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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연재 종료

소셜 커머스 + 에스프레소 북 머신


변화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단골 매장이 있기 마련이다. 옷 가게도, 식당도, 미용실도, 슈퍼마
켓도 꼭 가던 곳만 간다. 다른 곳보다 조금 비싸더라도 그것은 익숙한 편안함에 대한 지불이라고 생각 할 정도다. 그렇게 낯가림이 심한 사람들도 이것만큼은 주목해야 한다. 바로 소셜 미디어와 온라인 미디어를 활용한 전자상거래, 소셜 커머스. 잘하면 자신의 단골 매장을 절반 가격에 이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주로 특정 일에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를 공동구매 형식으로 정가의 절반 이하 가격에 판매하는데, 일정 인원 이상이 모여야 할인 가격이 적용되기 때문에 구매를 원하는 사람들은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 미디어를 활용해 자발적으로 거래를 널리 알린다. 페이스북에는 아예 기업들이 나서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페이스북 이용자가 세계적으로 5억 2천만 명을 넘어섰다니 기업들이 욕심낼만한 시장인 건 분명하다. 발 없는 말이 천리 가는 세상, 지혜로운 소비도 관계에서 비롯된다.




오랜 기간 재출간을 기다리고 있는 책이 있다. 오래 전 절판된 데다 출판사에 물어보니 다시 출판될
계획도 없단다. 그다지 유명한 책도 아니어서 주변 탐문 수사도 매번 실패하고, 헌책방을 돌아보자니 그것도 쉽지 않다. 이제는 그 책을 알고 있는 누군가를 만난다면 그거야말로 인연이겠다 하는 식으로 생각이 바뀌어 버렸다. 그런데 그런 나의 1980년대식 낭만을 처치할 기계가 나타났다. 이른바 에스프레소 북 머신. 출판계의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불리는 이 기계는 마치 커피를 뽑듯 5분 만에 책을 찍어낼 수 있는 주문형 출판용 책 제작기다. 서적의 디지털 정보를 10분 내에 책으로 출판하는 시스템으로, 절판된 책이나 품절된 책을 따끈따끈하게 뽑아 손안에 쥘 수 있다. 미국과 영국, 캐나다서점 등에서는 이미 상용화 상태. 이 기계는 희귀 책을 구입하려는 사람뿐 아니라 책을 만들려는 사람들에게도 환영받고 있다. 대박날 것 같은 원고인데 번번이 출판사에서 퇴짜를 맞았던 사람,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책을 출판하고 싶은 자가 출판 작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세상에 하나 뿐인 책을 선물하고 싶은 사람 등 소량의 출판을 현실화했기 때문이다. 유통 면에서도 선주문 후제작 방식이기 때문에 출판사들도 만들어 놓은 책 안 팔릴 걱정 없고, 동네서점도 대형서점이나 온라인서점 못지않은 기동력과 책 보유량을 가지고 경쟁할 수 있게 됐다. 얼마 전, 리노베이션 공사를 마치고 문을 연 교보문고 광화문점도‘ 책공방’이라는 이름으로 이와 유사한 서비스를 시작해, 주문 뒤 이틀에서 일주일 정도면 완성된 책을 받아볼 수 있다. 내년 2월이면 한국에서도 에스프레소 북 머신이 등장한다니 이제 그 책을 손에 쥘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