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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길에게 길을 묻다

천국에서 가장 가까운 섬, 뉴칼레도니아

난 천국은 마음에만 있는 것이라고 믿었었다. 그러나 가끔 천국은 눈을 통해서도 들어온다는 것을 느낀다. 내가 만난 아름다운 바다는 나를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 시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조용히 이곳의 평화를 누리는 것일 뿐.


꿈꾸던 낙원이 눈앞에
‘지구상에 파라다이스가 있다면 그곳은 과연 어디일까?’ 라는 궁금증을 한번쯤은 가져본 적이 있을 것이다. ‘과연 그런 곳이 지구상에 존재할까?’ 라는 의구심도 들겠지만 말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여행지는 사람이 꿈꾸는 천국과 가장 가깝다는 이름이 붙을 정도로 아름다운 섬, 뉴칼레도니아다. 꿈결같이 펼쳐진 산호색의 바다를 보며 시원한 맥주 한잔을 들이켜다 보면 이곳이 천국이구나 하고 스스로 감탄하게 된다.
아직 우리에게 이름이 익숙하지 않은 뉴칼레도니아는 호주 동부 해안에서 1,500km 떨어져 있다. 파푸아 뉴기니와 뉴질랜드에 이어 태평양에서는 세 번째로 큰 섬으로,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산호초로도 유명하다. 뉴칼레도니아는 자연 생태계의 보고로 알려질 정도로 열대우림의 자연환경이 그대로 간직되어 있다. 이 섬을 처음 발견한 스코틀랜드 출신의 선장이 자신의 고향 바다와 많이 닮았다고 해서 이름붙였다고 한다(칼레도니아는 로마시대에 스코틀랜드를 일컫던 말). 열대우림 특유의 원시 자연환경이 주는 아름다움과 함께 뉴칼레도니아가 사랑받는 이유는 1년 내내 따사로운 햇살과 열대우림의 온화한 기후 그리고 아름다운 해변이 주는 즐거움이다. 뉴칼레도니아의 주요 관광객은 일본인이다. 소설가 모리무라 가쓰라가 쓴 <1965년 천국에서 가장 가까운 섬>이라는 로맨스 소설을 통해 1960년대 본격적으로 일본에 알려졌고, 이곳의 아름다운 바다와 풍광은 일본인의 눈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섬과 섬으로 이어지는 무릉도원

니켈의 주요 생산지이자 뉴칼레도니아의 수도인 누메아는 흔히 작은 프랑스라고 불릴 정도로 현대적인 프랑스의 모습을 닮았다. 태평양에서 프랑스의 문화를 느껴보는 즐거움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프랑스의 니스를 옮겨놓은 듯한 건물들과 부둣가에 정박돼 있는 화려한 요트들을 구경하는 것도 이곳에서의 즐거움 중 하나다. 현지 원주민과 멜라네시아인들의 삶과 문화를 볼 수 있는 누메아 문화센터는 뉴칼레도니아에서 꼭 들러봐야 하는 장소다. 독립운동을 주도하던 치바우를 기념해 프랑스 정부가 세운 것으로 건축물 자체가 소나무 숲 같은 형상으로 꾸며져 있다. 파리의 퐁피두센터와 일본 오사카의 간사이국제공항을 설계한 이탈리아 출신 건축가렌조 피아노가 설계해 건축 당시 극찬을 받았다. 뉴칼레도니아 여행은 수도 누메아에서 경비행기로 30분 정도 거리에 있는 남단의 섬, 일데팡을 최우선으로 꼽는다. 일데팡은 소나무섬이라는 뜻으로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해안선의 소나무 라인들은 이곳만이 갖고 있는 매력이다.
일데팡은 작지만 그 매력은 그야말로 끝이 없을 정도로 많다. 산호가 부서져 백사장을 이루고있는 해안을 따라 가는 트래킹은 물론, 강줄기 같은 소나무 숲을 따라 돛단배를 타고 두 시간 가량을 흘러가는 배 위에 있다 보면 세상의 근심들은 어느새 남의 일이 되어버린다

짧 고 찬 란 한 하 루
나폴레옹 3세 때 지은 하얀 등대와 산호초로 둘러싸인 아메데섬은 누메아에서 크루즈로 들어가야 한다. 24km정도 떨어진 거리로 섬 전체를 돌아보는 데 30분 정도 걸린다. 무인도인 이 섬은섬 전체가 하나의 리조트라고 할 수 있다. 섬의 한가운데에 세워진 하얀 등대가 이곳의 하늘 및 바다 빛깔과 어울려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아메데섬에서의 하루는 너무나 짧고 아쉽다. 관광객들을 위해 이곳만의 특징을 살린 원주민들의 공연, 유리보트로 열대어를 감상하는 시간, 그리고 바다 한가운데에 가서 상어에게 먹이를 주며 감상하는 시간 등 다채로운 일정들로 하루 해가 짧게 느껴진다. 바다가 아름다운 곳, 뉴칼레도니아. 바다가 주는 빛깔의 마술에 빠져 있다보면, 마음은 이미 천국에 이르는 듯하다.


신미식|디자인을 전공한 후 15년 가까이 그 분야에서 일해 왔다. 서른이라는 나이에 처음 카메라를 장만하고 17년 동안 사진에 미치기 시작하면서 세상을 향해 새로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사람에 대한 애정을 사진으로 담아 내는 것을 가장 큰 행복으로 여기며 여전히 여행갈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지독한 방랑벽을 소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