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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매거진<오늘>/문화선교연구원

문화선교연구원 선정 10대 뉴스 <문화로 보는 2009년 결산>

문화선교연구원은 해마다 문화계 10대 뉴스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그 목적은 단순한 정리를 넘어 반성과 성찰을 통하여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려는 것입니다. 또한 문화계 이슈는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상황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대중문화나 예술에 국한하지 않고 정치・경제・사회문제를 망라하여 총체적으로 접근하고자 합니다.

가. 소통의 역량이 절실히 요청되었던 정치・사회 분야
새해 벽두부터 시작된 용산참사와 한 해 내내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미디어법 개정, 4대강 정비사업, 세종시 수정 문제 등 한국사회는 첨예한 정책들의 입법여부로 갈등과 대립의 모습을 보여왔다. 특별히 그 갈등은 진원지인 정치권에서 심화되었고 해소되지 않은 채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무엇보다 사회적으로 소통의 역량이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한편 김수한 추기경의 선종,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의 연이은 서거 등 한국사회의 정신적 축을 지탱해온 리더들의 죽음과 이에 따른 추모 열기는 대중들이 지도층들에게 요구하는 리더십의 전형이 어떤 것이었는가를 확인해주는 사건이기도 했다.

1. 소통부재와 갈등의 한국사회: 용산참사, 미디어법 개정, 4대강 정비사업, 세종시 수정 문제
2008년에 이어 2009년도 소통의 중요성이 절실하게 요청된 한해였다. 특히 국민들은 정부와 정치권에 소통의 역량을 요구했지만 기대만큼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용산참사, 미디어법 개정, 4대강 정비사업, 세종시 수정 문제 등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둘러싼 갈등들이 해소되지 않고 계속해서 증폭되면서 정치・사회적으로 불안정한 양상을 보여주었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러한 갈등의 심화 양상이 MB 정부 내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며 이러한 상황 속에서 소통의 창구역할을 감당해야 할 종교계와 시민사회단체 역시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소통 부재의 갈등이 상시화 되는 상황 속에서 자칫 정치권과 사회에 대한 혐오와 냉대적 태도와 문화가 양산될 가능성이 우려된다. 과연 생산적 갈등과 소통의 길은 없는가. 2010년도 역시 소통이 주요 화두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2. 김수환 추기경 선종 및 추모 신드롬
2월 타계한 김수환 추기경에 대한 추모 분위기는 매우 이례적일 정도로 사회적 관심을 끓었다.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을 계기로 다시 이루어진 그의 삶에 대한 재조명은 당시 사회에 팽배해 있던 지도층에 대한 불신과 맞물리면서 추모 신드롬으로 증폭되었다. 종교지도자의 장례식이 지상파 3사를 통해 생중계 될 만큼 국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그런 의미에서 이 추모 신드롬은 사회 속에서 여전히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종교적 리더십에 대한 대중의 갈망을 확연하게 보여주는 극적인 사건이기도 했다. 한편 개신교계는 가톨릭 지도자의 선종을 통해 당면한 이미지 재고의 문제와 더불어 리더십의 약화 문제를 어떻게 전향적으로 강화시켜나갈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3. 전직 대통령 서거와 추모 열기
5월과 9월 권위주의 타파와 민주주의 구축으로 대표되는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의 연이은 서거로 한국 사회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추모 열기 속에 잠겼었다. 특별히 노무현 대통령의 비극적 죽음은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는데 가히 추모 열풍이라 불릴 만큼의 범국민적인 조문을 가능하게 했다. 아쉽게도 이러한 조문 열기는 보수와 진보의 갈등으로 비화되기도 했으며 정부가 이러한 갈등에 해소하는데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전직대통령의 투신자살이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은 검찰의 수사 관행에 대한 비판과 함께 우리 사회가 해결해가야 할 갈등의 양상이 무엇인지를 보다 분명하게 부각시킨 사건이 되었다.

