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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매거진<오늘>/문화선교연구원

기독교와 영화의 경계에 서서 소통을 외치다

서울기독교영화제가 올해로 7회째를 맞는다. 그동안 함께 해왔던 인사들과 함께 6년 동안의 영화제를 되돌아보고, 그간의 성과와 한계 등을 진솔하게 대화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지금 이 시대, 왜 ‘기독교’와 ‘영화’가 만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서울기독교영화제의 정체성과 비전을 모색한 시간. 함께 그 고민을 들어본다.

참석 : 서정오 목사(서울기독교영화제 조직위원장, 동숭교회 당회장) 
         태원석 목사(서울기
독교영화제 부집행위원장, 강북제일교회 부
목사) 
         전찬일 평론가(서울기독교영화제 전
집행위원 및 심사위원,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진행 : 노영신 목사(<오늘> 편집장)
정리 : 정미희 기자(<오늘> 기자)


전찬일 평론가

벌써 7회 째를 맡고 있는 서울기독교영화제에 대해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서정오 : 기적 같다. 처음 시작했을 때 다른 영화제처럼 할 수 있느냐, 영화를 하나 만드는 게 낫지 않느냐, 그럴 돈은 있느냐 등의 여러 가지 의구심 어린 질문들이 많았다. 어렵지만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 감사하고 감격스러울 뿐이다.

특별히 기독교 문화를 이야기 하면서, 영화라는 장르라는 선택했던 이유가 있었을 텐데.
태원석 : 존 스톤 교수는 영화는 세상을 보고 만들고, 세상은 영화를 보고 세상을읽는다고 했다. 교회가 세상과 잘 소통하기 위해, 영화가 그런 창으로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종합예술로써, 많은 사람들이 접하는 구체적인 산업 활동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분야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영화제를 돌아보며 그 성과를 평가한다면?
서정오 :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 영화제는 조금씩 성장해왔다. 교계 내에서도 많이 알려졌고, 기독교 영화인들이 교류할 수 있는 장이 되었다.

태원석 : <워낭소리> 전, 10만 관객이 들어 역대 독립영화 중 최고 흥행작이었던 <우리학교>는 바로 서울기독교영화제가 배출한 영화이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서울기독교영화제 사전제작지원작’이라는 타이틀이 뜬다. 기독교 감독끼리의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었고, 충무로 안에서도 서울기독교영화제를 인식시키고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다. 내적으로 레드카펫 행사라든지, 홍보대사 선정, 티켓나눔프로젝트 등의 형식과 같은 공세적인 시도를 하나씩 진행해왔다. 또한 그동안에는 영화의 유통이나, 좋은 영화를 선정하는 것에만 관심을 가졌다면 5회 때부터는 제작과 배급에 있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

전찬일 : 어떤 것이 기독교적인 가치가 있는 영화인지를 바라볼 수 있도록 그 단초를 제공해왔다. 기독교 영화로 전혀 생각되어 오지 않았던 영화를, 기독교적인 영화로 해석할 수 있도록 만든 과정에 서울기독교영화제가 있었다.

태원석 목사

영화제 초창기에는 ‘기독교영화’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다. 이제는 어느 정도 합의된 정의를 공유하고 있는가. 서울기독교영화제가 말하는 ‘기독교영화’란 무엇인가.
서정오 : ‘기독교적 가치’를 드러낼 수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태원석 : 단편경쟁부분이나 사전제작을 심의할 때의 기준은 ‘기독교적 가치’를 가지고 이야기하고 있는가, 예수의 정신으로 해석해 낼 수있는가, 이다. 생명, 사랑, 평화 등의 가치로 세상과 소통하는가, 그것이 중요하다. 박찬욱 감독의 작품 같은 경우에는 죄, 용서, 구원, 복수, 화해 등의 테마들이 전면에 등장한다. 개인적으로는 그의 영화들이 대단히 종교적으로 느껴지는데, 이를 혹, 기독교영화라 할 수 있는가. 또한 기독교인 감독이지만, 인간의 한계를 드러내기 위해 잔혹한 폭력과 갈등이 넘치는 영화를 만들 수도 있다. 기독교영화를 정의할 때 만든 사람의 종교나 의도가 중요한가, 영화의 메시지가 중요한가.

