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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연재 종료

You raise me up

답답한 마음을 추슬러볼까 싶어 베데스다 연못가에 다다랐다. 그곳에 우두커니 앉아 물의 흐름을 주시한지 며칠째 되던 날, 연못을 향한 멍한 시선을 거두고 잠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연못가 주변은 저마다의 아픔을 호소하며, 앉거나 눕기를 반복하며 뒤척거리는 사람들로 붐볐다. 그들의 목적은 단 하나, 주님의 천사가 내려와 물을 휘저을 때 제일 먼저 연못에 들어가는 일이었다.

아픈 그들과 마주함
하나님을 보고 싶은 간절함, 그보다 더 솔직하게는 하나님께서 내게 뭔가 강력한 사인을 주시길 기대하며 기도원에 갔다. 숲길을 거닐며 기도도 하고 말씀도 보다가 또 예배도 드리면서 그곳에서의 머무름을 흠뻑 즐겼다. 가급적 사람들과의 대화를 피하고, 침묵을 지키려 애쓰면서. 하지만 애초에 8인용 숙소에 들어갔을 때, 그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어야 했다. 첫날은 서먹서먹했지만 이틀이 지나자 함께 묵었던 숙소의 아주머니들은 젊은 처자의 안위를 걱정하며 호구조사를 실시하셨고, 친해진 아주머니들의 거센 입담은 새벽 2~3시까지 이어졌다. 의사부터 법무사의 마누라까지, 또 이혼한 아주머니의 공통된 소재는 바람난 남편이었다. 몸에 오한도 오고, 체기까지 더해지면서 고통 속에 잠을 뒤척이던 나는 원치 않게 그분들의 대화를 들어야 했고, 그 속에서 그분들을 향한 하나님의 안타까운 마음을 느끼게 되었다.
수십 년 동안 신앙생활을 하며 권사, 집사의 타이틀을 가진 그분들은 마치 내기를 하듯 무리한 단식을 하고 계셨다. 목숨을 걸고 그들이 하나님께 요구하는 것은 심하게는 빚쟁이들에게 더 이상 시달리지 않게 해달라는 것과 무한한 물질적인 축복을 내려주시는 것, 가정의 안녕과 자녀들의 결혼 문제 등이었다. 하나님 그분 한 분만으로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시는, 아니 주셔야만 하는 목록을 하나님의 면전에서 펄럭이며, 투쟁하듯 농성을 하는 그분들을 보면서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모른다. 그러면서 그분들 보다는 좀 고상한 척 가면을 뒤집어쓰고 구체적인 하나님의 메시지를 요구하는 나 자신을 들여다보며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을 밤새도록 아프게 느껴야만 했다.

일어나 네 자리를 들고 걸어가라!
세상에서 지치고, 피하고 싶은 문제가 다가올 때마다 항상 기도원에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문제를 정면으로 맞서지 않고, 그저 하나님이 만져주시면, 연못을 휘저어주시면 내 모든 상황이 해결되지 않을까 하는 비겁함, 뻔뻔함이 내게 있었다. 신앙의 여정은, 무엇보다 믿음은 앞이 보이지 않아도 한 걸음 한 걸음 그분을 신뢰하며 나아가는 것에 있다는 말을 동생들에게 가식적으로 내뱉으면서, 정작 나는 하나님께 구체적인 표적을 구하고 바랐다. 하나님이 축복만 주시면, 그 복주머니만 강도처럼 날름 챙기고 하나님 당신은 원래 계셨던 그 자리로 가시라고 내쫓는 나는, 그리고 우리는 무늬만 기독교인은 아니었는지, 이름뿐인 자녀는 아니었는지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무기력하게 서른한 해를 누워 있던 내게 그분이 천천히 다가와 손 내미신다. 내가 오랜 세월 그렇게 보내고 있는 것을 이미 아시고는 그분은 이렇게 물으신다. “네가 낫고자 하느냐? 일어나 네 자리를 들고 걸어가라!” 앎에서 실천하는 신앙인이 되기까지 갈 길이 너무 멀고 험하다. 그러나 걸어가라고 하시니 나는 일어나 걷는다. 나를 이끄시며 때론 내 뒤를 따라오시는 그분의 발걸음을 따라...

배성분|요즘엔 하나님이 뭔가 하라고 하면 군소리 없이 냉큼 한다. 맞기 전에 하면 자세 나오니까.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