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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연재 종료

3D! '영화'의 구원인가?

영화 <아바타>를 보는 내내 꿈을 꾸고 있는 듯했다. 조조할인 시간대였음에도(이 시간밖에는 표가 없었다), 내 앞 줄에는 삼삼오오 노년의 할머니들이, 뒷줄에는 코흘리개 아이들을 동반한 온 가족이 점령하여 마치 신세계를 경험하듯 그렇게 아바타를 ‘보고’(체험하고)있었다. 극장 문을 열고 세상 밖으로 나오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곧 개봉할 팀 버튼 감독의3D 신작)가 된 것처럼, 혹은 ‘장자’의 ‘나비’가 된 것처럼붕붕 떠다니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아바타>, 3D 영화의 정점
1895년 뤼미에르 형제가 <달리는 기차>를 극장에서 선보인 이래로 3D(3차원적 입체영상)는 영화 제작자들에게 끊임없는 도전적 과제였다. 초등학교 시절 김제에 있는 ‘대중극장’에서 본 <독수리 오형제>가 ‘내가’ 본 우리나라 최초의 3D 영화였다. 극장입구에서 나누어줬던 편광 안경을 쓰고 봐야 하는 시간은 고작 몇 분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어린 나에게는 미사일이 화면 밖으로 튀어나오는 ‘충격’은 아직도 고스란히 남아있다. 최근 할리우드에서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폴라 익스프레스(2004)>를 시작으로 한 본격적인 ‘영화산업’으로서의 3D 영화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에 이르러서 그 정점을 맞고 있다. 그야말로 영화의 ‘미래’로써 그 상품가치를 인정받아 너도나도 앞 다퉈 제작에 매진하고 있다. 물론 한국영화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올해에만 대 여섯 편의 영화가 3D로 제작 진행되고 있다. 실제 극장에서 볼 수 있을지는 기다려 봐야 알겠지만.

3D, 스토리텔링의 극적인 완성
영화는 ‘이야기(story telling)’를 영사기와 카메라, 그리고 스크린이라는 장치를 통해 구체적인시각적 구현(express)을 하는 매체이다. 다시 스토리텔링은 ‘콘텐츠’, ‘이야기구조’, ‘스타일’로써 완성된다. 이 관점에서 보면 <아바타>의 성공은 그리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기술적으로도, 이야기꾼으로써도, <아바타>를 통해서 그만의 세상을 완벽하게 구현해냈다. 그의 이전 작 <타이타닉> 이후에 <아바타>를 제작하기까지 무려 10년이 걸렸다. ‘아이맥스’ 자연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나타나는 현상과 비슷하게 관객은‘ 아바타’의 시각으로 같이 날아다니면서 ‘나비’족 행성을 탐험하고 경험한다. 이처럼 ‘보는’ 즐거움을 극대화한 기술적 완성도를 가지고(3D영화는 아시다시피 양쪽 눈의 시각차를 통해서 입체감을 극대화한다.) 이야기(narrative)를 전달한다. 3D로 구현할 수 있는 최상의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그러나 누구나 다 그와 같을 순 없다. 영화의 기본인 ‘소재’와 ‘이야기’를 무시한다면 말이다. 역설적으로 그는 <아바타>를 통해서 영화의 ‘스토리텔링’을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2월 9일, 서울기독교영화제와 YSK(Youth Specialties Korea)가 공동으로 주관한 ‘마스터클라스’행사차 방한한 할리우드 제작자 랄프 윈터(<엑스맨>, <판타스틱 4>, <스타트렉> 등의 제작자)는 말한다. “카메론 감독은 아주 영리한 사람이다. 그는 지난 10년간 이 계산된 이미지를 그리는 일에 몰두해왔다.
그러나 나는 <행오버(2009)>, <타이타
닉> 같은 코미디나 멜로드라마를 3D로 제작하는 일은 없을뿐더러, 내 영화들도 다시 3D로 만들어서 재개봉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들은 3D로 구현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3D 영화를 집에서 TV로 보기 위해 편광안경, TV 수상기 크기, 그리고 감상할 수 있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불편을 감수 할지 의문이다.” 영화를 최초로 상영한 뤼미에르 형제는 ‘영화는 미래가 암담한 발명품이다’라는 말을 남기고 영화제작을 중단했다. 그러나 현재는? 3D는 과연 영화의 구원인가? 지켜볼 일이다.

조현기|서울기독교영화제에서 놀다 보니 아뿔싸! 마!~흔! 줄이닷. 올해도 계속 프로그래머로 놀고 있다. 기독교영화제작에 고민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