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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수목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용서를 통해 다다르는 곳

출처 : KBS홈페이지


“왼뺨을 맞으면 오른 뺨을 내밀어라” 예수가 말했다. 하지만 KBS <제빵왕 김탁구>의 김탁구(윤시윤 분)는 뺨이 아니라 목숨까지 내놓는다. 김탁구는 어린 시절 자신을 모함한 구마준(주원 분)을 용서했고, 자신의 친어머니를 납치하도록 사주한 새어머니서인숙(전인화 분)도 용서하며, 심지어 친어머니를 납치하다 실종에 이르게 한 남자마저 용서한다. 심지어는 그 남자가 위험에 빠지자 대신 몸을 날려 실명 위기에까지 빠진다.

착한 사람의 성공 스토리

내 가족이나 친구가 온갖 피해를 받아도 묵묵히 참고 웃기만 한다면 그것만큼 속 터질 일이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제빵왕 김탁구>는 최근 40%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착한사람이 이기는 법”이라는 김탁구의 좌우명은 <제빵왕 김탁구>를 롤러코스터처럼 드라마틱한 이야기로끌고 가기 때문이다.
김탁구가 원수를 용서할수록, 오히려 그의 시련은 커진다. 김탁구와 제빵 경합을 하던 구마준은 그가 자신보다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자 모함하는 것을 넘어 그의 입맛과 후각을 뺏어갈 계략을 세운다. 정인숙과 그의 정부 한승재(정성모 분)는 김탁구의 어머니를 납치한 것도 모자라 김탁구를 제거할 음모까지 세운다. 하지만 김탁구는 언제나 위기를 극복하고, 위기를 극복할 때마다 더 뛰어난 능력을 보여준다. 처음에는 거리의 부랑아 신세였던 그가 시련을 거치면서 어느덧 뛰어난 제빵사가 됐다. 김탁구의 선한 마음은 끊임없는 위기를 불러일으키지만, 그 위기는 오히려 김탁구의 성장과 승리를 위한 조건이다. 김탁구의 스승 팔봉선생(장항선 분)이 “ 너의 능력을 믿어라”라고 말한 건 <제빵왕 김탁구>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착한마음을 지니고 자신의 능력을 믿으면 원수보다 더 크게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각박한 시대에 도덕적으로 깨끗하면서 성공까지 할 수 있다는 메시지만큼 사람을 울리는 것이 어디 있겠는가.

용서만이 능사인가
그러나 예수의 용서가 위대한 것은 조건 없는 용서였기 때문이다. 죄가 복수를 낳고, 복수가 복수를 낳는 고대사에서 예수는 십자가에 못 박히는 것까지 감수한 자기 희생을 통해 복수의 사슬을 끊었다. 반면 <제빵왕 김탁구>는 순간의 고통을 성공으로 보상받는다. 김탁구는 어머니를 잃고 12년 동안 거리에서 방황한다. 하지만 김탁구의 12년은 드라마에서 생략되고, 곧바로 활달하고 밝게 자란 김탁구의 모습이 등장한다. 그가 어떻게 어머니를 잃은 괴로움을 견딘 채 착한 심성을 유지할 수 있었는가는 생략된다.
<제빵왕 김탁구>는 착한 사람의 화해와 용서를 말하고 있지만, 그로인해 용서하는 자가 겪어야할 고통은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빠른 속도로 위기와 해결을 반복하면 앞으로 전진하는 김탁구의 성공이 전달하는 쾌감만 남는다. 물론 착한 사람이 성공하는 것만큼 좋은 일이야 있겠는가. 하지만 김탁구처럼 태어날 때부터 타고난 재능이 없는 평범한 사람들은 용서만 하는 것이 능사인가. 용서는 피해자의 고통을 요구하는 것이기에 위대한 것이고, 여기에는 가해자의 참회가 뒤따라야 한다. 그 점에서 <제빵왕 김탁구>의 인기는 왠지 불안하다. 이는 마치 피해자의 용서로 지난날의 과오를 묻자는 합의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만약 승자가 김탁구가 아닌 구마준이
라면, 그 때도 김탁구의 용서는 아름다울 수 있을까. 용서에 가장 필요한 건 가해자의 참회다. 김탁구도 그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그가 성공한다고 해서 세상의 모든 죄인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에.

강명석|엔터테인먼트 웹진 <10아시아> 기자. 보고, 듣고, 쓰며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