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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IRITUALITY/문화선교리포트

평화를 말하기보다, 평화로워라!|서문교회

“교회 다닌다는 말을 못 하겠어요.” 새롭게 인간관계를 맺을 때, 종교가 기독교라는 것을 밝히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교회나 기독교인에 대한 기사 헤드라인이 인터넷에 딱 뜨면, 가슴이 철컥, 내려앉는다. 또 무슨 기사일까. 그리고 또 어떤 댓글이 달려 있을까. 마우스를 밑으로 내리면 내릴수록 기독교를 ‘개독교’로 표현한 글은 차라리 양반이구나 싶어진다. 관심 없는 척 해야 할까. 아예 보지 말아야 할까. 씁쓸하다 못해 먹먹하게 냉가슴 앓듯 해야 하는 걸까.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것일까. ‘좋은 교회’ 찾기가 더 어려워진다고들 하는 요즘, 은평구 응암동에서 ‘좋은 교회’로 소문난 서문교회의 손달익 목사를 만나 갈 길을 잃은 한국교회를 향해, 아니 스스로를 향해 던지는 반성의 깨달음을 들어 보았다.   글ㆍ사진 노영신

소통의 단절, 진정한 위기
여기저기 힘들다, 어렵다는 이야기가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정말로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비싼 등록금? 비싼 아파트? 높은 실업률? 결국 경제적인 어려움뿐일까. 먹고 사는 게 좀 여유로워진다면 우리는 과연 행복하다 말할 수 있을까. 손달익 목사는 지금 이 시대의 가장 큰 위기를 이렇게 진단한다. “소통의 단절이요. 그게 지금 제일 어려운 문제 아닐까요? 청년들과 오랫동안 함께 해왔지만 요즘처럼 청년들의 이야기를 잘 알아듣지 못한 때는 없었던 것 같아요. 그들에게 재밌는 것은 나에게 재밌지 않고, 나에게 의미있는 것은 그들에게 가닿지 않는 거죠.” 저마다 시대가 가지고 있는 인식의 방법이 달라서일까. 생각의 패턴도, 웃음의 코드도 이전과는 많이 달라진 때, 과연 무엇을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까, 그것이 요즘 손달익 목사의 가장 큰 고민이다. “언젠가부터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지금은 이데올로기로 단절이 되기 전에, 이미 문화의 차이로 단절되는 시대가 아닌가 싶고요.” 좋아하는 노래가 다르고, 편안한 몸짓이 다르고, 즐겨 쓰는 언어가 다른데, 마음을 읽고, 이해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것이 격화되고 있는 ‘단절’ 아니겠는가. “우리 세대 목회자들끼리 모이면, 이런 고민을 많이 나누죠. 하지만 이야기하다 보면, 요즘 것들은, 하면서 푸념하고 끝나 버려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데, 사실 답이 잘 안 보여요.”

서문교회 손달익 목사 지금의 가장 큰 어려움은 사람들의 마음 을 잃어버린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 떠나 간 마음을 얻기 위해, 돌이키기 위해 교 회가 어떤 존재양식을 가져야 하는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지금의 한국교회, 자정능력을 회복해야

세대 간에 느끼는 그러한 문화적 단절은 어쩌면 요즘 교회와 세상 사이에 존재하는 괴리와 닮았는지도 모르겠다. 한국 사회에서 개신교가 현재 서 있는 자리가 때론 가혹하다 싶을 만큼 편견과 오해로 둘러싸인 것처럼 여겨질 때도 있다. 그래서 이건 편견이라고, 오해라고, 하나하나 해명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기도 한다. “때론 지나칠 정도의 비판이 억울할 때도 있죠. 하지만 그런 필요 이상의 교회 비판은 사실, 교회가 세상에 대하여 정죄하고 판단해왔던 것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생각해요. 종교적 율법주의, 위선 등이 이러한 날선 비판을 일으킨 것이라고 봐요.”
그래서 그는 교회가 더욱 ‘반성’과 ‘자정’의 능력을 회복하여 스스로를 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 교회 개혁이 필요한 이유가 거기에 있어요. 교회는 도덕성, 공공성, 그리고 미래 가치를 제시할 줄 아는 곳이 되어야 하잖아요. 요즘 교회의 핵심가치는 과연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되요.” 세상은 교회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 교회가 이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나, 했는데 그 정도밖에 안 되니, 기대에 미치지 못해 느끼는 좌절과 분노가 결국 교회를 향한 비판으로 되돌아온다는 것. 이 부분은 교회가 수용하고 참으면서 인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한다.

