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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인디 : 구름에 달 가듯이 산다

진정한 힙합 정신의 거친 울림 _힙합전사 <타이거JK>

출처 : 드렁큰 타이거 공식홈페이지


요즘 원래의 뜻에 비추어 힙합전사처럼 우습게 된 말이 또 있을까? 힙합을 흔히 저항의 음악이라고들 하는데, 원래 힙합은 저항보다는 분노의 음악이었다는 쪽이 맞을 것이다. 미국의 흑인들은 노예로 그 땅에 끌려왔다.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에서 스스로의 의지가 아닌 타의에 의해 끌려온 민족 집단은 아프리카계 흑인이 유일하다. 그들은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았고, 그런 흑인의 고통과 한이 블루스의 모태가 됐다.
흑인들은 남북전쟁 후에도 여전히 차별과 폭력의 고통을 겪다가 1960년대에 비로소 미국시민으로서의 평등한 권리를 획득하기 시작한다. 이때 미국은 가장 복지사회에 가까워지기도 했다. 그러다 1980년대에 이르러 미국은 양극화 사회로 변모한다. 양극화 사회는 약자에게 냉혹한데, 미국에서 약자란 결국 흑인들이었다. 흑인들은 유럽의 좌파들처럼 조직적으로 저항하지는 못하지만, 자신들의 동네에 모여 차별받는 설움과 좌절당한 분노를 음악적으로 표출했다. 그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 바로 힙합이다. 이렇게 해서 힙합은 약자, 소수자, 차별받는 자들의 정서를 표현하는 분노의 음악이 됐고, 언제부터인가 국내에선 그런 힙합 음악인들을 일컬어 ‘힙합전사’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요즘 이 말은 우스울 뿐이다. 힙합이란 음악 자체가 기획사와 아이돌들에 의해 포획됐고, 예능에서 활약하는 아이돌 출신 솔로가수가 힙합전사로 포장되어 음악활동을 하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힙합전사의 거친 울림은 사라지고, 그 이미지를 차용한 상업성만 남았다. 하지만 여전히 ‘힙합전사’의 길을 가는 음악인이 있다. 올해로 데뷔 10년째를 맞이하는 타이거JK다.
그는 스타도 아니었고, 주류 방송인도 아니었다. 한국 힙합의 대부라는 소리까지 들으면서도 그는 그 흔한 강남이나 서울 시내가 아닌 의정부에 작업실을 두고 있는 비주류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의 6집 타이틀곡의 제목은 ‘소외된 모두, 왼발을 한 보 앞으로!’였다. 왜 하필 왼발이냐는 물음에 타이거JK는 “왼쪽도 소외된 쪽 같아서….” 라는 답을 남겼다. 그의 시선은 우리 사회의 그림자를 향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상업적인 기획 음악들은 다수, 주류, 양지를 지향한다. 그래서 대형기획사의 아이돌이 힙합전사라고 불리는 것에 실소가 터져 나온다. 반면에 타이거JK를 보고 있노라면 힙합전사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그는 미련하게도 올해 무려 27곡이 수록된 8집 음반을 발표했다. 요즘처럼 유행이 빨리 왔다 가는 휴대폰 컬러링의 시대엔 무모한 짓이었다. 최근엔 짧은 싱글CD로 치고 빠지는 게 대세다. 하지만 그는 2년을 투자한 대작을 터뜨린 것이다. 타이틀곡 ‘몬스터’에서 그는 ‘발라버려!’를 외쳤다. 걸그룹 패권기에 이런 타이거JK가 성공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보였다. 하지만 기적이 일어났다. <무한도전> 여름특집이 그를 초대한 것이다. 그는 생애 처음으로 국민적 관심을 받았고 8집 음반도 성공했다. 급기야 2009 MAMA 무대에서 아이돌들을 제치고 올해의 남자가수상을 받기에 이른다. 10년 만에 힙합전사가 스타가 된 것이다. 10년 동안의 ‘무모한 도전’을 마침내 주류 무대에서 인정받은 그 순간 그는 감격스러워했다. 타이거JK의 2009년을 축하하며, 그의 다음 ‘무모한 도전’을 기다린다.

하재근|날라리의 기질과 애국자의 기질을 동시에 타고 났다. 그래서 인생이 오락가락이다. 어렸을 때 잠시 운동권을 하다, 20대 때는 영상일을 했었고, 30대 초중반부터 다시 운동권이 됐다가, 요즘엔 다시 날라리로 돌아가 대중문화비평을 하고 있다. 때때로 책도 쓰며 인터넷 아지트는
http://ooljiana.tistory.com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