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IFE/그 동네 가게

새로운 문화 아지트, 동네서점

‘도화문고’가 사라지다!
히스토리|2009/06/15 08:49 by 바스키아

우리 동네서점이 사라졌다. 10년 전, 길 건너 ‘청파서점’이 사라진 건 우후죽순 생겨난 도서대여점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책을 사서 읽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나도 그랬다. 최신 소설을 동전 몇 개로 빌려볼 수 있으니까. 시내에 ‘영파서점’이라는 대형서점이 생긴 후로는 약속은 무조건 거기로 잡았다. 책 한 권을 다 읽도록 시원한 서점에서 기다릴 수 있으니까. 그렇지만 급할 땐 동네서점도 필요했다. 너도 나도 힘들었던 외환위기를 겪고 나자 가격파괴를 표방하며, 인터넷 서점들이 등장했다. 이번에 사라진 ‘도화문고’는 책의 종류에서는 ‘영파서점’에 밀리고, 가격에서는 인터넷 서점에서 밀렸다. 나도 무거운 책, 이왕이면 싼값에 집에서 받아보고 싶었다. ‘도화문고’는 근처 중고등학생들의 참고서 판매로 명맥 유지를 해온 모양이었다. 그런데 이제 그마저도 힘들어진 모양이다. 언젠가 신문에서 보니, 이건 우리 동네일만은 아니어서, 전국적으로 동네서점은 2,000개 정도가 남아있을 뿐이란다. 이제 정말 동네서점은 필요 없어진 것일까?


ysisy 2009/06/15 09:44 L R X

님하, 그걸 말이라고 하세요! 저희 부산 수영구 남천동! ‘인디고 서원’ 안 와보셨으면 말을 하지 마세요. 여기는요, 대형서점에서 베스트셀러 위주로 진열되어 있는 서가랑은 차원이 달라요. 진열된 책이 적다
고 그냥 동네서점 취급하시면 안돼요. 제가 다니는 학원이 근처에 있지만요, 그 흔한 참고서, 문제집 한 권 안 팔아요. 저도 첨엔 참고서 사러 들어갔다가 깜짝 놀랐 다니까요! 청소년 독서 전문가들이 뽑은 책을 진열하는 거래요. 괜히 인터넷 서점에서 좀 싸게 사려고 책 목록 메모하거나 핸드폰으로 촬영하시면 안 돼요. 절대 금지에요! 그게 다 인디고 서원 재산이라고요, 재산! 이 서점에서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주제와 변주’ 세미나 안 와보셨죠? 우리 또래 애들이 모여서 대화하고 토론하고. 그거 묶어서 책도 냈어요. 수준을 알만 하죠? 근데 필요가 없다고 하면, 독해~독해~
└ re : 바스키아 2009/06/15 18:19 L R X
필요 없다고 한 건 아니고요. 점점 사람들이 잊고 있는 것 같아서요. 인디고 서원 저도 들어봤어요. 부산에서 그런 문화를 먹으며 자라나고 있다니 부럽군요. 하, 부러워요~~~~

puritan924 2009/06/15 15:03 L R X

바스키아님, 참 안타까운 일이네요. 이 경제 불황을 서점이라고 피해갈 순 없겠죠. 그래도 네에 서점 하나 쯤은 꼭 필요한데요. 제가 사는 충주 금릉동에는 ‘책이 있는 글터’라는 서점이 있어요. 서점은 단지 책을 사는 공간이 아니라 문화를 만나는 공간임을 알려주는 서점이죠. 방음벽, 이중문, 진공관 오디오가 갖춰진 ‘음악 감상실’도 있고, 무료로 차를 마실 수 는 공간도 있답니다. 이게 서점이 할 수 있는 일이라니! 저는 생각도 못했어요. 서점을 운영하는 부부 내외는 얼마나 친절한 지 만나고 오면 마음이 다 따뜻해져요. 근데 이걸 어찌 대형서점이나 인터넷 서점과 맞바꿀 있겠어요. 바스키아님 동네에도 좋은 동네 서점 하나 생기길!
└ re  : 바스키아 2009/06/15 18:21 L R X
듣기만 해도, 부럽네요. 저희 동네에도 그런 서점 하나 생기면 집 말고도 갈 데가 생길텐데…. 흐흐

belief1120 2009/06/16 00:03 L R X

그러게나 말이다. 우리 동네 서점도 없어진지 오래야. 그나마 초등학교 앞에 서점이라고 이름 붙인 곳은 문구랑 참고서만 팔고. 얼마 전에 대학로에 있는 ‘이음아트’ 갔었는데. 너도 들어봤지? 거기야말로 서점이 아니라 사랑방이더라. 여기서 ‘작가와 독자의 만남’도 하고, 악회도 하고, 심지어 연극도 한다더라고. 사장님이 “누군가 서점에 머무르다 가는 것만으로도 대학로의 색깔이 조금씩 바뀔 것”이라 생각하며 만드셨다는데, 죽이지 않냐. 정말 내가 가본 서점 중에 가장 심상치 않은 서점인 것 같아. 시인 조병준, 작가 신현림, 건축가 이건섭이 이 조그만 서점에서 독자와 만난다는 게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이니. 그만큼 거기가 그런 소통의 창고가 될 만한 곳인 걸 테고. 암튼 같이 한 번 가자.
└ re  : 바스키아 2009/06/16 10:23 L R X
그래, 가자! 어디든 가자!

lehayim 2009/06/16 08:03 L R X
여기저기 이런 일이 많아서 ‘모델서점’이라는 게 생겼더군요. 동네서점이 주민들에게 책만 파는 게 아니라 독서공간도 되고, 문화공간의 역할도 하는 거죠. 책 낭독회나 저자 초청 강연회, 독서토론회 같은 것들을 상시적으로 연대요. 한국서점조합연합회랑 문광부에서 자금지원을 한다던데, 아마 동네서점들 모두 다 그렇게 되긴 힘들테고 ; ; 울산에 하나, 서울에 하나 선정돼서 운영되고 다는데 시간나면 한 번 가보세요. 이참에 바스키아님이 백수 생활 접고, 서점 하나 차려보심이......
└ re  : 바스키아 2009/06/16 13:03 L R X
저도 그러고 싶지만…. 백수가 갑자기 자영업자가 되는 일은 쉽지 않기에.^^ 일본은 지하철역마다 동네마다 서점이 있대요. 참고서를 주로 파는 동네서점이 아니라 점장의 개성이 넘치는 문화공간이라고 하더라고요. 서점분야를 세분화, 전문화해서 등산자를 위한 산악도서 전문점, 에도시대 자료만 모아 놓은 에도시대 전문점 같은 것도 있고요. 우리나라 동네서점들도 대형서점만 좇아가려 하지 말고, 작은 공간에 무엇을 담을 것인지를 고민하는 서점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물론, 그런 서점을 지킬 줄 아는 주민들도 필요할 테구요. 책 제값 주고 사는 거, 이젠 당연하게 생각해 줍시다.

글ㆍ정미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