나. 소통창구의 다양화를 보여준 문화 분야: 커뮤니케이션, 영화, 방송, 뮤지컬, 출판.
소통의 측면에서 정치 사회분야가 답보상태를 보여주었다면 대중문화가 생산되고 유통되는 다양한 매체 영역은 괄목할만한 변화를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소셜 네트워크의 확산으로 웹2.0 시대가 본격적으로 활착되는 양상이다. 한편 영화, TV, 뮤지컬, 출판은 새로운 영역의 장르가 선보이면서 작년의 부진을 만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영화에서는 다큐멘터리 장르의 재발견이, TV에서는 케이블의 약진이 눈에 띈다.

4. 트위터, me2day 등 소셜 네트위크의 확산
대중들의 소통에 대한 열망들은 소셜 네트워크, 이른바 온라인 인맥구축현상의 확산을 통해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트위터가 한국에 상륙하여 소셜 네트워크의 첫 단추를 끼운 이후 마이크로 블로그 형태인 me2day 등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소셜 네트워크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특히 스마트폰의 국내 상륙으로 이러한 사회적 연결망이 가속화되고 있고, 앞으로 그 증가세는 뚜렷할 전망이다. 이러한 소셜 네트워크의 확산은 기존의 소통방식을 뛰어넘어 수평적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기존질서의 변화를 가져오는 광범위한 참여와 공유가 가능하게 할 전망이다. 특히 비영리단체나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러한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신속하고도 창발적인 참여와 운동을 전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5. 영화: 장르의 다양화, 다큐멘터리 강세
한국영화는 그 어느 해보다 풍성한 해를 보냈다. 장르의 다양화에 따른 소재의 다양화가 관객 저변의 확대를 가져왔다. 특히 <킹콩을 들다>, <국가대표> 등 스포츠영화가 대중의 사랑을 받으면서 장르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한편 올해 영화의 특징은 다큐멘터리 영화의 강세인데, 영화 <워낭소리>는 단편영화사상 200만 돌파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우면서 놀라운 가능성을 보였다. 서구 봉쇄 수도원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위대한 침묵>의 매진 사례도 매우 이래적인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이는 영성을 추구하고자 하는 현대인의 욕구와 맞물리면서 선전하고 있다는 평가다. 기독교 영화계를 본다면 제 7회 서울기독교영화제에서 상영되었던 르완다 내전의 참상과 치유를 그린 <as we forgive>, 소통과 치유를 다룬 영화로 아시아나 단편영화제에 초청된 <매직캔디> 등이 큰 주목을 받았으며, 이외에도 <창끝>, <소명>, <길> 등 다양한 기독교 영화가 소개된 한 해이기도 했다.

6. 방송: 케이블 TV의 약진
올 한 해 방송가의 키워드는 케이블 TV의 약진이다. 케이블 TV는 방송계의 변방이 아니라 시청률 1%를 넘기는 중심부로 부상했다. <슈퍼스타 K>,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 6>, <롤러코스터 - 남녀탐구생활> 등등 이제 이 프로에 대한 이야기를 모르면 대화에서 소외가 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케이블 TV의 약진은 보다 소재의 고갈에 따른 소재 개발, 직설적인 표현, 디테일한 현실반영 등이 결합되면서 새로운 소통의 창구로 등장했다. 물론 시청률 경쟁에 따른 막말 방송, 막장 방송의 부작용도 우려되는 상황이어서 소통 창구의 증대에 따른 소통의 질 문제도 계속 제기될 것이다.

7. 뮤지컬: 스타들의 대거진입과 ‘무비컬’ 강세
올해 뮤지컬의 특징은 스타들의 대거 뮤지컬 진입과 함께 흥행영화를 뮤지컬로 리메이크하는 ‘무비컬’의 흥행이라고 말할 수 있다. 기존 매체의 스타들이 뮤지컬에 대거 진입하면서 이른바 스타 비율이 전체 뮤지컬 비율의 16%를 차지하였다. 이에 따라 뮤지컬이 보다 대중화되는 효과를 가져왔지만 동시에 작품보다는 스타의 인지도에 기댄 마케팅이 이루어지고 이에 따른 기대이하의 작품이 선보이기도 했다. 한편 <신행진, 와이키키>,<라디오 스타><내 마음의 풍금> <달콤, 살벌한 연인> <금발이 너무해> 등 작년의 무비컬 강세가 계속 이어졌다. 기독교 뮤지컬계는 4회째 이어져 오고 있는 부활절 창작뮤지컬 프로젝트 <가연아 사랑해>와 1971년에 미국에서 초연된 이래 꾸준한 받아오다가 올해 첫 한국에서 공연되고 있는 <갓스펠, Godspell>, 그리고 신앙과 사랑의 주제를 유머와 감동코드로 맛깔스럽게 버무려낸 <엄마의 약속> 등이 주목할 만한 시선을 받았다.