❶(왼쪽) 태안 봉사활동 ❷(오른쪽위) ❸(오른쪽아래) 라오스 단기선교


교회, 존재양식의 문제
교회가 처한 위기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 가지 다양한 대응을 하는 기독교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어떻게 봐야 할까. “어떤 대응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데, 제가 볼 때는 대부분, 기독교에 대한 비판을 희석시키는데 그렇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조바심을 가지고 변론에 급급하지 말고 우리의 정체성을 다시 분명히 하면서 교회를 새롭게 하는 시간으로 삼았으
면 좋겠어요. 딱 하나, ‘교리’에 대해서 오해가 있다면 변론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나머지는 세상과 싸우려 하지 말았으면 해요. 변론을 하면 할수록 그 간극이 더 커지는 걸 경험할 수 있어요.” 어떠한 변명도, 설득도, 토론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묵묵히 본질의 길을 따라 가며, 교회의 진실한 모습을 삶으로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이건 교회의 존재양식의 문제입니다. 교회가 어떤 존재양식을 가지느냐가 더 중요하죠. 지금의 가장 큰 어려움은 사람들의 마음을 잃어버린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 떠나간 마음을 얻기 위해, 돌이키기 위해 교회가 어떤 존재양식을 가져야 하는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기엔, 교회가 이미 너무 많은 힘을 가진 것은 아닐까. “지금 한국사회에서 상징하는 교회는 ‘주류’이자 ‘기득권’이죠. 권력과 돈이 있는 자가 되었어요. 처음 한국교회는 억압받는 사람으로서의 동질감이 있었고, 민족의 벗, 서민의 친구, 안식처이자 대변자였는데, 이제는 강한 자가 되었으니 어찌 교회를 친구로 보겠어요.” 그런 점에서 한국교회는 더 이상 소수도, 약자도 아닌 것이라고. “참 안타까워요. 교회 안 나가는 기독교인(Non Church Christian) 점점 많아지고 있잖아요. 최근에 어떤 아는 분도 정말 어떤 교회를 나가면 좋겠느냐고 질문하는데, 사실 말문이 막혔어요. 교회를 추천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것. 그 자체가 슬픈 일이죠.”

말만 하지 말고 그리 살자
벌써 23년 째 서문교회를 담임해온 손달익 목사는 그러한 교회의 변질을 우려하면서 ‘물량주의’를 목표로 하지 않으려 꾸준히 조금씩 걸어왔다. 그 걸음 속에서 가장 중점을 두었던 부분은 무엇일까. “큰 교회로 부흥하는 것보다는, 서로 사랑하고 섬기며 평화를 이루는 공동체를 꿈꿔 왔어요.” 깊은 지혜와 오랜 경험의 목회자가 갖기에는 소박한 꿈인지도 모르는 평화. 그것은 어찌 보면 가장 어려운 신앙인지도 모른다.
“섬겨라, 싸우지 마라, 평화롭게 지내라, 말하는 것보다 그런 리더의 삶을 보여주는 것, 그래서 평화의 가치를 인식하도록 하는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저희 교회는 지금까지 당회에서 정책을 결정할 때도 한 번도 다툼이나 싸움이 일어난 적이 없습니다.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면서 기다리며 합의해가는 문화가 형성되었기 때문이에요.” 앞서 교회의 존재양식이 중요하다고
했던 이야기가 서문교회에서는 이렇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깨달으며 고개가 끄덕여진다.
사역에 있어서 중점을 두었던 것은 ‘다음 세대를 향한 꿈’이었다. “유아에서부터 어린이, 청소년을 위해 꾸준히 애써왔어요. 제한된 여건에서 우선순위는 늘 그들에게 두었죠. 왜냐하면, 그들이 교회의 미래니까요. 고민의 여지가 없는 거예요.” 특별히 어린이집은 여성가족부와 서울시의 평가 인증을 받을 정도의 수준이 되었다고. 서문교회는 또한 ‘샘물호스피스’에 위탁하여 교인들로 하여금 호스피스 교육을 받게 하여, 지역의 필요한 곳에 가서 봉사할 수 있도록 애써왔다. 청소년들에게도 다른 곳에 가서 봉사할 수 있는 준비를 위해 ‘봉사교육’을 해왔다. 미래 사회는 섬기는 삶을 사는 리더가 필요한 시대이기 때문이다. 다른 어떤 것보다 섬기는 법, 봉사하는 법을 익히는 것은 가장 중요한 삶의 교육이라는 것. “교회가 말만 하고 그렇게 안 살면, 그렇게 안 섬기면, 다 헛것이죠. 섬기는 것도 배워야 합니다.”
현재 서문교회가 봉사하고 후원하는 곳이 200여 군데나 되는데도, 최근에는 사회복지연구소에 의뢰하여 서문교회가 이 응암동 지역을 위해 더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직접 컨설팅을 받고 있다. 이미 운영하고 있는 ‘노인대학’과 이제 곧 시작할 ‘방과후학교’ 등의 사역이 지역에게 더욱 필요한 섬김이 되도록 하기 위함이다.

한국교회의 아픈 현실 속에서도, 그는 여전히 교회가 대안이라고 말한다. “근대화와 민주화 과정에서 교회가 역사적으로 많은 역할을 해온 게 사실입니다. 그처럼 미래사회에 대하여도 여전히 교회가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회와 소통하며 교회의 본질을 회복한다면, 저는 여전히 교회가 대안이고 희망이라고 믿습니다.”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고, 거기서부터 다시 행동하는 교회로서 성숙하기 위해, 그의 뼈아픈 한국교회를 향한 반성을 다시 되뇌어본다. “문화적 편식과 아집에서 벗어나 고정관념이나 정통주의 역사를 고집하지 않는 유연함이 필요합니다. 그러할 때 우리에게 다가온 북한 선교, 통일 등의 과제도 함께 평화롭게 풀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서문교회
서울시 은평구 응암동 577-57 ㅣ 02-375-0025~8 ㅣ
www.seomoonch.org

손달익 목사가 추천하는 책
_ 진노의 잔(소설 본회퍼)

메리 글래즈너|홍성사

나치 독일에 저항하다가 39세의 나이에 순교한 행동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의 일생을 다루고 있다. 그의 신앙
과 사랑, 교회, 투옥, 죽음, 가족 이야기를 담았으며 전기 소설의 형식을 띤다. 제2차 세계대전 무렵 나치 정권의
특혜를 누리며 얼마든지 학문에만 전념할 수 있었지만, 성령의 인도하심을 좇아 기독교 신학과 교회를 지키려 노력하였던 본회퍼. 전쟁의 참상을 세계에 알리고 나치에 저항하기 위해‘ 히틀러 암살 계획’에 투신했다가 게슈타포에게 체포되어 사형 당하기까지의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