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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추천 음악

어디에 있나, 당신은 그리고 나는

어디에 _조준모
한 영상을 보았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마을, 굶어죽는 아이들, 비인간적인 살육, 도시의 그늘에 버려진 사람들, 그리고 급속하게 파괴되는 자연…. 매일 텔레비전 뉴스에서, 신문에서, 인터넷 포털에서 수도 없이 다루어지는 바로 그 장면들. 익숙할수록 충격은 완화되고 실재는 관념화된다. 미디어를 거쳐 저편 어딘가에 존재하는, 그래서 나와는 무관한 어떤 일이다. 뉴스가 끝나면 곧 화사한 모델이 상품을 들이민다. 기사를 읽고 다음 면을 넘기면 아파트 분양 소식이 있다. 포털에서 빠져 나와서 게임 사이트에 접속한다. 그것이 이편의 세계이다. 더 이상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러나 그 영상의 배경음악은 낯익은 찬송가였다. “ 참 아름다워라, 주님의 세계는….” 비참한 세계를 폭로하는 영상과 아름다운 세계를 찬양하는 가사가 이루는 역설적인 긴장. 그것은 잊고 있던 질문 하나를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한다. 어떻게 이토록 어둠이 가득하고 악이 넘쳐나는 세계를 아름답다고 고백할 수 있는가? 하나님이 선하시다면, 어떻게 이런 고통을 내버려 두시는가?
하나님, 하나님은 어디 계시는가? 많은 사람들이 물었던, 그러나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잊고 살아가는 죽은 질문을, 조준모는 용기 있게 소환한다. “세상에 어둠 가득한 이때, 주리고 목마른 사람들, 헐벗고 병든 사람들 소외되고 억압 받는 사람들, 우리는 세상의 고통과 슬픔 보며 도대체 하나님 어디 계시냐 묻지만”(‘어디에’). 그리고 곧, 질문을 바꾸어 본다. 그런데 하나님의 사람들 어디에, 하나님의 사람들 어디에, 하나님의 사람들 어디 있나?”
모두 알고 있다. 하나님은 십자가에 달린 예수 안에서 인간의 죄와 고통을 경험하셨고, 지금도 경험하고 계신다. 이 단순한 한 문장이 가진 무게를 안다면, 이 고백이 가지는 급진성을 몸으로 체감한다면, 우리는 다음 순간 우리 손으로 만든 동산에 벌거벗은 채로 서게 된다. 아담아 네가 어디 있느냐. 얄팍한 나뭇잎 옷 따위로 나의 치부를 가릴 수 없다. 글 정동현


Mad Scientist & Sweet Monsters _소울 다이브(Soul Dive)
세 명의 남자가 실험실(laboratory) 안에서 번갈아가며 빠르고 탄력 있게 랩을 주조한다. 앨범의 첫 곡인 ‘The Laboratory’에서 시작해서 마지막 곡인 ‘Birth.. (The Last Question In Laboratory)’에 이르기까지, 한편의 긴 음악극이 진행된다.
laboratory의 주제를 되풀이하고 있는 6번과 7번을 중심으로, 12개의 전체 트랙이 정확하게 대칭을 이루고 있다. 그 사이에서 세 명의 래퍼는 스노보드를 탄것처럼 흥겹게 달려가기도 하고(‘Cool Running’), 좌절한 인생들의 절망이라는 독주에 취하기도 하고(‘선술집’), 자신들의 유일하고도 강력한 무기인 랩으로 세상에 맞서기도 한다(‘Sky Walker’, ‘Freaky Game 108’). “People's rapper는 가사에 책임져야 해”(‘Freaky Game 108’). 몬스터가 자리를 뜬 실험실에 그들의 메아리가 울린다.

A Moment’s Peace:Volume Two
_Christopher Phillips & John Catchings

2009년도 곧 끝난다. 정신없이 살다가 어느새 생겨버린 관성, 마치 큰 물결에 떠밀리듯이 걸어왔다. 일터와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교회에서조차 그런 영혼의 누수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 다반사다.
Christopher Phillips와 John Catchings의 연주를 담은 <A Moment’s Peace>의 미덕은 그 눈먼 걸음을 잠시 멈추게 해 주는 데 있다. 조용히 그자리에 서서 피아노와 첼로가 서로 주고받는 단순한 선율에 귀를 기울인다. 그 나라와 의를 위해 모든 삶을 영적 예배로 헌신하겠다는 거대한 목표는 지금 이 짧은 순간(moment), 마음의 전부를 하나님께 내어
맡기는데서 출발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평화의 얼굴을 검증해야 하는 미션을 되새겨본다. 자기 육체로 담을 허신 분을 초대할 때 비로소 가짜 사이비 평화는 소멸되리라. 평화롭지 못한 세상에서 참 평화를 꿈꾸게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