전찬일 : ‘기독교영화’의 정의를 내리는 것이 현실에서 쉽지 않다. 영화연구에서는 형식과 스타일까지도 논해야 하지만, 여기서는 아직 그렇게 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 같고, ‘기독교적 가치’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만 사실 포괄적이다. 그래서 ‘해석’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박찬욱 감독의 작품은 종교적 고민과 색채를 가지고 있어, 종교적 영화라 할 수 있으나 스타일과 형식은 기독교적 영

서정오 목사

화에 반하기 때문에 기독교영화로 보기에는 한계가 느껴진다. 그러나 기독교영화제에서 수용할 수 있다고 답하고 싶다. 이창동 감독의 <밀양> 역시, 반기독교적 정서와 냉소가 곳곳에 배치되었지만 감동 받은 기독교인 역시 많다. 개인적으로, 이런 영화들을 거부한다면 기독교영화제는 환영받지 못할 것이다. 기독교인 감독이라도 그 감독의 의도보다는, 영화적 텍스트의 의도가 더 중요하다. 영화는 감독의 의식보다 무의식이 더 많이 담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형식과 스타일을 무의미하게 할 수 있는 과대해석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

그렇다면 다른 영화제들과 달리 기독교영화제가 가져야 할 뚜렷한 정체성은 무엇일까. ‘십자가’, ‘교회’ 등의 원색적 이미지를 사용하지 않
으면서, 다른 영화제와의 차별성을 드러낼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여성영화제도 ‘평등’, ‘인권’, ‘화해’를 이야기하고, 환경영화제도 ‘생명’, ‘평화’ 등의 가치를 말한다.

전찬일 : 섹션을 구분하여 차별성을 가져야 한다. 본격적인 기독교 주제나 인물을 다루는 협의의 기독교영화와 일반적으로 기독교적 가치를 드러내는 광의의 기독교영화를 다른 섹션으로 구분하여 서로 넘나들며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태원석 : 미국에도 그래미 상 안에 CCM분야가 있는데, 이는 내용을 본다. 도브상은 형식을 보고 상을 준다. 우리도 그 두 가지 길을 다 갈 수밖에 없다. 실제 교회에 기독교영화제를 소개할 때는 4~50대의 수요가 많아 단편보다는 장편을 소개한다. 그리고 이들의 영화에 대한 이해를 돕는 ‘씨네토크’를 통해 ‘해석’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협의의 기독교영화 관객층이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인식하고 함께 가고자 한다. 또한 우리가 ‘비평공모’를 꾸준히 해왔던 것도 작품에 대한 해석의 힘을 기르기 위함이 었다. 너무 진지하다, 무겁다, 착한 영화만 있을 것 같다 등의 평가도 사실 있다. 기독교가 건강하게 노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도 중요하
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재미있는 영화 보기’, ‘유쾌한 영화 보기’ 등의 콘셉트 전환도 고려하고 있는가.

태원석 : 작년부터 슬랩스틱 코미디, 가족영화 등 장르의 다양성을 추구하고 있다. 마니아층 아니면 단편을 보기는 힘들기 때문에 여러 장르를 통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영화제가 되려고 한다.

