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겨울, 수요일만 되면 손꼽아 기다리는 드라마가 있었다. <뉴 하트>, 처음엔 이름이 좀 유치하다 싶었다. ‘사람을 살리는’ 흉부외과 의사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드라마는 살아 움직이는 사람의 심장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고자 수 십 마리의 돼지를 잡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죽음의 문턱에 이른 사람들을 살려야 하는 의사들의 다양한 모습 속에서 교회 구성원들의 역할이 떠올랐던 것은 우연이었을까. 어쩌면 교회와 병원, 이 두 곳의 역할과 책임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을 살리는 곳

일주일에 한 번, 가난한 사람과 부자, 아픈 사람과 건강한 사람, 아기와 노인, 남자와 여자가 함께 모이는 곳이 있다. 아마 돈 주고 모아도 1년 52주를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로 한 곳에 모으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고 있지만 따지고 보면 전혀 당연하지 않은 주일 낮 예배시간.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유를 가지고 교회에 들어선다. 일단 교회문턱에 들어선 사람들은 당장 1분 후를 알 수 없는 병원 응급환자들과 같다. 눈에 띄는 흉측한 상처는 없지만 마음에 그보다 더 한 흉터를 갖고 들어오는 환자들이다. 일주일동안 전쟁 같은 삶 속에서 잠깐의 안식을 누리려고 들어온 사람들이다. 때론 아주 드문 일이지만 정말로 다음을 알 수 없는 슬픈 경험도 한다. 20살 무렵, 예배가 끝나면 늘 후다닥 튀었던 내손을 붙잡고 환하게 웃어주시던 전도사님이 계셨다. 분명히 다음 주에 보자고 약속하셨는데 전도사님은 내게 거짓말을 하셨다. 그 주가 끝나기 전, 전도사님은 예쁜 아기와 사모님을 두고 사고를 당해 돌아가셨던 것이다. 지금도 그 전도사님의 미소는 지울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아있다.

교회는 사람을 살리는 곳이어야 한다. 오늘만 오고, 다시는 교회에 오지 않을 사람도 있고, 오늘의 경험으로 평생을 교회에 다닐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따뜻한 격려와 안부, 사람을 보듬는 것이 어색하면 그냥 침묵으로 있어도 좋다. 하나님의 말씀이 아닌 상처 주는 말이 살아서 운동력이 있어 좌우에 날선 어떤 검보다 예리하여 상대방의 혼과 영과 및 관절과 골수를 찔러 쪼개기까지 하는 일을 종종 보았다. 응급실에 들어온 사람을 치료도 못해보고 영안실에 보내서야 되겠는가. <뉴 하트> 극중, 흉부외과 과장 최강국의 대사가 생각난다. “난 사람을 살리는 의사다.” 우리도 이쯤에서 외쳐보자. “따스한 말 한마디를 할 수 있는 난 사람을 살리는 그리스도인이다.”


살아 움직이는 심장 소리

사람을 살리려는 마음속엔 자신의 잇속을 채우고, 남들의 평가를 기대하는 것은 메스로 도려내야 한다. 내가 누굴 구원하겠다는 ‘구세주 강박증’은 버리고 그저 가슴속에 ‘눈물’만이 가득 찼으면 좋겠다. 내가 상대하기도 싫은 불편한 저 사람을 위해 우리 주님이 목숨을 버리셨다는 사실을 알면, 게다가 용서받지 못할 나 같은 사람을 위해 돌아가셨다는 깨달음을 갖게 된다면, ‘한 영혼을 주님께로’라는 구호는 전도할 때 어쩔 수 없이 외치는 소리가 아닌 가슴 속 울림이 될 것이다. 남을 생각하며, 배려하는 <뉴 하트>가 교회 곳곳에서 살아 움직이며 쿵쿵 뛰는 소리가 들렸으면 좋겠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몸이요 지체의 각 부분’이라고 사도 바울은 말했다. 교회를 이루는 한 몸의 부분인 내가 몸의 다른 일부분을 스스로 망가뜨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내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면서.



배성분|오랜 청년부 임원을 내려놓고 쉼 속에서 서서히 나를 찾고, 발견하는 중이다. 하나님께서 만드신 특별하고 소중한 나.


Posted by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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