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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읽다/TV 상자 펼치기

시골로 가는 버라이어티

출처 : KBS홈페이지 ‹청춘불패›


이미 시골은 버라이어티의 주 무대가 된 지오래다. <1박 2일>(KBS), <패밀리가 떴다>(SBS) 같은 ‘리얼 버라이어티’를 표방하는 이들 프로그램은 지역의 특산물과 명소를 주민들의 소박한 웃음과 함께 홍보하는 <6시 내고향>(KBS)을 넘어, 연예인들의 캐릭터를 날것 그대로 드러내면서 시골에 대한 도시민의 환상을 자극하며 시청률과 지역홍보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있다. 지역의 특산명품을 소개하며 ‘공복 버라이어티’를 내세우는 <괜찮아U>(SBS)나, 소녀시대, 카라 등 유명 걸그룹이 총동원된 <청춘불패>(KBS) 등의 프로그램이 계속 생산되는 배경이다.

시골 속 그들만의 재미
왜 버라이어티는 자꾸 시골로 가는 것일까? 시청자들은 연예인들의 ‘깨는 모습’이 시골과 만나 일으키는 시너지에 주목한다. 카리스마 래퍼 은지원은 ‘은초딩’이 되고, 박예진은 가녀린 외모와는 다르게 현장에서 닭을 잡는 ‘달콤살벌 예진아씨’가 되는 등 연예인들이 보여주는 의외의 모습이 대본 없는 예능을 표방하는 ‘리얼 버라이어티’의 생명력이다. 여기에 시골이라는, 도시민의 입장에서 향수에 어린 동시에 일탈적인 공간이 캐릭터의 의외성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이미 산업화와 도시화가 고도로 진행된 우리 사회에서 시골의 노령화와 실질인구 감소도 주요한 배경으로 작용한다. 지역의 인구가 줄어드는 것이 만성적인 고민인 지자체로서는 방송이, 그것도 젊은 세대가 즐겨보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기 지역에 찾아와 홍보해주는 것을 막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런점에서 여러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들은 <6시 내고향>의 업그레이드된 버전일 게다. 하지만 예능 프로그램이 시골을 조명하는 과정에서 여전히 안타까운 면들이 많이 보인다. 단적인 예로 <청춘불패> 2009년 12월 18일 방송분은 소녀시대 유리의 요가 강좌로 시작한다. 강좌에는 출연진뿐만 아니라 동네 주민 분들도 참여하고 있었다. 카메라는 주민들이 연예인들끼리 주고받는 개그에 웃는 모습을 비추지만, 정작 주민들의 진짜 개그, 진짜 웃음은 비추지 않는다. 이 점은 ‘리얼 버라이어티’의 전반적인 경향이다. 또 촬영을 위해 농번기, 농한기 가리지 않고 주민들을 계속 동원한다는 것도 주민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퍽 불편한 일이기도 하다. 예능의 중심에는 결국 MC와 연예인들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마을 주민들이 어디까지나 ‘들러리’ 신세라는 것은 입맛이 쓴 일이다. 찾아가는 사람이 주인이고, 맞이하는 사람이 손님이라는 이 역설적인 상황이야말로 ‘리얼 버라이어티’인지도 모른다

지역의 문화 살리는 리얼의 정신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라이어티는 꾸준히 시골로 갈 전망이다. 성공한 프로그램들의 전례가 보여주듯, 시골에서 더욱 더재미있는 방송분량을 뽑아낼 수 있다는 것이 검증되었고, 또 지역이 우리 사회 발전의 키워드라는 공익적 관점에서도 프로그램을 만들 명분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버라이어티의 목적은 웃음이고, 결국엔 시청률이다. 프로그램 자체의 존재 의의를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서울과 지방 사이의 격차가 극심한 우리 사회에서 ‘리얼 버라이어티’가 그 격차를 무시하거나 적당히 온건한 이미지로 포장하지 말고, 지역민에게 진실한 웃음과 문화여건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싶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의 책 <지방은 식민지다>에 의하면 2002년 현재 서울은 중앙행정의 100%, 경제기능의 76.1%, 정보기능의 93.6% 등을 보유하고 있다. 문화기능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리얼 버라이어티’가 상황극이나 지역 특산물에만 의존하지 말고, 지역의 문화를 어떻게 살릴 수 있을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글 김주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