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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IRITUALITY/문화선교리포트

지역과 함께 숨 쉬는 교회|장유대성교회

장유대성교회는 1950년 부산 대청동에 설립된 부산대성교회에서 2001년 6월 장유신도시 지역으로 분립한 교회이다. 경상남도 김해시 장유면 삼문리 103번지에 위치한 이 교회는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교회로 인식되고 있다. 불교문화권의 영향이 강해 기독교 인구가 5%정도에 불과한 지역에서 9년 전 200여명으로 시작한 교회가 지금은 장년출석 1700여명과 주일학교 1000명으로 급성장하였다. 교회의 비전을 함께 공유하고 지역을 섬기며 함께 호흡하는 교회로 성장한 장유대성교회를 다녀왔다. 글ㆍ사진 김승환


북카페 ‘필그림’

장유에 새로운 터를 만들다
‘장유면 삼문리’로 나열되는 주소를 보아 예상했던 시골 풍경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논과 밭이었던 장유면이 주거지역으로 개발되면서 아파트가 하나 둘씩 들어서 신도시가 만들어진 것이다. 인근의 부산, 창원, 마산, 진해 등지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이 모이면서 젊은 도시로 변화했다. 대부분의 주민이 타지에서 이사를 온 상태였기 때문에 서로 사귀며 만날 수 있는 계기와 공간도 부족했다.
또한 다양한 배경과 사회적 지위를 가진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지역정서가 아직 자리 잡지 않은 상태였고 새로운 지역문화 창출에 대한 요구가 대두되었다. 그런 지역의 상황에서 교회를 시작한다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분립하여 이곳에 교회를 건축하고 비전관을 세우면서 기독교적 가치관으로 지역문화를 선도하고자 하는 도전을 시작했다. 교회를 분립하는 과정 또한 지혜롭고 합리적으로 이루어져, 교회분립의 좋은 모델이 되고 있다. 도시의 시작과 함께 태어난 교회는 지역의 필요가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지역사회를 위한 모든 사역을 담당하는 ‘지역사회봉사원’을 만들고 교역자(이경선 목사)를 따로 배정하여 모든 사역을 총괄하게 하였다.

키즈랜드

1층은 지역민을 위한 공간으로

도시의 시작과 함께 한 교회는 지역의 필요가 무엇인지부터 고민하기 시작한다. 쇼핑센터와 문화센터가 전무 한 상태에서 지역 주민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서 문화교실로 첫 사역을 열었다. 2001년 겨울학기에 처음 시작한 문화교실은 현재 1년에 3학기제 62개 강좌가 열리고 있다. 각종 어학과 다양한 취미, 스포츠 등의 질 높은 강좌가 무료로 열리니, 접수하는 날이면 큰 도로까지 나와 주민들이 나와 줄을 서서 기다리는 진풍경이 펼쳐진다고. 장유대성교회의 1층은 모두 이 지역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꾸며졌다. 차와 음악이 있는 공간의 북카페 ‘필그림’은 주민들의 교제 공간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차를 마시고 서적을 구입할 수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젊은 엄마들의 수다 소리가 카페 기운을 싱그럽게 채우고 있다. 북카페 필그림의 한쪽에는 자원의 재활용 운동으로 쓰지 않는 물건을 모아 이웃과 나누는 아름다운 가게를 운영하며 생협을 통해 친환경 유기농 농산물을 제공하는 곳도 있어 안전한 밥상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키즈랜드’이다. 50평 정도의 공간에 실내놀이시설을 만들어 지역 엄마들의 수고를 덜어주고 있다. 문화교실 강의를 듣기 위해서는 아이를 맡겨야 하는데, 이를 위한 교회의 세심한 배려라니, 엄마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버렸다. “교회에 다니지 않는 엄마라도, 교회에 와서 키즈랜드에 아이를 맡기고, 문화교실 강의를 듣고 난 후, 북카페 필그림에 가서 따뜻한 차 한 잔 나누며 수다를 떨고, 아름다운 가게에 들러 아이들에게 맞는 겨울옷을 한 벌씩 구입한 다음, 유기농 채소와 과일까지 장보고 돌아오는 것이 하루 일과가 되는 거죠. 교회에서 이 모든 것이 가능하니까요.” 지역사회봉사원 이경선 목사는 이 모든 것을 이용하는 이들의 80% 이상이 교인이 아닌 지역민들이라고 한다. 이쯤 되면 장유대성교회가 장유 지역에서 얼마나 ‘친절한’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을 했는지 짐작할 만하다.

