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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인디 : 구름에 달 가듯이 산다

<우리 학교>, 보석 같은 아이들

최근 한국 최고의 스타인 소지섭을 앞세운 한국전쟁 드라마 <로드넘버원>이 방영되고 있다. 이 드라마는 너무나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북측을 그리고 있어서 보는 사람을 놀라게 한다. <로드넘버원>에 나오는 북측 사람들은 마치 감정 없는 사이코패스 같다. 기쁨도 슬픔도 모르고, 타인에 대한 동정심도 없는 괴물처럼 말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러한 북한 묘사를 비판하는 여론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남한 사람들만 따뜻한 피가 흐르는 인간으로 그리고 있는데, 아무도 그 점을 지적하지 않는다. 그저 전쟁 액션 장면의 늘어짐, 멜로 묘사의 특징 등만 화제가 되고 있다. 이런 식의 남북 묘사가 아무 비판 없이 드라마에서 통용되면 남북 간의 거리는 더 멀어지고, 분단의 고통도 더 깊어질 것이다.
이와 대비되는 시각의 독립영화가 있었다. 바로 김명준 감독의 다큐멘터리 <우리 학교>(2006)다. <우리 학교>는 일본의 조선학교를 그린 작품이다. 우리에게 검은 치마저고리를 입고, 북한을‘ 조국’이라 부르며, 일본 우익의 테러에 시달리는 인상으로 알려진 바로 그 조선학교다.
<우리 학교>는 올 월드컵 때문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북한의 정대세 선수가 조선학교 출신이기 때문이다. 정대세 선수의 인생, 그 눈물을 이해하려면 <우리 학교>를 봐야 한다고 해서 축구팬과 네티즌 사이에 화제가 됐었다.
<우리 학교>는 조선학교의 일상을 차분하게 보여준다. 특별히 연출되거나 감정을 고조시키는 대목은 없다. 그저 아이들과 선생님들, 그 부모들의 이야기가 있는 그대로 펼쳐질 뿐이다. <로드넘버원>과 같은 편견에 가득한 연출을 배제하고 정직하게 카메라에 담은 그들의 모습. 그 화면 속에서 그들은 따뜻한 인간으로 보인다. 당연하다. 원래 인간이었으니까. 하지만 편견이 진실을 볼 수 없도록 만든다. <우리 학교>는 색안경을 빼고 정직한 인간의 눈으로 인간을 응시하도록 했다. 그러자 그 아이들은 검은색 치마저고리를 입고 다니는 ‘괴물’이 아닌, 너무나 밝고 당당하고 따뜻한 존재들이라는 것이 드러난다. 차분하게 일상을 그린다고 하면 지겨운 ‘명작영화’라고 오해할 수 있겠다.
<우리 학교>는 그런 종류의 작품이 아니다. 차분하지만 지겹지는 않은,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운 영화다. 작품이 담은 사람들이 사랑스럽고, 그들의 사연이 기막히기 때문이다. 작위적인 연출은 없지만, 절로 웃음이 나고 절로 눈물이 흘러내린다.


바람직한 학교의 모습과 인생관을 생각하게 만들기도 한다. <우리 학교>는 조선학교이기 이전에 이상적인 대안학교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사랑과 행복의 의미를 배워가는 공동체로서 학교. 남루한 북한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돈이 행복의 전부가 아니라며 진정한 행복을 말하는 학생의 눈은 보석처럼 빛나고 있었다. 영화 속에서 ‘남도 북도 내 나라’라고 말하는 재일교포를 통해 분단의 증오가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도 알 수 있다. 조선학교 학생들의 눈으로 본 북한의 모습이 소개되기도 한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재미를 주면서도, 감동으로 가슴을 얼얼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하재근|날라리의 기질과 애국자의 기질을 동시에 타고 났다. 그래서 인생이 오락가락이다. 어렸을 때 잠시 운동권을 하다, 20대 때는 영상 일을 했었고, 30대 초중반부터 다시 운동권이 됐다가, 요즘엔 다시 날라리로 돌아가 대중문화비평을 하고 있다. 때때로 책도 쓰며 인터넷 아지트는
http://ooljiana.tistory.com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