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다양하다. 내가 살던 곳을 무작정 떠나는 설렘, 알지 못하는 곳으로 떠나는 호
기심, 현실과 부대끼며 감당해야 했던 삶의 무게를 벗어던질 수 있는 홀가분함, 나와 다른 시간대와 공간에서 사는 사람을 만남 등 크고 작은 여러 가지 이유가 동기가 되어 우리는 여행을 떠난다. 이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말이다.

시간이 주는 변화
10년 전, 베트남을 여행한 적이 있다. 당시의 베트남과 지금의 베트남은 가히 변혁이란 말이 어울릴 만큼 아주 많이 변화했다. 10년 전에 도로 위를 질주하며 매연을 뿜어대던 오래된 자동차들은 이제 이곳 호치민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너무 심한 매연에 손수건으로 코를 막아야 할 정도였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아도 된다. 참 많은 발전과 변화의 물결이 이곳을 바꿔놓았다. 10년 전에는 번듯한 건물조차 보기 힘들었는데, 이제 이곳은 고층빌딩이 빼곡히 들어차 도시라는 이름이 더 그럴 듯하다. 10년 전에는 어디에서나 베트남의 전통의상인 아오자이 차림의 여성들을 자주 볼 수 있었는데, 이제는 눈을 크게 뜨고 신경을 쓰고 찾아야 겨우 볼 수 있다.
이렇게 피사체들도 변화를 겪었지만 그만큼 그 대상들을 여행자로서 바라보는 내 시선도 변했다. 10년이라는 시간이 내 마음마저 변화를 주어 그곳을 다른 의미로 보게 한다. 차라리 이곳을 오늘 처음 방문했다면 어떤 느낌이었을까. 발전은 많은 것에 변화를 준다. 그리고 그 변화의 과정에 많은 것을 얻기도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들을 잃는다. 결국 얻은 것과 잃은 것의 차이가 나타나는 것이겠지.


시간이 간직하는 것
10년의 세월의 변화에도 베트남 사람들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같다. 그 친절한 미소와 긍정적인 삶은 여전히 나에게는 매력적이다. 그때도 있었던 그들은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호치민에서 시작하여 여행의 끝 사파에 이르기까지 추억 속에 담겨 있던 그곳 사람에 대한 기억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의 만남에 새로움이라는 의미를 더해준다. 멀리 베트남 사파에서 묵었던 한 민박집에서는 어릴 적 어머니를 만날 수 있었다. 방문한 이방인을 위해 구부러진 허리를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식사를 준비하던 정성어린 손길에서 어머니를 만날 수 있다는 건 축복이자 눈물겹도록 귀하고 소중한 험이다. 연세가 많음에도 여전히 소녀처럼 쑥스러워하던 그 눈길을 앞으로 10년이 지나도 잊지 할 것이다. 우리 시골에서 느낄 수 있는 그 소박한 마음을 주고받은 사파의 1박2일 트래킹 여행을 해 나는 10년 동안 한 번도 마음에서 베트남을 잊지 못한 이유를 다시 알 수 있었다. 마음의 고향이란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한 사람에게 찾아오는 선물이다. 내가 이곳을 여행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마음을 간직하고 돌아오면 나에게 이곳은 또 하나의 새로운 마음의 고향 밭인 것이다. 언제든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풀리는.


시간이 주는 새로움
호치민부터 시작하여 마음의 고향 사파까지, 이 여행을 통해 나는 새로운 베트남을 만났다. 아니 어쩌면 새로움이 아니라 익숙하지 못한 것들을 발견한 여행일지도 모른다. 내가 그토록 그리워했
던 고산지대 사파와 박하 사람들의 생활상은 예전에 내가 느꼈던 소박함과 달리 변화된 모습으로
다가왔기에 적잖이 당황스러웠지만, 그래도 이번에 새롭게 만난 그곳의 사람들은 또 다시 나에겐 그리움이라는 단어와 함께 떠올릴 수 있는 대상이 될 것이다. 구불구불 이어진 산길 트래킹을 통해 전에는 접하지 못했던 이들의 삶을 좀 더 가까이에서 바라볼 수 있었고, 느낄 수 있었고, 새로운 의미로 사유할 수 있었다.
베트남을 여행하는 것은 내 어릴 적 추억을 찾아가는 여행이면서 동시에 새로움을 찾아가는 것과 같다. 너무나 친절한 사람들, 여행자를 향해 맘껏 미소를 지어주는 이들의 순수한 마음은 결국 나를 다시 이곳으로 오게 할 것이다. 그래서 이번 호에서는 많은 말로 독자들에게 여행지를 설명하기보다 베트남을 담아 두었던 내 마음을 전달하고 싶다. 제 마음에 여러분의 그림이 합쳐지기를.


다시 이곳을 여행하려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10년 전의 베트남을 떠올렸다. 그 당시 내가 만난 사람들과 아름다운 풍광들, 그리고 맛나게 먹었던 쌀국수. 그 모든 기억을 이번 여행에서 찾고 싶었나보다. 이번 여행을 통해 내가 다시 세 번째의 여행을 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나에게 그토록 감동을 주었던 이곳에서 난 지나온 시간이 준 변화와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것들, 그리고 새로움을 마음 깊숙이 담아 본다.

신미식|디자인을 전공한 후 15년 가까이 그 분야에서 일해 왔다. 서른이라는 나이에 처음 카메라를 장만하고 사진에 미치기 시작하면서 17년 동안 세상을 향해 새로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사람에 대한 애정을 사진으로 담아내는 것을 가장 큰 행복으로 여기며 여전히 여행갈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지독한 방랑벽을 소유했다.
Posted by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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