지역을 섬기는 일이 체질화 되다
지역을 섬기고자 하는 장유대성교회의 의지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2005년부터 시작한 ‘방과후교실’이 2009년 10월부터는 ‘꿈샘지역아동센터’로 허가되었다. 맞벌이 부부의 증가와 이혼, 실직 등으로 인해 소외되는 아이들을 돌보고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또한 장유지역의 노인문화와 복지 향상을 위해 어르신들의 수요에 맞는 ‘경로대학’을 개설하여 지역사회에 아름다운 전통을 만들어가고 있다. 또한 주간 교회학교 유아 프로그램으로 아기학교를 열어 생후 24개월에서 48개월 사이의 아이들과 보호자를 대상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치고 음악과 놀이, 야외학습, 어머니 교실 등을 하고 있다. 임산부학교에서도 예비신부와 임신여성을 대상으로 임신으로부터 오는 여러 가지 상황들에 대처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홀로 생활하신 어르신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하기도 하고, 일 년에 한번 크게 열리는 ‘사랑나눔자선바자회’에서는 매년 발생하는 수익금을 전액 지역에 기부하여 공공 도서관의 책을 구입하기도 하고, 주변 17개 학교 170여명의 결식아동들에게 급식비를 제공한다고. 학교에서는 결식아동이 생길 때마다 장유대성교회로 문의를 해오고, 교회는 이를 도울 수 있어 행복할 뿐이란다.

교회가 고마운 지역

이러한 사역들을 진행하면서도 교회는 절대 주민들에게 교회에 나오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본인 스스로가 마음의 문을 열고 교회에 나오기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그럼에도 문화교실의 강사들뿐만 아니라 수강생들 중 20%정도가 교인으로 등록한다고 한다. 교회가 지역사회에 대한 여러 가지 일을 진행하다 보니, 한 가정 안에서 아기는 아기학교, 엄마는 문화교실, 할머니는 경로대학을 다니기도 한다고. 교회가 가정의 문화까지 자연스레 영향을 미치게 되는 거다. 대사회적인 교회의 이미지가 많이 실추되고 있는 요즘, 장유대성교회는 지역민들이 높은 호감도와 고마움을 느끼는 교회가 되었다는 측면에서 그저 감사할 뿐이라고. 이 다양한 사역을 감당하기 위해서 20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본인이 선택한 요일과 시간에 와서 일손을 돕는다. 성도들에게 지역을 섬기는 것을 몸으로 깨닫게 하는 동시에, 사역의 장을 제공함으로써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교회로 성장하게 되었다. 장유지역의 정보를 제공하는 온라인 네트워크 장유넷(
www.jangyu.net)이 있는데 그곳에 교회에 대한 비방의 글이 올라 올 때면 지역주민들이 먼저 나서서 변호하기까지 한다. 이것이 바로 문화선교의 힘 아닐까.

