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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추천 도서

당신은 어디에 계신가요?

도가니  
공지영|창비

항상 당신과 대화를 하기 위해서 “사랑과 은혜가 많으신 하나님, 감사합니다.”로 말문을 틔웁니다. 소리 지르며 기도하기를 거부한지 이제 몇 년이 됩니다. 아니 잘 안되는 나를 인정했습니다. 그냥 잠잠히 당신과의 대화를 청합니다. 그런데 그 말문을 틔우던 문구를 말하기가 싫어졌습니다.
공지영의 <도가니>라는 소설을 읽고 나서부터였어요. 당신께 영광을 올리고 당신의 아들, 예수를 따르겠다며 만든 청각 장애인 학교에서 벌어진 일들이 날 처참하게 만듭니다. 과연 ‘사랑’
이라는 것이 가능한지, 그리고 ‘은혜’가 가능한지 다시금 생각해 볼 시간이 필요했어요. 아니 ‘사랑’과‘ 은혜’는 도대체 어디에 베풀고 계신가요. 듣지 못하기에 자신의 친구의 비명소리를 알 수 없는 아이들이 느낄 정도로 학교의 교장과 행정실장은 무참하게 아이들을 학대합니다. 차라리 그냥 몽둥이로 팼다면 분노하진 않았을 겁니다. 그 어린 것들에 대해서 성추행을 멈추지 않았어요. 그리고 그 아이들이 말하면 당할 고통을 기억하게 만들어 겁을 먹어 누구에게도 그 말들을 하지 못하게 만들고, 사람의 눈을 피하게 합니다. 아이들 곁에 다가온 새로운 선생님의 구원의 손길을 아이들은 뿌리쳐야 할 지 받아들여야 할 지 망설입니다. 너무나 상처가 많았기 때문이죠. 그래도 그 선생님과 다른 여러 선한 이웃의 도움으로 시사 프로그램에 아이들의 이야기가 이슈가 되고 검찰은 수사를 개시하죠. 교육청은 감사를 시작해요. 또 재판은 시작되었죠. 그런데 불안했어요. 그건 내가 순전히 때 묻은 사람이기 때문인가요?
불의의 이야기에 난 흔들리지 않아요. 별로 상처받지 않아요. 하지만 불의가 이길 거라는 ‘확신’을 가진 것들이 우리 주위에서 나타날 때마다 섬뜩해요. 그리고 그들이 당신의 이름을 점점 더 손쉽게 외쳐대는 요즘이 무서워요. 아니 정확히는 그걸 ‘불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당신의 이름으로 단죄해요. 책을 잡은 손이 떨렸어요. 당신의 이름을 전하는 소명을 받은 자가 성폭행 사건의 진실을 이야기하는 자를 당신의 성전에서 단죄하기 시작합니다. 아이들에 대한 상처에 대해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진실을 말한 자의 죄를 말합니다.
법원은 그들의 죄를 인정하나, 공로를 인정하여 그들을 풀어줍니다. 그리고 그들은 감사하다며 당신의 성전에서 간증하고 기도하고 찬양을 올립니다. 당신은 그 기도를 받아주셨나요. 다시 학교는 그들의 자리를 회복시켜주었습니다. 진실을 말한 선생님은 해직 당했습니다. 소설이라 불편해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있었던 일이에요. 아직도 당신의 뜻을 헤아리기 위해선 우리는 더 깊은 것을 봐야하나요. 당신 앞에서도 나는 아직 세상 물정 모르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야 하나요. 아직도 치기 어리냐는 대답을 들어야 하나요. 그러면 세상 물정과 상관없이 가장 눌린 자들과 함께하고 편들어 줬던 당신의 아들은 이천 년이 지난 지금도 철부지인가요. 들려주세요. 당신의 목소리를요. 글 양승훈


길은 학교다   이보라|한겨레출판
고등학교 1학년 때 보라는 인도, 네팔, 그리고 중국으로 혼자 힘으로 여행을 한다. 사람은 어디에서 무언가를 배울 수 있을까? 그맘때 0교시 자율학습을 해야 하고, 수업이 끝나면 또 보충수업에 이어지는 자율학습. 그 후엔 학원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야하는 17살. 보라의 여행을 하면서 느낀 것과 배운 것들을 기록해 놓은 <길은 학교다>는 보라가 만난 친구들과의 우정의 기록이고 스승을 만난 기록이다. 학교가 싫어지는 17살이
읽으면 당장 학교를 그만 두고 싶을 만큼 짜릿한 자유의 기록이기도 하다. 언젠가 보라를 길에서 만난다면 인디고 아이들까지 모여서 함께 여행의 기록을 듣고 싶다.

알렉스와 나   이렌느 페퍼버그|꾸리에
가장 똑똑한 동물은 인간을 빼고 무엇일까? 보통 영장류에 가장 가까운 침팬지나 고릴라를 이야기할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렇기는 한가? 다른 동물들은 다 바보 같고 본능에만 충실한 걸까? <알렉스와 나>는 그러한 편견에 도전한 이렌느 페퍼버그라는 생물학자와 그의 친구 알렉스라는 앵무새의 기록이다. 사람들은 앵무새는 단지 사람의 말을 따라할 뿐이라고 했지만 이렌느 페퍼버그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고 계속 실험을 했다. 유튜브(
http://youtube.com)에서는‘Alex the Parrot’이라는 알렉스의 놀랄
만한 실험결과를 볼 수 있다. 알렉스의 영리함에 놀라기보다는 힘들면 힘들다고 이야기하고, 감정을 이입해서 이렌느에게 대화하려는 알렉스의 그 공감에 놀라곤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