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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추천 공연

욕망이 너를 낙원으로 데려가리라

연극열전 3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기간 : 3월 19일(금) ~ 5월 23일(일)
■장소 :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사람의 외모는 의지와 상관없이 선물과 자랑이 되고, 또는 어쩔 수 없는 겸손의 도구가 될 수도 있듯이 연극에서 극장이 지니는 외적인 플러스 요소는 적지 않다. 그것이 인간의 욕망이자 관객의 욕망이다. 동숭아트홀은 1990년대를 정점으로 현재까지도 대학로를 대표하는 공연장이다. 예매할 때 극장을 확인하고, 총총걸음으로 시간을 맞춰 극장으로 달려갈 때만 해도 극장의 구별된 존재감은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막상 티켓 박스를 지나 계단을 내려간 뒤 어두운 홀로 들어서는 작은 입장식은 순식간에 나 자신을 예상치 못한 허영 속으로 빠뜨려 버린다. 극장의 규모와 정돈되고 잘 꾸며진 무대는 나를 ‘그 자리에 걸 맞고 자격 있는 일류 관객’으로 격상해준다. 그렇게 관객은 나름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위에 올라타 있다. 이제 기차는 떠나고 모두가 목적하는 ‘낙원’역에 다다를 것이다. 그게 소망했던 그 낙원인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동숭홀에 어울리는 작품이다. 기본적으로 극장에 대한 관객의 일차적 욕망을 채우기에 부족함이 없다. 품격을 갖춘 무대 설치는 매우 현실감 있게 다가오고, 마이크 하나 없이 전달되는 배우의 순수 육성은 숨소리 하나에도 강렬한 흡인력을 안겨준다. 무엇보다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주요 배우들의 역량은 관객에게 더 깊은 기쁨을 맛볼 수 있게 한다. 블랑쉬 역에 이승비(더블캐스팅 된 배종옥은 이 프로젝트의 최고 무기이다)는 배역 특유의 섹시하면서도 몽환적인 느낌을 잘 드러냈고, 스탠리 역을 맡은 이석준은 그의 연기 열정과 실력을 다시 보게 해준다. 스텔라 역의 이지하도 “음, 역시”를 연발하게 하며 신뢰를 무너뜨리지 않는 최고의 연기를 보인다. 이야기는 이렇다. 미국 남부의 명문가 분위기의 블랑쉬는 농장과 저택을 잃은 뒤 ‘욕망’이라는 전차를 타고 동생 스텔라가 살고 있는 ‘낙원’이라는 곳으로 와 지낸다. 하지만 그 곳은 전혀 이름에 걸맞은 곳이 아니었고, 원초적이고 강렬한 스텔라의 남편 스탠리와 갈등을 통해 그녀의 문란한 과거가 밝혀지면서 슬픈 엔딩을 맞는다. 과거의 아픔을 이겨내지 못하고 최후의 발악을 하는 블랑쉬는 결국 음탕한 여인이자 정신병자로 읽히고, 둘의 행복에 위협을 느낀 스탠리와 스텔라는 그녀를 정신병원으로 보내기로 결정한다. 자신들의 욕망은 목말라하면서도 정작 블랑쉬의 욕망은 더러운 것으로 취급해 버리는 것이다. 어찌 보면 가장 동정 받아야 할 불쌍한 인물이건만, 결국 그녀는 사람들의 탁한 렌즈에 왜곡된 채 버려진다. 이는 영화 <셔터 아일랜드>에서 테디 다니엘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가 정신병을 인정하고 뇌수술을 받으러 가는 장면과 거의 흡사하다. 소망 없는 현실을 뒤로 하고 블랑쉬 스스로 정신병원을 택했던 것은 아닐까? 관람 후 시간이 지날수록 여운과 할 말이 많아지는, 직접 보고 차근히 기억을 떠올리며 자기만의 감상평을 써볼 만한 이유가 있는 작품이다. 봄의 끝자락, 시대의 흐름인‘ 죽도록 웃기고 울리는 연극’에 대한 욕망을 잠시 누르고 정극의 외도를 경험해 보는 건 어떨까? 글 박주철

연극 <오늘의 책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10년 전 문을 닫은 신촌의 인문사회과학 전문서점인‘ 오늘의 책’을 배경으로 한 연극. 한때 절실한 인생의 화두를 제공했지만 이제는 유행이 지나 폐기 처분된 헌책들로 채운 헌책방에서 91학번 동기 동창들이 오랜만에 모이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공연 시작 4시간 전부터 관객들이 자유롭게 무대를 오가며 마음에 드는 책을 구매하거나 가져온 책과 바꿔볼 수 있게 직접 헌책방을 운영한다.
■기간 : 2월 23일(화) ~ OPEN RUN
■장소 : 미마지아트센터 풀빛극장


뮤지컬 <미스 사이공>

<캣츠>, <레미제라블>, <오페라의 유령>과 함께 세계 4대 뮤지컬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는<미스 사이공>. 1975년 사이공에 주둔하고 있던 미군 부대의 철수가 시작되는 시대 상황을 배경으로 미군 크리스와 베트남 여인 킴의 슬픈 사랑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화려한 무대, 최고의 스텝과 배우로 무장하여 장장 4개월간 둥지를 튼다. 살짝 욕심을 내 볼만 하다.
■기간 : 5월 14일(금) ~ 9월 12일(일)
■장소 : 서울 충무아트홀 대극장


오페라 <사랑의 묘약>

도니제티의 <사랑의 묘약>을 현대판으로 각색해 19세기 이탈리아 바스크 지방의 시골 마을이 아닌, 21세기 서울 압구정동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펼친다. 시대에 걸맞게 남녀주인공은 각각 청년 실업가와 프리랜서 전문직으로 등장하고, 대사도 우리말로 번안하는 등 관객들이 실감할 수 있게 꾸몄다. 소극장용 오페라의 현장감과 묘미를 즐길 수 있는 색다른 기회다.
■기간 : 5월 30일(일)까지, 매주 일요일 5시
■장소 : 압구정 예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