 피운 공간, 그리고 그 모두를 담아주는 호수. 그 사이좋음이 물결에 흔들려 사라지다, 이내 다시 맞춰진다. 아, 여기가, 이것이 평화로구나.

주택전시관


마음이 딱, 물결 같을 때가 있다. 좀 전까지 잔잔했는데, 갑자기 헝클어지고, 이내 또 아무 일 없는 듯 고요해진다. 얄미울 정도로 분명한건, 잠잠해져야 무언가 그려낸다는 거다. 그렇게 그려놓고 나면 순간, 흔들림이 없다, 라고 믿는데 또 금세 바람이 인다. 이 무모한 변덕스러움에 지쳐 ‘아프다’라고 말로 내뱉었던 순간, 나는 어른이 되었다, 라고 회상해본다. 봄날의 호수에 햇볕이 닿아 일렁이는 요동은 그저 내 시간에 주어진 평범하고도 당연한 불안, 이라고 생각하기로 한다. 열다섯이 갑자기 스무살이 될 수 없었던 것처럼, 세상은 차가운 자비로 채워져 있다고. <어린왕자>를 들면 어김없이 펼쳐지는 페이지 속엔 이런 말이 있었다.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난 세 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거야.” 시간을 세시에 맞춘다.   글ㆍ사진
신정은

쁘띠프랑스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 고성리 616
031-584-8200
www.pfcamp.com


▒ 주변에 가볼 만한 곳


남이섬
드라마 <겨울연가> 촬영지로 더욱 유명해진 섬. ‘나미나라 공
화국’ 으로도 불리며 ‘세계책나라축제’를 개최하고 각종 문
화 공연, 체험프로그램 및 환경운동에도 앞장서고 있는 곳이
다. 쁘띠프랑스에서 14km, 자동차로 20분 정도 거리.



호명호수
호명산 정상에 있는 인공호수. 가평팔경의 하나로 유명하며 쁘띠프
랑스에서 호명호수까지 연결된 고갯길이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다.
쁘띠프랑스에서 남이선 방향으로 가다가 좌측에 ‘상천리, 양수발
전소’ 라는 이정표를 따라 20여분 올라갈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