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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인디 : 구름에 달 가듯이 산다

‘평균’의 지평을 넘어 리얼하게 뜨거운 <똥파리>

 

출처 : rainbowreflection.com


<워낭소리>가 선풍을 일으키고 난 후 <똥파리>라는 영화가 알려졌었다. 많은 사람들은 <똥파리>가 독립영화의 돌풍을 이어주길 기대했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시장에서 <워낭소리>처럼 뜨거운 환영을 받지 못한 것이다. 독립영화치고는 놀라운 흥행이었지만 일반대중에게는 외면 받았다고 해도 큰 무리가 없었다. 이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똥파리>를 위해서도, 한국 독립영화계를 위해서도, 그리고 관객 자신을 위해서도 안타깝다. 왜냐하면 <똥파리>는 기존에 익숙해졌던 드라마나 영화와는 확연히 다른, 전혀 새로운 느낌을 안겨줄 것이 확실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TV나 흥행영화를 통해 볼 수 있는 언제나 고만고만한 이미지들, 그 반복되는 틀 속에 갇혀 평생을 산다는 건 답답한 일 아닌가?
대중 흥행물들은 다수의 대중이 가장 즐거워할 만한, 그러면서 여러 계층의 사람들이 함께 보기에 가장 무난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므로 평소엔 일반적인 대중 흥행물을 보는 것이 확실히 편안하고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평생 그런 것들만 보면서 산다면‘ 평균’의 지평을 벗어날 수가 없게 된다. 대중 흥행물이 제공하는 평균적인 즐거움은 물론 매혹적이지만, 가끔은 그 틀 밖에 있는 것을 경험해보는 것도 인생을 더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일일 것이다.
이것은 일종의 여행과 같다. 일상의 공간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공간을 경험해보는 것. 문화적으로 그런 일을 하는 것이다. 사람은 익숙한 자세, 익숙한 움직임만 취하면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몸이 굳게 된다. 일부러 익숙하지 않은 자세, 익숙하지 않은 움직임을 취해주면 젊고 활기찬
몸을 되찾을 수 있다. 문화적 체험도 마찬가지다. <똥파리>는 강하다. 대단히 폭력적이다. 일반적인 흥행 폭력물처럼 스펙터클하게 폭력적인 게 아니라, 내용이 얼굴을 돌리게 만들만큼 리얼해서 폭력적이다. 그래서 일반적인 경험과는 다른 체험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어두운 현실을 숨이 턱 막히도록 그려놓기만 한 다큐와는 분명히 다르다. <똥파리>엔 드라마가 있다. 인간의 이야기가 있는 것이다. 이건 따뜻하다 못해 아주 뜨겁다. 초반부엔 거부감이 들 정도의 차가운 이야기지만, 중반 이후부터 점차 온기를 느끼게 되고, 종반부엔 뜨거워진다. 그리고 벅찬 감동과 깊은 여운을 남긴다. 내 경우엔 뜨거운 눈물까지 흘렀는데, 모든 사람이 그럴 거라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감동은 확실할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사람에게 감동과 눈물을 주려 노골적으로 이야기를 고조시키진 않는다. 끝까지 건조하다. 그것 때문에 오히려 더 여운이 깊고 오래간다. 결정적으로, 단지 이런 이유들이라면 이 영화를 자신 있게 권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감동을 느끼기 전에 자버린다면 모든게 허사가 아닌가. 이 영화의 결정적인 미덕은 졸리지 않다는 데 있다. 드라마에 힘이 있기 때문이다. 독립영화를 한번 경험해보고 싶어도 졸릴까봐 무서운 이들, 어려운 내용일 까봐 선뜻 시도해보지 못하는 이들에게 권할 수 있는 영화다. 폭력 이외엔 소통하는 법을 몰랐던 어느 ‘양아치’의 뜨거운 이야기, 그 이야기에 한번 귀를 기울여보자.

하재근|날라리의 기질과 애국자의 기질을 동시에 타고 났다. 그래서 인생이 오락가락이다. 어렸을 때 잠시 운동권을 하다, 20대 때는 영상일을 했었고, 30대 초중반부터 다시 운동권이 됐다가, 요즘엔 다시 날라리로 돌아가 대중문화비평을 하고 있다. 때때로 책도 쓰며 인터넷 아지트는
http://ooljiana.tistory.com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