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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길에게 길을 묻다

1억 년 전의 바다를 만나다 - 볼리비아 우유니 사막②

 

1억 년 전의 바다를 만나다 -  볼리비아 우유니 사막(Sala de Uyuni)


기적같은 생명, 플라밍고
산후안(San juan) 마을을 출발한 지프는 자갈이 바닥에 산재한 길도 아닌 오프로드 코스를 달려 나간다. 베테랑 운전자가 아니면 도저히 갈 수 없는 길들을 가다보면 듬성듬성 난 작은 풀들을 볼 수 있다. 멀리서 보면 부드러운 풀 같지만 가까이 다가가 만져보면 바늘처럼 날카롭고 딱딱하다. 이 지역에서 식물이 자라기에는 척박한 환경이다. 그래서 그나마 자라는 풀들도 선인장과 같은 느낌이다. 우유니는 전체가 사막지대이지만 남부쪽으로 내려갈수록 소금사막, 자갈밭 사막, 모래사막 등 다양한 종류의 사막이 순서대로 펼쳐진다. 이곳의 모래 평원은 마치 다른 세상을 온 것처럼 신비롭다. 마치 누군가 아침 일찍 일어나 빗자루로 쓸어놓은 것처럼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다. 우유니지역은 어딜 가나 신비로운 풍광을 만나게 된다. 해발 5865m의 활화산 오야구에(Ollague)를 지나쳐 도착한 곳은 바로 푸른 빛깔의 라구나 까나빠(Laguna Canapa)호수다. 마치 병풍에 둘러싸인 듯한 착각이 들만큼 아름다운 이 호수는 거대한 소금 띠를 형성하고 있다. 난 우유니사막을 오기 전에 가장 궁금했던 것이 척박한 이 환경에서 서식한다는 플라밍고 무리였다. 막상 눈앞에 펼쳐진 플라밍고 무리들의 유유자적함에 난 내 눈을 의심했다. 너무나 신비스럽고 아름다운 플라밍고의 동작 하나하나를 담기위해 숨죽이며 가까이 다가가 정신없이 셔터를 눌러댔다. 그렇게 분홍빛 플라밍고(Flamingo)는 내 카메라의 포로가 되었다. 한참 정신없이 사진을 찍고 있는데 운전사가 오더니 나를 보고 웃는다. 왜 그러냐고 어깨를 들썩이니, 이곳은 플라밍고가 많은 곳이 아니고 다음에 가는 호수가 진짜 제대로 된 플라밍고 서식지라는 것이다. 난 이곳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이었는데 이보다 다 큰 서식지가 있다니 그저 놀라울 수밖에….

감동이 오기 전에 셔터를 누르지 마라

다음 행선지를 향해 달리는 차창 밖으로 몇 개의 호수들이 마치 그림처럼 펼쳐져있다. 이곳 호수들의 색깔은 파란색, 연두색, 적색 등 각양각색이다. 광물이 다량 함유된 물속에 사는 플랑크톤 때문이다. 물속의 플랑크톤이 햇빛의 강도에 따라 다양한 색으로 호수를 변화시킨다. 바로 그 플랑크톤이 플라밍고가 이곳에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호수를 지나쳐 달리다보면 황량한 실로리(Silori) 사막에 들어서는데 정말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황량한 모습이다. 그 황량한 사막에 이상하게 생긴 바위덩어리가 서있는 것이 보이는데 이곳에서는 꽤난 유명한 바위인 것 같다. 흡사 버섯 모양을 한 이 바위는 세찬 바람으로 인해 모양이 자꾸만 변하게 되었는데 시간이 더 지나면 지금의 모양도 없어질
것이라고 한다. 첫날 우유나 투어를 함께 시작한 다른 차들도 이곳에서 모두 만나게 된다. 마치 고속도로의 휴게소에 들른 것 같은 느낌이다.
해가 떨어질 즈음, 숙소가 있는 라구나 꼴로라다(Laguna Colorada)호수에 도착했다. 붉은색이 주류를 이루지만 그 외에도 무지개 색을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호수다. 난 이곳에서 그만 행복에 겨워 눈물이 쏟아졌다. 눈앞에 펼쳐진 믿겨지지 않는 광경은 마치 천국에 온 것처럼 나를 행복하게 했다. 눈물이 앞을 가려 도저히 셔터를 누를 수가 없었다. 잠시 카메라를 내려놓고 가방에서 수첩을 꺼냈다. 나도 모르게 적어 내려간 내용은 “감동이 오기 전에 셔터를 누르지 마라”였다. 지금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다. 사진가가 아름다운 풍광에 눈물 흘릴 수 있는 것은 분명 축복이다. 난 내가 멈춰선 이곳에서 스스로 나를 격려하고 위로했다. “그래 잘왔어, 정말 잘 온 거야. 안 왔으면 어쩔 뻔 했냐고!” 그렇게 난 힘겹게 이곳까지 달려온 나를 대견스러워했다.


우유니, 이곳을 와야만 했던 이유
그렇게 아직도 채 가시지 않은 감동을 안고 두 번째 밤을 맞이했다. 이른 아침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일어나니 오늘 가는 곳이 화산 지역이라 일찍 출발해야 한단다. 새벽 다섯 시, 동도 트지 않은 이른 시간에 우리 일행은 부랴부랴 짐을 챙겨 출발했다. 추운 아침 공기를 들이 마시며 도착한 곳은 솔 데 마냐나(Sol de Man~ana). 이곳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하얀 연기를 수직으로 뿜어내는 유황가스다. 이곳은 해발 4870m에 위치해있어 추운 날씨지만 화산지역이어서인지 바닥은 따뜻하다. 땅위에 솟아오르는 하얀 연기는 지하 깊은 곳에서 승한 고온의 지하수나 수증기가 얕은 곳의 지하수가 혼합되면서 생기는 것이라는데, 아침의 찬 공기 덕분에 피어오르는 연기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왜 그렇게 아침 일찍 서둘러 이곳에 왔는지 이해가 되었다. 화산지역을 나와 들른 호수는 하얀 소금 띠와 잔잔한 물결이 아침햇살에 반짝거리며 빛나는 라구나 베르데(Laguna Verde)다. 마치 두 개의 산을 겹쳐 놓은 듯 반영이 아름다운 곳이다. 물의 색깔은 지금껏 보아왔던 것과는 다르게 옥색 빛이다.
이곳을 마지막으로 우유니의 여행은 끝나간다. 처음 출발장소로 돌아가기 위해 1박을 더하면 3박 4일의 우유니 여행은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3박 4일의 시간은 나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너무나 특별하고 충만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왜 남미가 여행의 꽃이 되어야하는지, 왜 사람들이 단지 우유니만을 보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하고 찾아오는지 그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것 같다. 이 곳에서 난 스스로 행복해지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주체하기 힘들만큼 아름다운 우유니의 대자연은 척박함 속에서 빛나는 아름다움을 잘 나타내주는 곳이다. 아름다움만이 남아 여행자를 기다리는 곳, 우유니 여행은 그렇게 낯선 여행자에게 최고로 멋진 선물을 선사했다. 눈물과 감동이 있는 우유니 여행은 내 인생의 큰 행운이었다.



신미식
|디자인을 전공한 후 15년 가까이 그 분야에서 일해 왔다. 서른이라는 나이에 처음 카메라를 장만하고 17년 동안 사진에 미치기 시작하면서 세상을 향해 새로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사람에대한 애정을 사진으로 담아 내는 것을 가장 큰 행복으로 여기며 여전히 여행갈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지독한 방랑벽을 소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