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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진짜 이유는?

 
한 해의 끝자락, 어김없이 우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크리스마스가 찾아왔다. 성인이 되어도 크리스마스이브는 여전히 흰 눈이 펑펑 내리고, 거리에는 구세군의 자선냄비가 등장하고, 캐럴에 마냥 들뜨는 어린아이 같은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비기독교인은 물론 기독교인조차도 크리스마스라고 하면 예수님의 탄생이라는 말보다 산타클로스라든가 선물교환, 공휴일을 떠올릴 정도로 퇴색되어버렸다. 이런 소비지향적인 문화 속에서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 봄으로 세속화되어가는 크리스마스를 조금이라도 본질 속으로 되돌려놓는 시간이 필요하다.


성탄절의 유래

역사적으로 기원 후 354년 서방교회 교황 리베리우스가 12월 25일을 공식적인 아기예수의 탄생을 교회절기에 공식적으로 제정하였지만, 사실 그 이전부터 교회들은 성탄절을 기념해 왔다. 최초의 성탄절을 지켰다는 기록은 필로칼루스력에 나타난다. 336년 복사본에 의하면 당시 로마에서는 이미 성탄절과 관련된 풍습이 존재했다고 한다. 동로마교회에서는 성탄절이 공식 지정되기 이전 이미 1월 6일을 주현절로 지정하여 전통적으로 그리스도의 육적인 탄생뿐만 아니라, 영적 탄생일로 생각하여 이 절기를 지켜왔다. 이후 379년 동서로마교회의 축제일 통일을 위한 노력과 431년 에베소 공의회를 통하여 12월 25일을 크리스마스로, 1월 6일을 현현절로 나누어 지키게 되었다. 무엇보다 12월 25일은 이미 절기상 동지에 가까운 날이었고 로마에서는 당시 농신제(Satunalia, 농사의 신을 경배하는 축제)가 열렸으며, 더불어 영국, 프랑스, 독일 등에서도 낮의 길이가 길어짐을 기념하는 전통 민속행사가 있었다. 즉 성탄절은 유럽의 각 나라마다 지역적인 고유 전통 민속 행사나 절기들과 함께 어우러져 함께 이루게 된 것이다. 


크리스마스의 세속화

초기 교회는 당시 세속 문화의 교회 유입을 막아보려는 노력에도, 이미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세속문화의 영향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란 불가능했기에, 세속문화의 부정적인 요소를 버리고 긍정적인 문화적 요소를 살려서 기독교화 시키게 되었다. 이는 여전히 오늘의 현대 문화와 기독교 사이에서 가지고 있는 갈등 요소가 아닐 수 없다.

유럽의 세속화는 첫 번째로 교회의 접근성을 차단하려는 의도가 있고 그 대안으로 가족 중심적 축제가 등장했다. 크리스마스에 관한 신학적인 의도는 사라져 버리게 만들며, 한편으로는 교회적이고 성례적이면서도, 동시에 대중적인 축제적 요소를 갖게 만들었다. 19세기 이후 유럽에서는 가족을 중심으로 하는 크리스마스 절기 풍습이 더욱 강화되는 동시에 교회적인 공동체 축제의 모습은 강요되지 않았다.

두 번째로, 대림절 절기를 통하여 상업적 부가가치의 극대화를 위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에서도 마찬가지로 크리스마스 시장(12월 1일 ~ 24일)을 통하여 여러 분점을 개설하고 연간 매상의 1/5이상의 매출을 올린다고 하니, 이는 크리스마스 기간이 상업화가 된 것은 분명하다.

마지막으로 크리스마스는 분주함의 대명사가 되어버렸다. 크리스마스 기간에는 지인과 가족들 간의 선물을 사고 맞이하기 위한 준비에 바쁘다. 도리어 휴식과 쉼은커녕 대림절 기간에 그리스도의 오심을 되새길 여력이 부족하다.


하나님의 은혜가 찾아오는 밤

1170년부터 크리스마스라는 독일어 ‘Weihnachten'이라는 말이 시작되었는데, 이 말의 뜻은 “하나님의 은혜가 이 밤에 우리에게 온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는 하나님을 바라보지 못하는 인간의 궁극적인 죄악의 실상을 보시고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구원을 이룰 수 없는 상황을 극복하게 하시기 위하여 인간에게 스스로 오심으로서 하나님의 진정한 은혜가 무엇인가를 보여주려 했던 것이 아닌가?

크리스마스는 분명 세속화와 상업화, 그리고 분주함을 위한 날은 아닐 진대, 우리가 여기에 한편으로 기대고 의지하고자 하는 그 어떤 작은 것으로부터 탈피하려는 시도와 노력을 통해 진정한 한국적인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면 어떨까?


박세종| 문화선교연구원 객원 연구원. 독일 마인츠 대학교 개신교 신학부에서 박사과정을 마쳤으며, 세속문화와 종교 간의 본질적인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루고자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