전찬일 : 어렵다는 느낌은 부득이하다. 그것은 모든 영화제에 해당되는 것이 아닐까. 전주영화제는 영화를 공부하는 학생들, 평론가들이 볼 버거운 영화가 상영된다. 그것이 전주영화제의 정체성이다. 부천영화제의 경우는 ‘판타스틱’이라는 장르이고, 제천의 경우는 음악이다. 우리 역시 ‘기독교’라는 정체성을 어떻게 구현해낼 것인지,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영화제를 해오면서 가장 아쉽거나 어려운 점, 느끼는 한계는 무엇인가.
서정오 : 교계 내에서도 영화제를 왜 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것 같다. 기독교와 영화가 왜 붙어 있느냐는 거다. 문화사역의 하나로써 영화가 갖고 있는 영향력을 먼저 이해하면 좋겠다. 교회가 재정이 부족해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계속해서 기독교영화에 대한 담론을 형성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전찬일 : 한국에서는 기독교와 문화를 붙이기가 어렵다. 우선 기독교신자들이 문화적이지 않다. 영화 같은 대중문화와 종교를 결
합하는 것에 대해 반감을 갖고 거리감을 둔다. 참 안타깝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미국에서 대단한 화제를 몰았었지만, 한국에서는 흥행되지 않았다. 본격적인 기독교영화라도 보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 한국 기독교의 역량은 해외선교활동의 수치만 봐도 대단한데, 유독 문화에 관련해서는 닫혀 있다. 난 기독교가 대중문화를 이해하지 않으면 한국교회의 미래는 없다고 생각해왔다. 대중과 소통하지 않는 폐쇄성은 결국 고립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기독교영화제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한 이 무관심 속에 7회 째인데도 아직 작은 외형인 것이 안타깝다. 기독교영화제답게 갖추어야 할 외연은 무엇일까. 화려한 개막식, 수준급 배우들의 참여, 대형교회의 동원일까? 다른 영화제와는 무언가 다른, 대안적인 영화제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전찬일 : 보통 영화제의 개막식은 예산과 직결되고, 개막식에 거의 목숨을 건다. 이는 외형적인 확장을 위해서도 필요한 것 같다. 남들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런 형식을 통해서 외부에 드러나고, 참여의 폭을 넓히는 것도 중요하다.

태원석 : 우리의 레드카펫도 그 안에서 사람들을 돋보이게 하는 장치다. 작년 홍보대사였던 배우 이유리 씨 역시, 여타의 영화제에서의 레드카펫과는 다른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다른 영화제는 자본이나 정치적 이익에 따라 개막작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그러한 것을 떠나 소신 있게 영화를 선택할 수 있다. 예산의 70%가 후원과 기부에 의해 책정되기 때문인데 이는 기독교영화제만의 자랑이자 또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올해에는 특별히 ‘티켓나눔프로젝트’라는 것이 눈에 띈다.
서정오 : 영화를 보기 어렵거나 문화적으로 소외되어 있는 이들에게 교회가 영화티켓을 대신 구매하여 줌으로써 일종의 ‘문화나눔’을 실천하는 거다. 기부와 나눔이라는 가치를 영화제에 실현할 수 있는 기회다.

태원석 : 교회는 티켓을 기부하는 기쁨을 누리고, 영화를 보게 되는 이들은 영화 한 편의 행복과 여유를 느끼고, 우리 영화제는 이러한 기부와 나눔의 장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많은 교회들이 문화로 기부하고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앞으로 서울기독교영화제에 바라는 것이나 방향을 나눈다면.

서정오 : 먼저 영화제가 영화하는 사람들과 관심 있는 기독교인들이 만나고 교류하는 장으로서, 사랑방 같은 역할을 하면 좋겠다. 그런 네트워크가 모여 새로운 단계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전찬일 : 기독교를 향한 일반인들의 시선 또한 닫혀 있다. 기독교를 보수집단으로 보는 한국 영화계는 기독교에 대해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영화인들이 스스로 기독교인이라 드러내는 사람이 드물 정도다. 이런 점에서 서울기독교영화제가 이러한 간극을 메울 수 있는 통로가 된다는 게 매우 중요하다. 이것이 기독교영화제의 사명 아니겠나. 그러니 좀 더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예산과 규모 등의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전환점이 필요하다. 교회 목회자들의 적극적인 관심 유도를 위한 후원회나 다양한 이벤트 등도 필요하고, 기독교 실업인과의 협력을 통한 확장도 고려해야 한다.

태원석 : 앞으로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 실현된다면 영화제 발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