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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추천 공연

기적은 단순과거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다

뮤지컬 <미라클>
■기간 : OPEN RUN
■장소 : 대학로 미라클 씨어터 1관


흔히 ‘작은 선물’이나 ‘작은 음악회’ 등등 ‘작은’이 수식된 타이틀은 내재된 심리적 계산이 있게 마련이다. 그것이 실제로 작음을 드러내는 사실적 묘사와 겸손함의 의도를 충분히 지녔을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작은’이 주는 언어적 뉘앙스로 긴장감을 무장 해체시킨 뒤 예상치 못한 ‘커다란’ 놀라움과 감동을 끌어내겠다는 모종의 전술이 숨겨져 있음을 인정할 것이다. 그것이 상업적 용도라면 그런 귀결은 더욱 뻔한 것이다. 하지만 어느 관객이 제작자와 연출가, 그리고 홍보 담당자의 그러한 마음에 하나하나 치밀히 반응하며 극장을 찾기도 하고 또는 피해가기도 하겠는가? 그래서 역사상 최고의 빅 사이즈를 강조하는 수십억의 작품들 속에서 ‘작은’이 붙는 작품들은 최소한 욕은 빗겨갈 가능성이 높다. 작은 뮤지컬 <미라클>은 제목이 주는 거대함 외에 모든 부분의 ‘작음’으로 욕을 멀찍이 밀쳐낼 뿐더러 제목을 우습게 볼 수 없게 만드는 커다란 힘을 보여준다. 인기 그룹 ‘핫바’의 멤버 희동은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되어 병원신세를 몇 달씩 지던 중, 영혼이 몸 밖을 빠져나와 병실을 맴돌며 그 곳을 드나드는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살펴보게 된다. 착하고 예쁜 간호사 이하늬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게 되고 제목처럼 ‘미라클’을 기대하게끔 극은 진행되지만, 끝내 진짜 기적은 다른 것이라는 교훈을 주며 막은 내려간다.
2003년 초연 이후 12번이 넘는 앙코르 공연과 2000회가 넘는 공연, 100석 남짓한 소극장에서 15만 명이 넘는 관객을 만났다는 광고 문구가 오히려 독이 되었는지, 조금은 애틋함이 느껴질 만큼 관객 수는 많지 않았다. 게다가 초반부 약 10여분의 어색함은 무대와 객석에 빨리 해결해야 할 냉기류를 조성하고야 말았다. 그러나 만만치 않은 가창력으로 무장한 두 주인공은 어느새 자신들의 힘으로 관객을 끌어가고 있었다. 발동이 늦게 걸린 모터 같았던 관객들은 서서히 움츠린 어깨를 펴며 흥을 느껴갔고, 출연 비중으로는 전혀 쳐지지 않는 다른 역할의 배우들도 개성 넘치는 연기로 자신의 존재를 넉넉히 각인시켜 주었다. 창작 뮤지컬답게 좁은 공간 안에서 대사와 작은 에피소드로 이야기를 꾸려가는 아기자기함이 돋보였고, 한 몸이 된 배우들의 집중력은 간혹 유치해 보이는 설정들을 허탈을 뛰어 넘어 폭소를 만들어내는 저력도 보여주었다. ‘ 작은’이 던지는 빤한 미끼 앞에 그 의도에 맞춰 ‘큰’ 욕심 없이 표를 끊고 협소한 소극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휴머니즘 뮤지컬을 표방하는 <미라클>은 분명 ‘작은’과 대비되는 크기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금, 여기 지붕 낮고 어두운 소극장에서 사랑하고 아끼는 누군가와 땀 흘리며 노래하고 춤추는 배우들의 거친 호흡소리를 들고 있는 것이 미라클 중의 미라클임을 문득 알게 될 것이다. 미라클은 늘 우리 옆에 현재진행중이다. 글 박주철


댄스 뮤지컬 <포에버 탱고>
일곱 커플의 댄서들과 열한 명의 오케스트라로 구성된 오리지널 브로드웨이 댄스 뮤지컬. 1999년 예술의 전당 공연 이후 네 번째 내한공연으로 스무 개의 이야기들을 탱고스텝으로 절묘하고도 황홀하게 표현해 나간다. 아르헨티나 아코디언인 반도네온의 매력적인 소리를 들을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놓치지 말 것. 시청각을 자극하는 찬란한 라틴 댄스로 새봄을 열어보자.
■ 기간 : 3월 16일(화)~28일(일)
■ 장소 : 충무 아트홀


연극 <B언소>
<B언소(蜚言所)>는 재미없는 세상을 재미있게 풀어낸‘ 생’ 연극이다. 짤막한 이야기들이 독립적이면서도 유기적으로 팔딱이며 생동감 있게 진행된다. 1996년, 2003년에이어 2010년에 다시 무대에 오르는 <B언소>는 원작자인 이상우의 연출로 故박광정의 빈자리를 채우고 문성근, 강신일, 이대연, 박원상 등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무대의 무게를 더해준다.
■ 기간 : 2월 5일(금)~5월 2일(일)
■ 장소 : 충무 아트홀


소극장 오페라 시리즈 <핸드폰 & 수잔나의 비밀>

마포아트센터와 서울오페라앙상블의 <마포아트센터 소극장오페라 시리즈>가 새 봄을 맞아 4월부터 공연된다. 개막공연은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연상시키는 빠른 템포의 오페라 <핸드폰>과 코믹오페라의 거장인 볼프 페라리의 <수잔나의 비밀>. 오페라의 전문화와 대중화를 위해 힘써온 서울오페라앙상블을 통해 품격 있는 오페라를 볼 기회는 단, 3일간이니 서두르시길.
■ 기간 : 3월 12일(금)~14일(일)
■ 장소 : 마포아트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