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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추천 영화

빛이 물들인 어둠의 세계_영화 <블랙>

블랙(Black)
독: 산제이 릴라 반살리
출연: 아미타브 밧찬, 라니 무커르지, 아예사카푸르

주인공이 장애를 극복해가는 내용의 영화에서 관객들이 기대하는 것은 새로움이 아니라 감동이다. 귀와 눈이 모두 멀어버린 소녀, 미셸이 사하이를 만나 변화되는 과정을 그린 <블랙>은 그러한 기대를 모범적으로 충족시킨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애절하고, 보는 내내 마음이 아프다가, 마지막에는 결국 눈물을 펑펑 쏟게 만드는 데 탁월한 재주가 있다. 그러나 그러한 사실은 비슷한 류의 작품들 사이에서 <블랙>이 특별한 영화라는 점을 증명해주지는 못한다. 자칫 그럭저럭한 또 한 편의 휴머니즘 영화로 지나쳐버릴 수 있는 이 영화가 오래도록 관객의 마음을 잡아끄는 것은 입체감 있는 캐릭터와 그 캐릭터들을 완벽히 재현해낸 배우들의 재능 때문이다.

<블랙>에는 소심한 장애인과 침착하고 인내심 많은 조력자라는 익숙한 조합 대신, 고집 센 제자와 우악스럽고 성질 급한 스승이 등장한다. 혼자만의 어둠에 갇혀 들짐승처럼 날뛰는 어린 미셸을 사하이가 길들이기 시작하면서 두 사람 사이에는 격렬한 몸싸움과 신경전이 벌어진다. 미셸의 난폭하고 반항적인 태도는 충격적이리만큼 심각하지만, 놀랍게도 사하이의 열정과 집념이 천천히 미셸을 어둠에서 빛으로 끌어올린다. 마치 마법에 걸린 것처럼, 미셸은 차츰 빛 가운데서 자신을 바라보고, 다른 이들과 소통하고, 지식을 탐구한다. 영영 정신지체아로 치부되어 요양원의 한 켠에서 마감되었을 지도 모르는 그녀의 생이 사하이를 통해 거듭나게 된 것이다. 미셸에게 ‘블랙’은 더 이상 어둠이나 공포가 아니라 빛과 희망의 세계이다. 성인이 된 미셸의 밝은 표정과 낙천적인 성격은 그녀가 자신의 삶을 통해 받은 은혜의 깊이를 보여준다. 신체적 결핍 이상으로 채워져 있는 은혜의 잔이야말로 신이 미셸에게 허락한 최고의 선물인 것이다.

<블랙>의 매력을 설명하는 모든 것이 훌륭한 배우와 연출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눈동자에 온갖 충만한 감정을 담아내는 라니 무커르지에게 목소리 연기란 장식품에 불과했다. 괴팍한 스승에서 치매에 걸린 노인까지 캐릭터에 완전히 동화된 아미다브 밧찬도 흠잡을 데 없다. 또한, 성인배우들에게 결코 뒤지지 않을 만큼 뛰어난 감수성을 보여준 아역 아예사카푸르는 <블랙>이 발굴해낸 보석 같은 연기자이다. 이 아름다운 배우들을 형식주의적인 미장센 속에 적절히 배치시켜 고전미를 더한 감독의 심미안에도 박수를 보낸다. 글 윤성은


황금시대(Short! Short! Short!)

감독: 김영남, 이송희일, 윤성호, 양해훈 외
출연: 조은지, 조원선, 기파랑 등

2007년부터 시작된 한국단편영화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작된 옴니버스 영화. 올해는 우리 시대 최고의 관심사인 ‘돈’을 주제로 하여 충무로와 독립영화계의 인기작가 10명이 각각 10분내외의 단편을 선보인다. 재기발랄한 단편들의 향연 속에 금전에 관한 진지한 성찰도 엿볼 수 있다.


하바나 블루스(Habana Blues)

감독: 베니토 잠브라노|출연: 알베르토 요엘, 로베르토 산마르틴, 일렌 시에라

쿠바에 사는 무명의 음악가, 루이와 티토는 신인발굴을 위해 스페인에서 온 프로듀서들을 만나게 된다. 인생 최대의 기회를 잡으려 고군분투하는 루이와 티토의 이야기가 다양한 장르의 사운드트랙과 함께 펼쳐진다. 2005년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초청작.

 

보이 A(Boy A)

감독: 존 크로울리|출연: 피터 뮬란, 앤드류 가필드

14년간의 복역을 마친 소년은 ‘잭’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나가 새로운 친구도 만나고 애인도 사귀게 된다. 그러나 그의 돌이킬 수 없는 과거는 여전히 무겁게 그를 짓누르고, 마침내 잭의 비밀을 알게 된 주변 사람들도 그를 외면하기 시작한다. 성인이 된 소년범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낸 수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