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IFE/편집장의 편지

편집장의 편지

첫눈, 적어도 나에게는 첫눈입니다. 살짝 흩날리는 정도의 크기가 아니었어요. 물이 언 결정체가 내리는 것인데도 하늘에서 무언가 내리면 이렇게 마음이 뜁니다.

놀라셨나요? <오늘>의 속지를 바꾸었습니다. 미색의 재생용지를 사용했죠. 나는 내 부족함을 늘 알고 있기에 좋은
것, 바람직한 것을 보며 깨달음을 얻는 것이 좋습니다. 그것이 이상적이든, 현실적이든 말입니다. 환경에 대한 작은 깨달음이 현물로 주어져서 당신과 내가 즐겁다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물론 좋지 않은 것, 바람직하지 않은 것은 그것이 아무리 좋은 것이라고 말해도 들을 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쯤은 당신도 아실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활에서 놓인 살처럼 시간은 자신의 속도 그대로 언제나처럼 지나갑니다. 늘 같은 속도라지만 왜 이렇게
가속력은 점점 더해만 가는 것 같은지요. 2010년, 난마와 같았습니다. 이 풍진 세상이었죠. 편편치 않았어요. 우주라는 공간에서 감사의 자리를 찾아 헤맬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정처 없이요. 범사에 감사하고, 항상 즐거워야 하는 데도 말이죠. 2010년은 그렇게 흘려 보내고 싶습니다.

2011년은 <오늘> 정체성을 고민하는 청승을 떨어보려 합니다.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해야 거기서 자신감이 생기고
의미를 지닐 수 있기 때문이지요. 고백하건데 이건 당신을 위한다기보다 순전히 나를 위한 것일 수 있습니다. 내가 바로 서야 하는. 때문에 무엇보다 당신의 애정이 필요합니다. 사회망(소셜네트워크)과 블로그를 좀 더 개방적으로 운영하려 합니다.

특집은 공간 나눔과 공간 개방입니다. 처음 특집 주제를 접했을 땐 황망했습니다. 공간을 나누기를 싫어하는 내가 공
간을 나누는 것에대해 이야기해야 한다니요. 2011년은 내가 속한 연구원을 가끔 당신께 개방할 예정입니다. 차를 마시고 싶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고,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혹시 제가 사는 집까지 개방을 요구하지는 마세요. 혼자 사는 남자의 집에 들어간다는 것은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니까요.

새로운 코너가 2개 생겼습니다. 약간의 필자 이동도 있었죠. 추천도서를 쓴 조익상 씨, 한단설(한페이지단편소설)의 운영자인 서진 씨가 써주시는 단편 소설. 그저 무한 상상력으로 당신의 머릿속을 날아다닐 겁니다. 클래식의 숲을 거닐다를 읽으시면 아마도 당신은 클라라를 사랑할지도 모릅니다. 아! 그리고 아직은 아마추어이지만 객원 사진기자 송건용 씨도 함께 할 것입니다. 나의 어줍잖은 사진에 불평을 하시는 당신의 사랑 섞인 투정을 살짝 받아주는 겁니다. 새로운 객원기자 신윤주 씨는 추천도서에서 소개한 책 한 권의 번역가이기도 합니다. 계속되는 객원기자의 변동 을 기쁘게 생각해 주십시오.
2011년, 늘 <오늘>로 즐거우시기를. 그대여…

김준영

'LIFE > 편집장의 편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편집장의 편지  (0) 2011.05.05
편집장의 편지  (0) 2011.03.10
편집장의 편지  (0) 2010.11.15
편집장의 편지  (0) 2010.09.13
잘 놀고 계십니까  (0) 2010.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