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nd Step _한웅재

우리 안에 있는 천국의 이미지가 대부분 상승의 방향에 맞추어져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땅 밑으로 끊임없이 파고 내려가면 지표아래에 지옥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 중세인은 더 이상 없다 할지라도, 우리의 언어는 여전히 그 같은 사고를 반영하고 있다. -천국으로 올라가다/지옥으로 내려가다- 일종의 연어(collocation)처럼 사용되는 말들. 그러고 보면 이 연어의 짝에 무슨 말을 넣든 간에, 올라가는 것은 다 좋아 보인다. 경제 지표가 오르는 것, 집값과 주가가 오르는 것, 직장에서나 교회에서 나의 입지가 상승하는 것, 학교에서 성적이 오르고 각종 스펙이 오르는 것. 여기에 ‘내려가다’라는 동사를 넣으면 금세 분위기는 어색해진다. 마치 문법시험에서 비문을 발견한 것처럼 황급하게 줄을 긋고 고쳐 쓴다. 그러나 한웅재가 노래하는 오름과 내림은 이와 같은 일반적인 문맥 바깥에 있다. 일종의 일탈이자 파격이다. 그의 노래는 우리들을 “자유의 바람”이 불고 있는 어느 언덕으로 인도한다(‘갈보리 언덕’). 그 언덕 위에 오르면 한 “의로운 나무”가 서 있다(‘의의 나무’). 아니, 나무처럼 보이는 한 인물, 나무를 깎아서 생계를 유지하던, 그리고 언젠가 그 나무에 온 몸을 의지한 적이 있던 청년이 서 있다. 또한 눈을 돌리면, 언덕 위에는 아침처럼 피어나는 기도소리가 들리는 “고향 예배당”이 있다(‘어머니, 새벽기도’). 그의 표현대로 착한 이들이 살아가는 이 공간, 여기에 올라 머무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하지만 그의 노래는 거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청년이 뜨거운 두 손으로 가리키고 있는 곳은 언덕을 넘어 내려가야만 도착할 수 있는, “들판처럼 흔들거리는 마음들”의 공간이다(‘갈보리 언덕’). 그곳에 있는 이들과 함께 삶을 나누라는 소명이 우리에게 주어진다. 골짜기를 타고 사랑과 용서의 바람이 아래로 불어 내려간다. 부드럽게 등을 미는 바람을 따라 걸어 내려가다가 문득 우리는 깨닫게 된다. “언덕을 넘어서면 아버지 집”이 있다는 것을. 아버지는 언덕 아래 마을에 서 계신다는 것을(‘저 언덕을 넘어서면’). 이것이 한웅재가 그려내고 있는 그리스도인의 삶이다. 갈보리 외에 다른 언덕을 올랐던 사람들, 십자가 외에 다른 나무를 바라보며 올랐던 사람들, 단순히 오르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를 지우며 살아가던 이 땅의 삭개오들을 향하여 손발에 나무 냄새가 가득한 청년이 나무 빛깔의 목소리로 초청한다. “넌 내려오라 그 나무 아래로 / 네가 서 있는 그 아픈 삶 내려놓고 / 마른 풀잎 같던 너의 지난 삶에서 나와 / 넌 내려오라 넌 내려오라 내게로 오라”(‘그 나무 아래로’) 글 정동현

The Power Of One _Israel Houghton

영어권의 그리스도인들이 누리는 커다란 이점 중 하나는 만물의 주인을, 친밀하고 단순한 2인칭 대명사로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언어적인 특성은 그들로 하여금 사변적이지 않은 일상어로 신앙을 고백할 수 있도록 돕는다. Israel Houghton의 노래 역시 그러하다. 특유의 강렬한 리듬감, 세련되고 화려한 화성, 그리고 폭발적인 보이스가 실어 나르고 있는 메시지는 아주 간명하다. “나는 당신에게 속해 있다. 내가 걸어가는 모든 곳에서 당신의 사랑에 둘러싸여 있다.” 그는 멀리 계신 하나님이 아니라 가까이에서 선하심과 인자하심으로 함께 하시는 하나님을 노래한다. 한껏 가까워진 수직적 관계에서의 하나됨(one)은, 나아가이 세계의 수평적 관계에서의 하나됨(one)과 변혁을 촉구하는 힘이 된다.

Road _ 노리플라이(No Reply)
각종 매체에서 ‘제2의 전람회’라고 일컫는 노리플라이의 첫 번째 앨범이다. 남성 듀엣이라는 점, 모든 곡을 직접 만들고 연주한다는 점 등에서는 다소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음악은 분명 다르다. 전주와 후주에서 기타와 피아노가 함께 연주하는 리프는 전람회의 음악에서 찾아볼 수 없는 요소이다. 곧게 뻗는 미성의 보이스 역시 중저음의 바이브레이션을 자랑하는 김동률과는 전혀 다르다. 노리플라이는 그들 자신만의 독특하고 신선한 음악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다만, 한 가지 궁금증이 드는 것― 그리스도인으로서 CCM이아닌 대중음악을 연주한다면, 어떤 노래를 불러야 하는 것일까? 어떻게든 하나님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있어야 그리스도인의 노래일까? 혹은 은유적으로라도? 아니면 기독교 세계관을 담은 노래를 해야 하는 것일까? 이도 저도 아니고 그냥 음악 프로그램 시상대에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는 멘트만으로 충분한 것일까? 아직 그들의 음악에서는 이 물음에 대한 대답(reply)을 찾아볼 수 없다(no). 어쨌든, 그들의 음악은 이제 시작이다.
Posted by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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