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EOPLE/사람과 사람

믿음의 승부를 시작하다 ㅣ 크로스픽쳐스(주) 대표 김현우


최근 들어 극장가에 기독교영화의 새로운 물결이 일고 있다. 그동안 기독교적 영화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고 이야기했지만 장편상업영화로서 개봉된 기독교 영화는 그리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작년을 기점으로 극장가에 개봉된 <소명>, <파이어프루프>, <회복> 등 기독교영화들의 약진은 국내 영화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며 우리의 눈을 하나님께로 인도하고 있다. 그 바람의 중요한 축으로서 크로스픽쳐스사를 빼놓을 수 없다. 2009년도에는 <벨라>, <파이어프루프>를수입, 배급하여 좋은 반응을 얻었고, 최근 <믿음의 승부>(원제, Facing the Giants)를 개봉하여 기독교영화 보급의 선구자적 걸음을 힘차게 걷고 있는 크로스픽쳐스의 김현우 대표를 만났다.  글 이재윤 | 사진 김준영

■ 예기치 못한 은혜였어요
말끔한 정장에 하늘색 계열의 넥타이, 그리고 하얀색 드레스 셔츠에 커프링크까지. 도시적인 외모의 깔끔한 첫인상이다. 김현우 대표는 그간 경영, 컨설팅 분야의 글로벌 기업에서 경력을 쌓았다. 골드만삭스 홍콩지사, e-삼성주식회사 동경지사, 월트디즈니 미국본사 등, 짐짓화려해 보이는 곳에서 일했던 그가 어떻게 영화 일에 뛰어들었을까. 그것도 기독교영화에. “하나님의 인도하심이었다고 생각해요. 디즈니 본사에서 테마파크 관련 업무를 하던 중 우연히 영화를 제작하는 이웃 부서를 통해 영화 일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죠.” 그는 경영, 컨설팅 사업을 마음에 품고 MBA과정을 공부하던 때부터 크리스천으로서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주시는 소명에 대해 꾸준히 기도했다고 한다. 그러한 디즈니에서 뜻하지 않은 만남을 통해 좋은 영화를 만들고 배급하는 일이 어쩌면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신 소명일지 모른다는 것을 미미하게나마 확신하기 시작했고,
결국 크로스픽쳐스라는 회사까지 창업하기에 이른다.
처음에는 크로스픽쳐스라는 이름으로 미국에서 사업을 진행하였는데, 기독교영화보다는 넓은 의미의 좋은 가치를 전달하는 영화를 제작하려 했다. 그래서 크로스에 ‘C’를 ‘K’로 사용했다. 좀 더 전문적인 지식을 위해 프로듀서 과정을 공부하던 중, 김현우 대표는 그야말로 운명적인 영화 한 편을 하나님께 받고 만다. 그 이후의 한국까지 소개할 수밖에 없던 긴 여정의 이야기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그는 먼저 자신에게 이 영화를 통해 쏟아 부으신 하나님의 은혜를 이야기했다. “예기치 못한 은혜였어요. 이 영화를 보기 위해 자리에 앉은 후 도저히 눈을 뗄 수 없었어요. 하나님이 저에게 말씀하신 거죠. 그것도 보이는 영상매체를 통해서 말이에요. 그리고 주체할 수 없는 마음의 열정이 일기 시작했어요. 이 영화를 소개해야겠다.” 그렇게 주변의 친구들에게 먼저 소개한 것이고, 그들의 변화를 눈으로 확인하고 말았다. 그것이 바로 이혼 위기를 직면한 부부가 하나님의 힘으로 관계를 회복하는 내용의 <파이어프루프>다. 김현우 대표는 <파이어프루프>를 만나기 전까지 벤허나 십계같은 고전영화 외에, 현대 기독교영화가 있다는 것을 몰랐다. 미국에서도 아직 기독교영화라는 장르 자체의 정체성이 확고하지 않은 듯하다. 이 영화를 통해 먼저 자신이 경험한 영혼의 뜨거운 울림을 하루 빨리 한국에 소개하고 싶었고, 그 사명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거부할 수 없는 소명!


그렇게 그 소명에 순종하여 <파이어프루프>의 한국 개봉을 위해 열심히 뛰었지만, 그 앞에 펼쳐진 현실은 예상보다 거칠었다. “<파이어프루프>의 판권은 대형 영화사에 속해 있었죠. 게다가 영화사에서는 여러 조건을 고려해 볼 때 한국에서 개봉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을 죠. 그리고 개봉하지 않기로 한 거예요. 거룩한 소명을 따라 간 길 끝이 이렇게 허무하다니 하는 생각에 하나님의 뜻을 구하며 기도했어요. 그리고 관계자를 계속 만나 설득했죠.” 결국, 김현우 대표의 이 열정을 그들이 느낀 걸까? <파이어프루프>는 한국에서 개봉되었다.


