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논농사, 밭농사 모두 정신없이 일이 많다. 산과 들에 풀들이 한창 자랄 때이기 때문이다. 내가 심은 채소나 꽃들도 빠르게 자라지만, 그것보다도 논이나 밭에 잡초들이 뒤돌아서면 무성해져 매일매일 풀과 전쟁을 치른다. 보통은 소와 닭에게 주기 위해 풀을 베지만, 요즘은 매일 베거나 뽑아주지 않으면 며칠 만에 논밭을 뒤덮을 정도가 된다. 채소들이 이만큼만 잘 자란다면 딱히 관리를 해주지 않아도 될 텐데, 원하는 것만 키워내려니 참 수고가 많이 필요한 것 같다.


# 땅. 논은 모내기를 위해 흙을 갈고, 거름을 주고, 물을 대서 수평을 맞춘다. 논의 수평을 맞추는 이유는 땅이 드러난 곳이 없어야 잡초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수평이 맞지 않아 잡초들이 한번 나면 잡초제거를 위해 넣은 우렁이들도 소용이 없어 결국엔 하나하나 손으로 뽑아야 한다. 그래서 논농사는 논두렁 만들고, 땅 고르는 것이 반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요하고 품도 많이 든다. 밭에는 잎채소와 여러 작물들이 싱그러움을 더해간다. 상추나 치커리 같은 잎채소들은 매일매일 잎을 따내지만 늘 풍성하고, 토마토와 오이도열매가 방울방울 맺히는 걸 보면 씨앗을 심어 새싹이 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라는 생각에 정말 흐뭇하다.
학교에서 얼마 전 한 아이에 3.3058㎡(한 평) 남짓한 땅을 주고 개인 텃밭을 가꾸게 했는데, 씨앗을 심고 모종을 심는 법만 가르쳐 주고 관리는 전적으로 아이들이 하게 했다. 그것이 오히려 동기부여가 되었는지 아이들은 매일 한평 남짓한 자신의 땅에 구부리고 앉아서 잡초를 뽑고, 물을 주며 열정적으로 밭을 돌본다. 심지어 밭일을 하느라 지각하는 아이들이 있을 정도다. 아이들이 밭을 가꾸는 걸 보면 재밌는 게 참 많다.
같은 땅에 같은 씨를 심었지만, 키우는 아이들 따라 자라는 것이 다 다르다. 키우는 아이의 성격이 반영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땅은 주인을 닮는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땅에 애정을 품고 직접 땅을 일구면서 느끼는 것은 분명 책상에 앉아 수업으로만 배우는 무엇보다도 확실하고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 나 찾기.
난 비교적 어린 나이에 농사를 시작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농사는 나이가 들어 귀농해서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직업으로서 농사를 떨떠름하게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인것 같다. 인류가 시작되고 지금까지 인류를 지탱하는 근본이 농사였고, 그렇기에 가장 존중받고 우선시해야 하는 직업이어야 하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아 안타깝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약 2만여 개의 직업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학생과 학부모가 선호하고 꿈꾸는 직업은 고작 스무 가지 정도에 불가하다고 한다. 스무가지 직업을 위해 우리는 수 만 개의 직업을 차선시 하는 것이다. 경쟁을 통해 필요한 직업을 갖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모두같은 선택을 해 필요 이상의 과잉 경쟁을 하는 것만큼 불필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수 만 가지 직업 선택의 여지가 생기는데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쟁을 통해 더 많은 돈과 권력을 차지하는 것이 꿈과 목적이 되었고, 교육 또한 마찬가지다. 세상에는 뛰어난 기술과 과학과 다양한 문화와 감탄할 만한 신기한 것들이 많다.
요즘은 웬만한 휴대기기로 인터넷이 가능하고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알아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첨단의 기술과 풍요로워진 많은 것에도 불구하고 세상의 빈곤은 여전하고 폭력은 심화되고 자연은 파괴된다. 이것은 근본적으로 우리의 근본 가치를 돈과 권력에 맞추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내가 더 많이 가지게 되면 상대가 적게 가지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현실적으로 모두 더불어 살 수는 있지만 똑같이 부자가 될 수는 없다. 부자 한 명이 생기기 위해선 열 명의 가난한 사람이 생겨야만 한다고 한다. 물론 내가 열심히 해서 공정한 자본과 권력을 갖는 것은 정당하다고 생각하지만 일반적으로 아무에게도 해를 주지 않고 쉽게 많은 돈을 벌기란 어렵다. 그렇기에 과잉 경쟁과 많은 돈과 권력만 바라본다는 것은 엄밀히 말해 폭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경쟁을 통해 살아남은 인재가 아니라 경쟁하지 않지만 경쟁력 있는 사람이 아닐까.

우리가 공부하는 목적은 우리에게 필요한 지식을 알고 체득해 사용하기 위함이다. 배움은 자신을 풍성하게 하고, 직접 사용되며, 또한 잘못된 것을 바로 알고, 서로 더욱 잘 관계 맺기 위한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 교육은 그 진정성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다. 얼마 전, 학원 강사와 과외 교사를 하는 친구가 입시가 가까워지면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시험
을 위해 알아야 하는 문제들을 먹여주다 못해 꼭꼭 씹어 입에 넣어주는 수준이라며 많은 회의감을 느끼는 걸 보았다. 과연 이런 교육이 우리 삶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나는 잘 모르겠다. 나는 몸으로 일하고 배우는 사람이 더욱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동적이고 간접적인 지식이 아닌 몸으로 느끼며 체득된 지식이 필요하다. 젊은 사람일수록 손으로 일하길 꿈꿔야 한다.
나에게는 모자란 것도 많지만 흙을 만지며 사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며 내 삶에 만족한다. 서툴고 어려워도 내 소박한 삶을 앞으로도 붙잡고 가려고 한다.

김진하|지리산 산청 골짜기에서 흙냄새 풀냄새 맡으며 농사짓는 서툰 농사꾼. 민들레공동체에서 생활하며 민들레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함께 일하며, 매일매일 농사일로 머리가 꽉 차있다. 아름다움을 사랑하고 느낀 대로 사는 고민 많고 속편한 스무 살.
Posted by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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