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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매거진<오늘>/문화선교연구원

서울기독교영화제, 꽃들의 수다 2



우리를 치유하는 영화
배혜화 ‘기독교’ 이 단어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는 참 많은 것을 함의하고 있다고 봐요. 그것이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우리는 다 안고 가야 하기도 하죠. 그런 점에서 홍보대사 일은 믿음의 용기가 필요하고, 그 용기를 여기 계신 여배우들은 잘 표현해 주신 거라고 볼 수 있죠. 영화가 미치는 역할이 참 크잖아요.

추상미 맞아요. 이번 서울기독교영화제 주제도 언급을 하고 있지만 영화를 통해서 사람들은 감정, 혹은 사상의 치유, 회복을 많
이 맛본다고 할 수 있어요.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영화관에서 만큼은 거의 모든 사람이 닫아 놓았던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무장해제 상태에서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인다는 거예요. 정말 그래요. 영화를 보는 그 순간, 캄캄한 극장에서 시선과 소리와 마음
을 환한 스크린에 고정하고 그 영화의 모든 것을 가감 없이 받아들이는, 어찌 보면 치료를 받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죠. 전 얼마 전에 본 <프레셔스>가 그런 점에서 아주 좋았어요. 인간의 깊은 문제를 드러내고 이야기하고, 결국 고민하게 만드니까요. 3회 때 상영했던 <호텔 르완다>도 정말 수작이고요.

유 선 얼마 전 <일라이>를 봤는데 전 그 영화를 보면서 정말 개인적으로 소장하면서 몇 번이고 보고 싶을 정도로 감동을 받았어요. 제 자신을 돌아보면서 한없이 하나님의 존재 앞에서 엎드리게 만들더라고요. 영화의 힘은 대단해요. 어쩌면 그래서 제가 영화를 좋아하는지도 모르고요.

이유리 맞아요. 다른 공간과 시간에 기록된 영상물이 어느 순간 나의 경험과 동일시되는 접점의 신scene이 흘러가면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화나기도 하고, 생각에 젖게 만들기도 하죠. 그 순간이 치유의 순간이 아닐까요. 성육신 하신 예수님의 치유의 순간하고도 비슷한 것 같기도 하구요.

하나님의 꽃들
배혜화 어머 다들 어쩜 이렇게 말을 잘하세요. 참 이뻐요. 한 사람의 크리스천 여배우로서 살기가 쉽지 않을 텐데 말이죠. 어떠세요. 한 크리스천 여배우로서 여러분의 작업 현장은 어떤가요.

유 선 <이끼>를 찍으면서 정재영 선배님이랑 대화중에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이전에는 정려원씨랑 같이 작업하면서 문자로
성경 구절을 자주 보내줬다고 하면서 저에게는 ‘ 교회는 갔다 왔어? 교회 가면 뭐가 좋냐?’ 고 물으시더라고요. 궁금한 것이 생기는가 봐요. 제가 일부러 ‘ 저 교회 다녀요’ 하고 말하지는 않지만 자연스럽게 알게 되니까. 그러면서 좋은 영향력을 끼쳐야 하는 사명감 같은 것을 느끼기도 하는 거죠. 불안하고 앞날이 확실하지 않은 배우의 생활에서 내가 좀 더 평안하고, 기쁨의 모습을 드러내야겠구나 하는 생각들은 늘 있는 것 같아요.

추상미 연극을 하다 보니까 연극계, 공연계에는 소위 골수 예술가들이 많아요. 그들과 함께할 때 예술가의 본래적 자세까지 이야기를 할 때가 있으니까요. 그들한테서 실제로 좋은 배우들 중에 크리스천이 되면서 예술가적 기질과 개성이 떨어졌다는 평을 듣는 사람도 꽤 있으니까요. 그런 상황에서는 오히려 ‘ 저 크리스천이에요’ 라고 말하는 것도 필요할 때가 있더라고요.

이유리 사실 저는 일부러 크리스천이라고 말을 하기는 약간 조심스러워요. 사람들이 나에게 원하는 도덕 수준이나 기대치가 너무 높을 것 같기 때문이에요. 하나님께 죄송스럽기도 해요. 그런데 자연스럽게 오픈하는 계기들이 생기는 것 같아요. 이번에 드라마에서 만난 서지영씨도 모태신앙으로 믿음이 좋거든요. 둘이 서로 많이 의지하고, 같이 기도하면서 친해졌어요. 크리스천이라고 할 때 주변에서 비꼬는 이야기들을 들을 때 담대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유머러스하게 넘길 수 있게 말하려고 해요. 그동안 내가 내 하나님만 챙기느라 이웃을 챙기지 못했는데 기독교인으로서 전도의 목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리가 기대하는 서울기독영화제
배혜화 크리스천이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고 건강하게 유지하면서도 좋은 여배우로서 서가는 여러분들을 보면 정말 하나님은 여러분들을 정말 사랑하셔요. 서울기독교영화제에 바라고 싶은 점이 있다면.

이유리 회복이 있고, 기쁨이 되는 영화제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기독교인들의 영화 축제로는 가장 큰 축제잖아요. 많은 크리스
천들이 지지와 응원, 그리고 힘을 보태줬으면 좋겠고, 영화인의 밤에도 많은 영화인들이 참여했으면 해요.

추상미 영화제가 틀을 갖추어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는 비 기독교인들도 부담 없이 올 수 있는 영화제였으면 좋겠어요. 우리
만의 울타리를 치고 고립되어 우리만의 잔치보다는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였으면 하고요. 좋은 작품도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고요. 힘껏 응원하고 싶어요.

유 선 홍보대사로서 책임감이 크지만 또 한편으로는 더 많이 기도하면서 돕고 싶어요. 저 같은 사람도 함께하는데 더 많은 우리 한국의 크리스천들도 함께 동참해서 좀 더 소통하고, 함께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배혜화 정말 아름다운 꽃들의 수다에 취했네요. 감사합니다. 책임의 짐을 가볍게 지고 크리스천 여배우로서 있으신 곳곳을 아름다운 향기로 물들여 주시기를 기대합니다. 영화제 때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