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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2011 01-02 문 열자, 깃들다

문 열자, 깃들다 2│빈집에서 피워낸 문화 꽃 - 화성시 문화창작스튜디오‘ 뜨락’

빈집은 그저 찬 기운을 뿜어내는 쓸쓸한 공간이었다. 그곳에 꿈을 가진 이들이 찾아들자 빛이 깃들고 온기가 머물기 시작했다. 공간이 화려한 것도, 모이는 이들이 화려한 것도 아니지만 서로의 존재만으로 충분했다. 공간은 사람에게 온기를 주고, 사람은 공간에게 활력을 주니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꽃을 피워내자 사방으로 퍼지는 향기가 사람들을 감동케 했다. 그렇게 그늘진 뜨락에 화사한 꽃을 피워낸 화성시로 찾아갔다. 글ㆍ사진 신화민

생활 속의 예술, 꽃피다
서울에서 떨어진 거리만큼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심리적 거리도 함께 멀어진다는 생각은 편견이다. 문화를 즐기기 위한 편의시설은 부족할지 모르지만, 예술에 대한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는 법. 화성시에는 보고 즐기는 예술에 머물지 않고, 직접 행동하는 아마추어 문화예술 동아리가 활성화를 이루고 있다. 화성시문화재단에서 파악한 동아리 수만 약120여 개. 화성시문화재단은 시의 문화예술 활성화의 시작을 이들에게서 찾았다. 지난해 4월부터 동아리 지원 사업을 시작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현재는 화성시 내의 37개 문화예술동아리가 이 사업에 등록해 지원을 받고 있다. 화성시문화재단이 이들 동아리에게 제공하는 지원 사항은 세 가지다. 명사 초청 교육 지원, 공연 무대 지원, 봉사 연계 지원 등이다. 이 사업을 시작하면서 화성시문화재단은 동아리들의 직접적인 필요에 눈을 뜨게 됐다. “저희가 애초에 계획했던 것은 활동비 지원이었어요. 그런데 그분들이 느끼시는 필요는 돈이 아니라 공간이더라고요. 함께 모여서 연습할 공간이 필요한데,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악기를 하는 팀은 더더욱이요. 그래서 화성시 내에 유휴 공간을 찾았죠.” 화성시문화재단 문화정책팀 허정 씨와 팀원들의 유휴 공간 찾기 미션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비움이 채움으로, 멈춤이 활기로
“처음에 유휴 공간 찾으려고 23개 읍·면·동에 공문을 보냈어요. 그때 파악된 공간이 3개였는데, 마땅치 않았죠. 팀원들이 다른 업무 차 외부에 나갔을 때, 빈 공간처럼 보이면 혹시나 싶어들어가 보고, 발품을 많이 팔았어요.” 그런 차에 평소 이용하던 음식점이 휴업하여 비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기탄저수지 옆에 위치해 풍광도 좋고, 주변의 방해를 받을 염려도 없어 악기 연습하기에는 딱 좋은 공간이었다. 안채 1개 동과 별채 5개 동으로 되어 있어 동아리별 개별 활동을 하기에도 좋았다.“ 주인분이 서예에 조예가 깊으시고, 문화에 관심이 많으세요. 그래서 공간 개방을 흔쾌히 허락하셨어요.” 한 사람의 용기 있는 개방으로 여러 동아리들이 안착해 마음껏 연습할 공간을 얻게 되었다. 되도록 폐공간의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고 보존해 지역만의 특색 있는 문화예술 공간으로 조성하려는 의도에서 따로 리모델링도 하지 않았고, 공간의 이름도 기존의 식당 이름 그대로‘ 뜨락’이라 부른다. “밀집 거주 지역인 화성시 동부 쪽에 유휴 공간을 계속해서 알아보고 있어요. 내년에는 2, 3개 정도 유휴 공간 지원을 늘리려고 해요. 더 많은 동아리들이 마음 편히 창작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죠.” 시간이 멈춘 공간들이생기를 되찾는 시간, 잠들어 있던 그네들 안의 꿈이 활력을 되찾는 공간. 그 시간과 공간이 만나 ‘뜨락’을 만들어낸 것처럼, 더 많은 유휴 공간들에 아름답고 향기로운 문화 꽃이 피어나기를.

화성시문화재단
www.hcf.or.kr | 031-267-8842

 인터뷰   ‘뜨락’을 이용하는 동아리 ‘비브라토’에게 물었습니다!

■ 동아리의 결성 동기와 멤버들을 소개해주세요.
저희 비브라토 동아리는 색소폰을 배우고 연주하고 싶어 하는 화성시 관내 직장인들이 모여 결성한 순수 아마추어 음악 동아리입니다. 동아리 구성원은 시설관리공단 직원 4명과 학교 선생님 1명, 개인사업자 2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된 순수 아마추어 색소폰 동아리입니다.

■ ‘뜨락’을 이용하면서 동아리에 생긴 변화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전에는 주로 야외 한적한 곳이나 회원들의 집에서 연습을 했습니다. 연주 동아리다 보니 소음 문제로 장소와 주변 여건의 제약을 많이 받아서 자주 모이지는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우리의 연습실이 생기면서 주변 환경을 신경 쓰지 않고 연습에만 몰두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그동안은 고정된 연습장이 없어 비정기적으로 여기저기 떠돌며 연습했지만, 이제 매주 날짜를 지정해서 모일 수 있게 됐습니다. 규칙적으로 모임을 가지니 연습의 효과도 크고, 회원 간 친목 도모 등 여러 면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 동아리 후원 및 공간 개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화성시문화재단에서 관내 동아리에 대한 관심과 후원 사업은 화성 시민의 문화적 잠재력을 키울 수 있는 좋은 사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지원이 있었으면 합니다. ‘뜨락’과 같은 유휴 공간을 좀 더 다양하게 발굴해 앞으로 동부 쪽에도 그와 같은 공간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