8. 출판계: 문학부분 강세와 e-book 시장의 약진
2009년 출판계의 경향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문학 분야가 강세를 보였다는 점이다. 이러한 통계를 뒷받침하듯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책은 신경숙 작가의『엄마를 부탁해』인 것으로 나타났다. 뒤를 이어 주제 사라마구의『눈먼 자들의 도시』와 고경호의『4개의 통장』이 각각 2위와 3위를 기록했다. 특별히 『엄마를 부탁해』의 100만부 돌파는 어머니에 대해 잊어버렸던 추억과 의미를 일깨어 주었을 뿐만 아니라 어머니의 실종을 통해서 성장 중심의 사회에서 잃어버렸던 가족에 대한 의미와 삶의 의미를 대중들로 하여금 스스로 성찰하는 계기를 만든 작품으로 평가된다. 한편 20%이상의 성장세를 보여준 e-book시장의 활성화는 e-book 단말기의 발전과 함께 향후 전개될 출판시장의 큰 변화를 가늠하게 했다.

다. 이외 주목할 만한 문화 트렌드
이외에도 한국사회는 특이할만한 변화들을 보여주기도 했다. 무엇보다 속도와 성장을 주요 동력으로 하는 현대사회 속에서 도리어 느린 삶과 인간과 삶에 대한 성찰을 추구하는 반작용적 현상이 눈에 띄게 확산되고 있다. 걷기 열풍과 인문학 열기는 그런 속도와 성장이라는 시대정신에 반응하는 인간문화의 한 측면이다. 슬로우 라이프에 대한 한국사회의 관심과 변화는 교회 공동체로 하여금 대안적 정신을 담지한 공동체로서의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9. 길에서 길을 묻다: 걷기 열풍
“길에서 길을 묻다”라는 지혜의 말처럼 올해 한국사회가 보여준 특기할만한 트렌드 중에 하나는 길에서 의미를 찾아가려는 걷기 열풍을 들 수 있다. 제주도의 올래길, 지리산의 둘래길, 강화도 마실길 등 전국 곳곳에 새로운 트래킹 코스가 개발되면서 걷기는 이제 일상화된 생활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사회학적으로 볼 때 이러한 현상은 건강을 추구하려는 단순한 욕망 이상의 그 무엇, 즉 경쟁, 속도, 결과 중심주의로 대표되는 이른바 압축성장의 신화를 거부하고 걷기라는 느린 과정 속에서 자신과 삶의 의미를 탐색하려는 인간 본연의 의미 추구 과정으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걷기 열풍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10. 인간의 의미를 성찰하다: 인문학 열풍
2009년 한 해는 인문학 열풍이 불었던 해였다. 대학가에서의 인문학의 인기는 이미 시든지 오래이지만 서점가를 중심으로 대중들에게 인문학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증폭되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경영, 마케팅, 자기 계발서 등에도 인문적 사고방식이 접목되면서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렸고, 지자체들이 앞 다퉈 인문학 교실을 여는 등 인문학은 이제 지식인들의 전유물이 아닌 일상의 사유방식으로 진화하는 양상이다. 이러한 현상은 걷기 열풍과 마찬가지로 경제이데올로기의 피로감 속에 지친 현대인들이 참된 인간의 의미를 탐색하고 진리를 음미하고자 하는 욕구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이러한 인문적 지성의 추구 현상은 기성종교에 대한 불만에서 기인되는 것이기도 한데, 특별히 대안적 삶의 양식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에게 종교는 영성과 가치의 측면에서 보다 분명한 답을 제시해주어야 상황에 놓여있다. 그런 의미에서 향후 교회공동체는 이러한 인문적 탐색에 응답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