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타/연재 종료

미지근한 신앙인, 나 해부하기!

몸의 뼈가 흐물흐물 다 녹아버릴 것 같은 무더운 여름. 이 더위엔 절대로 밖에 나가지 않겠다는 신념으로 더운 바람 쏟아내는 선풍기 바람 맞으며 채널을 돌린다. 공중파, 홈쇼핑, 케이블, 홈쇼핑…. 강렬한 비트의 음악이 쿵쾅쿵쾅. 아이넷 낳은 개그우먼 김**씨가 격렬한 웨이브를 구사하며 핫ㅇㅇ를 선전하고 있다. ‘호오. 저걸 바르면 나도 저 여자처럼 될 수 있을까?’ 오른쪽 화면의 분초를 다툴수록, BGM은 더욱 빨라지고, 내 심장의 고동도 덩달아 빨라진다.

수십 년 경력의 나태한 신앙인
얼마 전 담임 목사님이 그러셨다. “야, 너 교회는 나오니?” 그도 그럴 것이 성가대는 설렁
설렁 하던 것을 쭉 제치는 중이고, 청년부만 겨우 깨알만한 책임감에 나가는 터였다. 수요일 제자훈련, 금요일 리더모임, 주일 청년부 예배까지 교회는 일주일에 최소 3일은 나가지만 담임 목사님의 레이더망에는 걸리지 않는 것이 당연했다.
예배는 청년부 예배만 드릴뿐 참석하는 다른 모임은 예배 후에 있는 소모임이니까. 예배만 드리면 순간순간 정신줄 놓기일쑤고, 무덤덤하며, 미지근하게 신앙생활 하는 나. 이것이 수십 년 신앙생활 했다는, 청년부 회장도 해보고, 주일학교 교사도 해보고, 성가대도 하고, 교회 곳곳의 이런저런 감투를 해보았다는 솔직한 현재 내 모습이다. 지방 조직이 비대해지면서 제대로 순환되지 않고 축적되는 지방인 셀룰라이트는 뚱뚱한 여자든 마른 여자든 누구에게나 있단다. 개그우먼 김**씨가 선전하는 핫ㅇㅇ를 비롯한 여러 셀룰라이트 관리 제품들이 노출의 계절을 맞이해 날씬해 보이고 싶은 여성들의 욕구와 맞아 떨어져 날개 돋친 듯 홈쇼핑에서 팔리고 있다. 이 제품들의 원리는 바르면 후끈 달아오르고, 뜨거운 열감이 몸 속 셀룰라이트를 괴롭혀 날씬하게 한다는 것이다. 부분적이고 일시적이지만 틈틈이 관리하면 충분히 날씬한 몸을유지할 수 있다는 친절한 쇼핑호스트의 설명을 듣고, 잠시 엉뚱하지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보이는 지방도 건강을 위협하는 중대한 문제지만, 수십 년 신앙생활로 비대해져서 제대로 순환되지 않는 내 영적 상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영적 스펙 쌓기
기도
하며 뜨거운 눈물 한번 안 흘려본 사람 없고, 불타오르는 열정으로 봉사 안 해본 사람 없으며, 한 때나마 예배의 감격과 찬양의 기쁨을 누리지 않은 사람 없다. 하지만 기독교 신앙은 현재, 오늘의 내가 어떤지가 중요하다. 주님은 차갑든지 뜨겁든지 하라 하셨고 미지근한 것을 가장 증오하셨다. 하지만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신앙인들이 외적인 스펙 쌓기나 외모관리엔 충실하지만, 공허한 영적 상태엔 의외로 둔감하다. 하나님을 알아가는 것은 나중으로 미뤄놓고, 오히려 외국어를 공부하고, 자격증을 따고, 각종 시험 준비 때문에 지식을 쌓는 것은 최우선 가치로 둔다. 사실 뒷담화는 내가 할 게 아니라 하나님이 하셔야 할 판이다.
뜨거운 여름을 맞이해, 내 영이 덩달아 뜨거워지는 방법! 날씬한 몸을 위해 셀룰라이트 관리 제품을 꾸준히 바르고, 운동하는 것처럼 하나님의 말씀을 틈틈이 읽고 되새겨 내 것으로 만들고, 하나님과 자주 대화할 것을 스스로 다짐해본다. 무더위를 시원하게 날려줄 몸짱! 영짱!을 꿈꾸며.

배성분|다소 고된 일상이지만 틈틈이 어린 아이들의 해맑음에 빵 터지며 살고 있다. 다시 책 만들기 위해 준비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