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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길에게 길을 묻다

1억 년 전의 바다를 만나다 - 볼리비아 우유니 사막(Sala de Uyuni) ①


먼 이 국 에 서 만 난 일 행 들
버스 터미널에 도착하니 각국에서 온 배낭여행자들로 북적인다. 문득 이곳이 유럽인지 남미인지 구분이 안갈 정도다. 그들과 섞여 버스에 올라탔다. 빈 좌석이 하나도 없는 만석이다. 흔들이는 버스에 시달려 한잠을 못잔 채 눈을 떠보니 바깥은 눈이 내린 것처럼 하얗게 회칠을 한 듯하다. 드디어 내가 우유니에 오긴 온 것인가 보다. 버스에 내리니 미리 예약한 여행사 직원이 이름표가 적힌 팻말을 들고 서있다. 먼 이국에서 누군가 내 이름을 들고 서있는 느낌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우유니 사막을 여행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3박 4일의 일정으로 짜인 지프투어를 신청해야 한다. 여행사에 신청을 하게 되면 다른 여행자들과 일행이 되는데 함께 여행을 하면서 자연스레 친근한 친구가 된다. 지프에는 여행자들과 운전기사 그리고 한명의 요리사가 동승한다. 3박 4일 동안 필요한 식료품을 가득 싣고서야 지프는 서서히 백설 같은 우유니 사막을 향해 차를 몰았다.

백설의 소금사막 - 살라 데 우유니

첫 날은 살라 데 우유니(Sala de Uyuni)를 돌아보는 일정이다. 우유니 시내를 출발해서 외곽으로 1시간여를 달리면 눈앞에 하얀 소금사막이 펼쳐진다. 세상이 온통 눈으로 뒤덮인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는 백설의 소금사막. 이 소금 사막의 끝은 차로 1시간 이상을 달려야 드러난다고 한다. 남미를 여행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우유니여행을 남미의 꽃이라고 한다. 그만큼 이곳은 여행자들에겐 꼭 들려야하는 중요한 여행코스인 셈이다. 이곳은 1억 년 전에는 바다였다고 한다. 그런데 안데스 산맥과 함께몇 천 미터를 융기해 해발 3,000m가 넘는 고원지대의 소금사막이 된 것이다.
사람의 상상력으로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대자연의 신비스러움 앞에 한없이 작아지는 느낌이 든다. 바닥을 아무리 긁어도 끝없이 소금이 나와 앞으로 얼마만큼을 더 퍼내면 이 소금이 바닥날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라고 하니 그 양이 실로 대단하다. 소금 채취 현장을 지나면 광활한 소금밭에 집 한 채가 덩그러니 놓여있는데 이곳이 바로 유명한 소금호텔이다. 소금으로 집을 짓고 실내의 침대나 테이블조차도 소금으로 만들었다는 사실 때문에 이곳을 지나는 관광객들에겐 꼭 들려야 할 중요한 코스가 되었다. 소금호텔이라는 명성과는 달리 이곳에서 숙박을 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은 듯 해 보인다. 일단 가격이 턱없이 비싸기도 하고 숙박을 하기에는 여러모로 불편한 점이 많기 때문이기도하다. 실내를 둘러 보기만하는 데도 돈을 요구할 정도로 이곳은 너무나 상업화가 된 곳이다.

아름다움에 눈이 시리다

소금호텔을 나와 다시 가던 길을 재촉한다. 길 하나 없는 하얀 사막을 달리는 운전사는 이정표도 없는 길을 잘도 찾아간다. 아마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들에게만 보이는 특별한 길이 있는 듯하다. 길을 떠나온 지 1시간 만에 도착한 ‘어부의 섬(Isla del pescador)’. 일반적으로 섬이라고 하면 바다 한가운데 떠있는 것을 상상하지만 이곳은 그런 섬과는 다르다. 이곳이 예전에는 바다였기에 지금도 이곳을 섬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 섬에는 사람 키의 두세 배나 되는 선인장들이 온 섬을 가득 채우고 있는데 크기가 상상을 초월한다. 높이가 그리 높지 않았지만 이곳에서는 높은 지대라곤 이곳이 유일해서인지 정상에 오르면 광활한 소금사막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하얀 세상을 눈에 한꺼번에 담기 힘들어, 사방을 둘러 셔터를 눌렀다. 눈이 시리도록 하얀 세상은 여행자의마음을 송두리째 빼앗고도 남음이 있을 정도로 아름답고 신비롭다. 섬 구경을 마치고 내려오면 함께 온 요리사가 소박하지만 정성스럽게 식탁을 차리고 요리를 준비한다. 우유니 여행의 첫 번째 식사였다. 소금 바닥 위에서 먹는 첫 번째 식사의 감격은 그 자리에서 맛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특권이다. 비록 소박한 식사시간이지만 정성이 더해진 이날의 식사는 우유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식사였다. 식사를 마치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가던 길을 재촉한다.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소금이 아닌 비포장 길로 접어든다. 나는 우유니 사막여행이 3박 4일 동안 하얀 소금 사막만을 돌아다니는 것으로 착각했다. 그러나 우유니 여행 중에 소금사막은 첫날만 보이는 것이고 나머지는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여정이라고 한다. 소금 사막을 지나 비포장도로를 달리다보면 이곳이 얼마나 척박한 지역인지를 알게 된다. 제대로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이 지역이 사람들에게 그토록 오랫동안 기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후 5시가 넘어 첫 번째 밤을 지낼 산후안 마을에 도착했다. 그야말로 황량한 벌판 위에 흙으로 어설프게 지어진 가옥들이 몇 가구 모여 있는 마을. 숙소는 세면 시설과 난방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샤워를 하기도 힘들고 밤에는 추위에 떨어야 할 만큼 온도가 내려가 감기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한다. 어차피 고생을 각오한 여행이기 때문에 숙소문제는 별로 신경이 쓰이지는 않았다. 하루 종일 달려온 고단함 때문인지 저녁식사를 마치자마자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우유니 사막 두 번째 여행기는 ‘9-10월호’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