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 시스테마, 꿈을 연주하다
체피 보르사치니|푸른숲

음악은, 미술은, 문학은 우리 삶에 있어서 어떤 것일까? 밥을 굶지 않고, 고기를 먹고 싶을 때 먹는 것이 삶에 있어 중요한 문제였던 한국의 장년 세대는 이 문제에 대해서 이렇게 답한 것 같다. 한마디로, “배부른 소리.” 등 따시고 배불러야 ‘딴따라(음악가)’, ‘환쟁이(화가)’, ‘글쟁이(작가)’를 할 수 있다는 대답이다. 하지만 과연 그랬을까? 많은 예술가들의 자서전이나 전기를 읽다 보면 꼭 그들의 삶을 이야기할 때 등장하는 말은 ‘가난’이다. 가난했기 때문에 볼 수 있는 게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주 가난과 배고픔을 견딜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에게만 예술의 길은 열려있다.
지금의 ‘예술’을 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
까. 저변은 크게 넓어졌지만, 여전히 미술관에 가거나, 음악회에 가는 게 그렇게 자주 있는 일은 아닌 듯하다. 게다가 악기를 다루거나 미술을 전공을 하는 게 그리 만만해 보이지도 않는다. 음악을 전공하거나 미술을 전공하는 사람을 볼 때 이상한 허영심과 부유함을 발견하려는 태도가 굳이 무리한 것은 아닐 것이다. 질문을 조금 바꿔보자. 삶이 매일매일 절박한 사람에게 예술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가. 동네를 조금만 벗어나도 총에 맞을 수도 있고, 누군가가 때릴 수도 있는 치안이 불안한 상황. 끼니를 거르기 일쑤고, 엄마 아빠가 언제 일을 그만둘지 모르는 아이에게 예술은 과연 어떤 것일까.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는 우리에게 여러 가지를 질문한다. 세상이 무섭기만 하고, 하고 싶은 일을 상상할 수 없었던 아이들에게 음악은 ‘도둑같이’ 스며들었다. 아이들은 태어나서 처음 ‘하고 싶은 일’을 깨닫기 시작했고, 늘 산만하고 불안했던 아이들이 ‘집중’을 하기 시작했다. 악기를 만질 수도 없었던 아이들에게 엘 시스테마 학교는 악기를 손에 쥐어주었다. 많은 사람들은 자주 엘 시스테마 운동보다 더 필요한 것은 ‘빵’이라 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엘 시스테마 운동은 아이들의 삶에 대한 존귀함을 발견하게 했다. 그리고 스스로 일어설 수 있게 만들어줬다. 동네 가까운 곳의 엘 시스테마 지역 학교를 아이들은 ‘쉼터’로 생각했고, ‘놀이터’로 생각했다. 위계적인 학교와는 또 다른 자유로운 공기가 아이들을 자유롭게 만들었고, 그 곳곳에 스며있는 영성은 아이들로 하여금 진심을 전할 수 있게 막혀있던 마음의 장벽들을 허물어주었다. 35년이 지난 지금 우리가 보는 것은 로스앤젤레스의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의 환상적인 지휘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삶의 ‘존귀함’을 깨닫고 다시 꿈을 꾸기 시작한 아이들이 아닐까. 예술이 어쩌면 무너졌던 사람들에게 기적이 될수 있음을 ‘엘 시스테마의 기적’은 우리에게 전한다. 글 양승훈


야성의 사랑학
목수정|웅진지식하우스
<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의 저자 목수정의 두 번째 책이다. 이 책은 사랑을 강권하거나, 사랑하지 말라고 하는 책은 아니다. 외려 왜 우리가 점점 더 사랑하기 힘들게 되었는지에 대해 탐구했다고 말할 수 있다. 너무나 바쁘게 사람들을 옥죄는 경쟁 사회와‘ 스펙’으로 자신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들이 문제로 지적된다. 저자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다시금 누군가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 말 걸 수 있음이라고 역설한다. 그리고 그 다가갈 수 있음을 ‘야성’이라고 말한다. 편견을 뛰어넘어서 누군가와 대화하기. 그것들은 어떻게 가능할까. 목수정과 대화해 볼 때다.


나는 오늘도 책을 읽었다
최성각|동녘
소설가이자 환경운동가인 최성각의 서평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이 책은 ‘서평집’이지만 글들은 모두 한 편의 ‘문학작품’같이 유려하고, 그 안에 들어있는 생각들의 얽힘을 따라 가다 보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생태적 감수성’이라는 것들을 쉬이 포착할 수 있다. 책도 인스턴트처럼 빠르게 ‘전략적’으로 읽어야 하는 상황에서 느리게 읽고, 차분하게 생각하는 결이 느껴지는 최성각의 책을 통해 좀 다른 방식의 ‘생각하기’를 배울 수 있지 않을까. 부록으로 첨부된 ‘환경 책 목록’과 ‘환경고전 17선’이 굉장히 유용하다.
Posted by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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