■ 그 일에 제 삶을 드릴 거예요

2010년 크로스픽쳐스의 첫 번째 영화는 <믿음의 승부>다. 이 영화는 미국의 셔우드교회라는 작은 교회에서 목사와 교인들이 직접 만들고 연기까지 해서 이미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국 현지에서 만 불이라는 초저예산으로 3천만 불의 엄청난 수익을 벌어들이면서 경제적으로도 성공한 영화다. 무엇보다 감동적인 것은 이 영화의 모든 과정, 제작뿐 아니라 모든 연기와 엑스트라까지 참여한 셔우드교회 교인들의 헌신과 열정이다. 크로스픽쳐스는 메이킹필름 형식의 영화 촬영 현장
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는데, 이 영상에서 모든 교인들의 기도, 눈물과 땀을 통해 하나님이 주신 사명에 헌신하는 모습이 여지없이 드러난다. “셔우드교회에서 해냈던 일을 우리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은 믿음의 아이디어와 기도만 있다면 해낼 수 있다는 것이죠.” 어쩌면 진실된 사람의 마음을 그대로 관객이 객석에서 느낄 수 있다면, 그리고 느낀 감동의 여운을 통해 그의 삶에 변화가 잇따른다면. 그 영화는 가장 성공한 영화가 아닐까?
그런 면에서 보면 <믿음의 승부>는 이미 성공한 영화라 하겠다. 김현우 대표는 기회가 된다면 수입·배급만 아니라 영화 제작에도 참여하고 싶다고 조심스럽게 말한다. “저는 신앙심에 관심을 두고 있어요. 우리의 신앙심이 영화를 통해 단단하게 되고, 성숙된다면 그 일에 제 삶을 드릴 거예요.” 작년부터 한국에서 기독교영화들이 집중적으로 개봉되고 있는 현상에 대해 그에게 물었다. “하나님의 때가 있다고 봐요. 크로스픽쳐스 혼자 감당하기엔 계란으로 바위치기처럼 쉽지 않죠. 그런데 제가 아닌 다른 곳에서 기독교영화들이 나온다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봐요. 함께 하나님의 뜻을 감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말 감사한 거죠. 이미 불은 지펴진 것 같은데 이제부터 중요한 것은 준비된 인재들이 참여하는 일입니다.” 그는 기독교영화가 발전하기 위해서 결국에는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간 글로벌 기업에서 일한 그는, 그런 회사들의 최고 자산은 결국 사람임을 눈으로 확인했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가장 뛰어난 학생이 가는 분야가 두 가지 있어요. 월스트리트의 금융권과 허리우드의 영화계죠. 뛰어난 사람이 유입되기 때문에 자연히 최고의 영화가 나오는 거죠.” 따라서 좋은 기독교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뛰어난 인재를 영입할 수 있는 구조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독교영화가 개봉되면 많은 관객이 보고, 회사는 투자자금을 적절하게 회수하여 다음 영화를 기획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통해 기독교영화 인재들을 육성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적어도 저는 이런 인재들이 이 기독교영화에서 자신의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게 하는 게 제 비전이라고 생각해요. 제 앞에 펼쳐진 현실은 조금 힘들어도 그렇게 해 주고 싶어요.” 좋은 기독교영화란 어떤 것인가 하는 질문에 그는 다양성을 이야기한다. 다양한 신앙의 모습이 존재하듯이, 하나의 정답을 제시하기보다는 자신에게 솔직한 기독교영화들이 각자의 역할을 해주는 것이 바람직한 것 같다는 그의 말에서 기독교영화를 향한 진정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 하나님이 주시는 대로
김현우 대표는 크로스픽쳐스를 경영하면서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더욱 구체적으로 체험하고 있다고 했다. “크로스픽쳐스는 하나님이 저에게 주신 전적인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당연히받을 만한, 그런 건 없는 것 같아요. 하나님이 주시는 대로 그저 감사함으로 받는 것이죠. 만일 회사를 닫게 되어도 그 다음에 하라고 하시는 일이 분명히 있을 거에요. 하나님의 일 말이에요. 설사 영화의 일이 아니라 다른 길을 열어 주셔도 따라 갈 겁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요.”지금까지의 그러한 기적 같은 하나님의 인도는 이번에 <믿음의 승부>를 개봉하면서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삶에 차고 넘친다고 조심스럽지만 단호히 말한다. 그럴수록 내 능력은 의미가 없어지고 오직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의지하게 된다. <믿음의 승부>에 나오는 대사처럼 “이기든지든, 주께 영광 돌립니다”라는 문구가 요즈음 크로스픽쳐스의 화두라고. 모든 대화 내용에 기도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는 김현우 대표의 모습에서 하나님이 주신 사명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왠지 한 명의 사역자라는 느낌마저 들었다. 최근 그의 기도 제목은 이번에 개봉되는 <믿음의 승부>를 더 많은 분이 보시고 더 큰 열매가 잇따르는 계기로 삼을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현대적 기독교음악이라는 장르로 CCM(Christian Contemporary Music)이 자리를 잡았듯이 현대적 기독교영화 CCF(Christian Contemporary Film)장르를 개척하겠다는 포부도 밝힌다.
앞으로는 한국과 아시아의 좋은 기독교영화를 해외로 수출하는 역할도 계획 중이라는 김현우 대표. 특히 아시아에서 부는 한류열풍을 기반으로 크로스픽쳐스를 통해 한국의 좋은 기독교문화를 세계에 나눠줄 수 있는 중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하나님의 언어를 담을 편지가 뜨거운 가슴을 품은 메신저를 통해 사람들의 귀에 들렸듯이. 크로스픽쳐스의 영화를 통해 더욱 많은 관객들의 신앙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다는 김현우 대표의 꿈이 이루어지는 그날을 감히 꿈꿔본다.

전 세계 유일의 여자 산타 이야기인 <산타아줌마>(히가시노 게이고 원작). 크로스픽쳐스가 현재 제작 중인 영화이다. 수입·배급 뿐 아니라 좋은 메시지를 담은 내용을 개발 하여 제작하는 일은 이 작품 외에도 쿠로마 루 원작의 <검은사기>도 제작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