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PECIAL/2010 09-10 같이의 가치를!

같이의 가치를! 1│좋은 세상 만들기, 36시간의 기적


아마 작년 여름이었을 겁니다. 뭐 재미난 일 없을까, 올 하반기에는 또 어떤 일을 해볼까 새로운 기획 거리를 찾아볼 심산으로 웹 서핑을 시작했습니다. 제일 처음 찾은 곳은 SIX(Social Innovation eXchange 사회혁신의 새로운 방법론을 모색하는 네트워크)의 홈페이지. 몇 번의 클릭 후에 눈이 휘둥그레지는 걸 발견했으니 그것이 바로 소셜이노베이션 캠프였습니다. 성경캠프에서부터 아람단, 극기훈련 그리고 여성인권캠프까지 별별 캠프를 섭렵해왔던 저에게 소셜이노베이션‘캠프’는 정말 신기하기 짝이 없는 캠프였습니다. 아니, ‘사회혁신’으로 캠프를 한단 말이야?


IT, 세상을 클릭하다
소셜이노베이션캠프는 IT와 사회적 가치의 만남을 시도하는 행사입니다. 조금 더 풀어서 이야기하자면 웹을 우리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도구로 만드는 것입니다.‘ 이런 사이트가 있으면 좋겠는데.’‘ 이런 어플리케이션(이하 앱)이 있으면 이 문제가 좀 풀어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들, 일상에서 많이 하게 되죠. 소셜이노베이션캠프는 이런 생각들을 모아 진짜로 구현하는 행사입니다. 우리 사회가 처한 문제들과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웹/앱에 대한 아이디어를 시민들한테서 받고, 이를 직접 만들 수 있는 IT 종사자들이 모여서 시민의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겁니다. 그것도 2박 3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에 말입니다. 이를 통해 사회에 도움이 되고 싶은 IT계 종사자들에게는 자신의 역량을 통해 기여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고, 열정과 아이디어는 있지만기술적인 한계에 부딪친 사회혁신가에게는 그들의 아이디어를 실제 구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겁니다. 이것 참 신통방통, 이노베이티브하지 않나요?
소셜이노베이션캠프를 계속 살펴보면서 이걸 꼭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기회가 닿을 때마다 소셜이노베이션캠프를 설명하고, 이걸 꼭 하겠노라 공언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자꾸 말을 하고 다녔더니 진짜로, 함께할 사람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20만원을 종잣돈으로 낼테니 트위터를 통해서 모금을 해보자고 제안해주신 분도 있었고요. 소셜이노베이션캠프에 관심 있을 법한 분들을 계속 소개해 주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이런 계기를 통해, 희망제작소와 다음세대재단, 해피빈재단, 그리고 한국마이크로소프트가 으샤으샤 의기투합을 하게 되었습니다. 함께 힘을 합치고 머리를 맞대니 조금 더뎌도 처음보다 훨씬 풍성하고 다채로운 모습으로 소셜이노베이션캠프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꿈, 현실이 되다
드디어 4월 1일, 아이디어 공모 및 캠프 참가자 공모와 함께 소셜이노베이션캠프가 시작되었습니다.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공모 시작 하루만인 4월 2일 기획자 부문 마감, 4월 6일 개발자·디자이너 부문 마감 등 일주일도 채 지나지 되지 않아 모든 참가자 공모가 마감된 것입니다. 준비한 우리들도 예상치 못했던 결과였습니다. 아이디어는 한 달 동안 172개의 아이디어가 모였습니다. 5월 15일에는 소셜이노베이션캠프 오리엔테이션을 열어 제안자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소개하고, 캠프 참가자들은 함께 작업할 제안자와 팀원들을 처음으로 만났습니다. 어찌나 재밌었는지 화창한 봄날 주말을 다 내어도 아깝지 않았답니다.
그리고 드디어! 6월 18일 금요일 자정, 다함께 카운트다운을 외치며 소셜이노베이션캠프가 시작되었습니다. 명색이 소셜‘이노베이션’ 캠프인데 ‘개발-밥-개발-밥’으로 이뤄진 일정은 단순하기 짝이 없고, 명색이 캠프인데 캠프파이어도 촛불의식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 36시간 동안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요? 친절한 버스 기사님을 칭찬하는 어플리케이션‘친절버스’, 전국의 재래시장의 정보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모바일 웹‘Let's Market’, 온라인 공간에서 나무를 심으면 오프라인에서 나무가 심어지는 웹 사이트‘Treeing’, 식당의 기부를 돕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식당을 찾게 해주는 어플리케이션‘십시일반’, 우리 동네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웹 사이트, 근교 농업과 도시민들을 연결하는 웹 사이트‘ 위팜’, 재능 기부를 일상화해주는 사이트‘소셜인’,자전거 길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 함께 지도를 만들어나가는 어플리케이션‘세바퀴’, 가난한 예술가들의 작품에 소액투자하는 웹 사이트‘ 아트펀드’가 만들어졌습니다. 굉장하지 않나요?
변화를 만들어내는 일은 언제나 많은 돈이나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언제나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좋은 변화를 만들어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그 마음과 열정, 그리고 약간의 시간만 있어도 변화는 가능하다는 것, 소셜이노베이션캠프가 그 증거가 되지 않을까요? 내년에도 소셜이노베이션캠프가 열립니다. 관심 있는 많은 분들의 참여를 기다리겠습니다.


김이혜연|뭔가 쉽고 뭔가 재미있는 참여의 방법론들을 찾아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이것저것 지르는, 희망제작소 사회혁신센터 5년차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