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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편집장의 편지

나는 인사를 고민했습니다

나는 인사를 고민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어떻게 첫인사를 해야 할지를 고민한 것이죠. 누구나 처음 보는 사람에게 숫기 있게 이야기하는 사람은 드물겠지만 나는 태생적으로 그 놈의 숫기가 참 모자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마음속까지 그런 것은 아니니까요. 너무 걱정은 마세요. 마음까지 그러하다면…….

결국, 또 식상한 인사를 당신께 건넵니다. 칙칙합니다.“ 안녕하세요. 김준영입니다.” 내 이름 석 자로 당신이 나를 알 수 있을 거라 생각지 않습니다. 다만 나로서는 이게 한 달여를 고민한 최선의 인사라고 하겠습니다. 큰 기대를 하셨다면 부디 용서해 주십사 부탁을 하겠습니다. 이건 인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처음이라서 설렙니다. 오늘 처음입니다. 당신과 나는 처음 만난 것입니다. 이 설렘은 우리가 만나는 동안 한없이 지속될 수는 없습니다. 특히 나는 금방 사람을 파악하는 B형이기에 싫증도 금방 느낍니다. 그렇다고 당신과 내가 만나는 것이 설렘이 휩쓸고 간 자리에 그저 무덤덤함만 남는 만남일 것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아직 처음이니까요.

아 참, 옆의 사진 소개를 깜박했네요. 시간이 지날수록 흑백으로 흐릿해지는 나의 오늘을 찍은 것입니다. 보시는 것처럼요. 두 달을 다 채우지는 못했어요. 사진으로 어떤 말을 하거나 의미를 전달할 만큼 실력 있는 나는 아닙니다. 그냥 사진기를 들고 찍고 싶을 때가 있어요. 생각해보십시오. 아마 그 마음이 생겼을 때는 당신에게 보여주고 싶었을 거예요. 내 오늘을요. 글쎄요. 저 사진이 얼마나 특별한 것이냐고 묻지는 마세요. 적어도 나에게는 당신을 기억한 오늘이었으니까요. 그걸로 만족하려 합니다. 5-6월, 특집 주제는 공동육아입니다. 당신이 예상했을 수도 있지만, 저는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습니다. 못 했다고 하는 것이 적당하겠습니다. 그렇다고 행복한 가정과 사랑스러운 아내, 그리고 내 장점만 빼다 닮은 아이가 뛰어다니는 것을 상상하는 것까지 금하지는 마세요. 게다가 나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곳에 참 관심이 많습니다. 지금, 이곳이 그분이 살고 계신 데라서 그럴 거예요. 아이를 잘 키우고 싶고, 내 아이뿐 아니라 이웃집 아이, 우리의 아이들이 잘 자라기를 바랍니다. 물론 아이 키우는 데 정답이 없다는 것쯤은 알아요. 그래도 분명한 것은 요즘 아이들이 크는 것을 보면 흐뭇하지는 않다는 것이에요. 당신과 내가 함께 키우는 우리의 어린이들이었으면, 그 아이들이 지구 마을에서 사람답게 살았으면 해요. 오늘을 즐기면서 말이지요. 당신도, 나도 그렇게 살아요.

새롭게 <오늘>이 바뀐 곳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많이 바뀐 것은 아니에요. 나는 즐거운 곳이 <오늘>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몇몇 군데에 애교 섞인 장난을 좀 쳤습니다. 그렇다고 가볍고 의미 없다는 것은 아니니 부디 당신이 즐거우셨으면 합니다. 한 가지 먼저 귀띔을 살짝 해드리지요. 특집 오른쪽 하단에 꽃잎의 색깔이 차오르게 하고 싶다면 왼손은 책등을 잡고, 오른손으로 주르륵 하고 넘겨보세요. 그럼 휙 하고 차오릅니다. 또 다른 것도 있으니 찾아보세요. 아. 당신이 알아야 할 것이 몇 가지 더 있군요. 매 꼭지의 글의 편집이 비슷해서, 몇몇 꼭지를 제외하고 주인공들이 말하도록 편집했어요. 생기의 박 실장님이 도와주셨죠. 새로운 객원기자 신혜씨와 아름다운 진하 청년, 고집불통 조카 다뽕이도 새롭게 인사합니다.‘ 두손을 모으다’에 좋은 가사를 준 푸른하늘이의 노래를 당신에게 들려주지못한 것이 너무 아쉽습니다. 좀 부끄럽지만‘ 제자리찾기’ 글을 읽고 눈물이 났다는 것도 고백할게요. 당신도 비슷하기를. 하지만 강요하지는 않을게요.

참. 천안함에 대해서는 당신처럼 저도 참 슬픕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며 기도했습니다.  편집장
김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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