한재엽 목사는 문화사역을 시작할 때 장기적인 안목으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시행한 후 바로 열매를 거두려하지 말고 기다릴 줄 아는 인내가 중요하다는 것. 장유대성교회는 문화를 하나의 행사와 프로그램으로 바라보지 않고 지역주민의 삶을 깊이 이해하려는 측면에서 바라보고 다가가려 노력했다. 대화하고, 소통하고, 나누고자 하는 교회의 값진 노력. 장유에서 이 교회가 사랑을 받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장유대성교회  경상남도 김해시 장유면 삼문리 103 ㅣ 055-723-2001 ㅣ www.jangyu.or.kr

 

인ㆍ터ㆍ뷰  장유대성교회 한재엽 목사

“<에덴의 동쪽>의 영화를 볼 때면 장면 장면마다 눈물이 나는데 요즘 젊은이들은 쉽게 공감하지 못하더라구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던 아버지와 아들이 마지막에 가서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장면에서 인간의 본질이 무엇인지 깨닫게 됩니다. 이해하지 못하는 죄책감과 이해받지 못하는 서러
움이 해결될 때 부자지간에 하나 됨이 있어요. 사실 서로를 알아가는 것이 구원의 참 메시지인데 대부분이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한 목사는 그동안 교회가 신론과 기독론, 성령론을 이야기하면서 정작 ‘ 인간론’ 을 소홀히 했음을 지적한다. 사람을 향한 깊은 이해와 통찰을 통하여 서로
를 바라보고 각자를 성찰할 때 더 좋은 교회와 세상이 되지 않을까? 어쩌면 목회가 스스로를 목회의 대상으로 놓고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작업일지 모른다. 성도를 목양하기에 앞서 스스로의 연약함을 깨닫고 겸손에 설 줄 아는 진실함이 필요하다.
“목회의 기쁨은 이해받고 이해하는 것입니다. 누가 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오해할 때 너무나 괴롭고 힘들지만, 나를 이해해주는 교인들이 있다면 그것만큼 큰 기쁨이 없거든요. 교회의 규모와 상관없이 서로를 알아가는 기쁨으로 행복해야 합니다. 하나님을 알아가는 것이 결
국 나를 발견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거든요.” 그가 사람 이해를 강조하게 된 배경은 신학교 시절부터 탐독했던 폴 트루니에의 영향이 큰 것 같다. 몇 번의 만남으로 성도를 이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교인 한 사람 한 사람을 품기 위해 사람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자 했었다.
한 사람의 일생을 다 알지 못하겠지만 그 사람을 이해함으로써 존재 자체를 받아들이려 노력해 온 과정을 거치면서 결국 인간 이해가 바르게 되어야 신앙이 바로 선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목회에 대한 큰 비전은 없어요. 성도들이 서로를 섬기며 이해해 갈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목회의 방향입니다.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까 이해하는 사람들과 교분이 생기고 교회가 건강하게 서가는 것 같아요.” 홍상수 감독의 <잘 알지도 못하면서>라는 영화에서 고현정은 “딱 아는 것만큼 안다고 말해요. 잘 알지도 못하면서”라는 대사를 남긴다. 그녀의 말을 빌려 홍 감독은 서로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다 아는 척 말하고,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이해하는 척 행동하는 우리의 모습을 꼬집는다. 오늘날 교회는 자신과 다른 것을 틀렸다고 여기며, 각자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아집으로 인해 소통의 어려움과 분열이 일어나고 있는 지도 모른다.
한 목사는 부산에 내려온 지 20년이 되어간다. 보이는 사역에 치중하며 소문내는 교회도 많지만, 말없이 묵묵히 교회를 지켜왔다. 자신의 특기를 ‘ 교회에 죽치고 있기’ 라고 말하며 웃는다. “서울에서 처음 내려왔을 때, 아,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여기구나 싶었어요. 하나님이 이곳으로 나를 보내신 것을 확신했기에 지금까지 행복하게 목회를 해올 수 있었습니다.” 여름 휴가철이 되면 함께 사역했던 부교역자들이 종종 장유로 놀러온다. 사람을 이해하고 믿어주는 한 목사와 함께 했던 지난 시간들이 행복했었나 보다. 그에게 사람은 하나님이 보내신 선물이다. 이해받기 전에 먼저 이해하려 했던 그의 다가섬이 지역을 변화시키고 교회를 건강하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