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TEDxSeoul미국에서 시작된 개방형 강연 컨퍼런스에서 소설가 김영하 씨는 “예술가가 되자, 지금 당장!”이라는 위트 있는 강연을 보여주었다. 아이의 첫 거짓말은 스토리텔링의 시작이라며 우리는 모두 예술가로 살아갈 수 있다는 증거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하긴 요즘은 가수, 영화감독, 소설가 등이 되기 위해 기존 시스템의 검증 절차를 거치는 거룩한 ‘입봉’의 절차가 무색해진 듯하다.
가수가 되고 싶다면 밴드
를 만들어 홍대 클럽 무대에 노크를 하면 된다. 물론 그곳에도 오디션이라는 가슴 떨리는 절차가 있긴 하지만 자신의 색깔만 있다면 예전에는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았을 것 같은 특이한 음악도 충분히 의미를 지니고 살아남을 수 있다.
‘내 하고 싶은 노래를 마음대로 한다.’ 이것이 바로 인디 음악의 본질이자 매력이다.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장기하가 그의 특이한 노래들을 가지고 대형기획사를 찾아 갔다면 거들떠나 봤을까. 인디 음악인 중에는 소위 투잡을 하는 사람이 많다. 돈 때문에 음악을 타협하지 않으려고 별도의 생계수단을 갖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진지하지 못한 아마추어라고 오해하면 곤란하다. 오히려 자신만의 음악에 쏟는 순수한 열정은 더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흔히 말하는 ‘진정성’이 담긴 노래는 사람의 마음을 더 후벼 파는 법이다.
그런 진심을 말하는 정바비, 계피의 혼성듀오인 ‘가을방학’의 노래는 소소하면서도 귀에 착착 감긴다. 이런 게 바로 인디적 감성일 것이다. 정바비는 한국 인디 음악의 선구자격인 ‘언니네이발관’의 1집 기타리스트였고, 계피는 4만 장의 판매고를 올린 ‘브로컬리너마저’의 1집 보컬이었다. 계피의 무심한 듯 매력적인 목소리와 정바비의 감성적인 곡이 자유롭게 만나 ‘가을방학’이란 팀이 탄생했다. 자유로운 이합집산은 인디의 매력이다. 소녀시대의 태연, 원더걸스의 소희, 티아라의 지연이 모여 새로운 팀을 만든다면 어떨까. 재미있는 상상이지만 자본을 중심으로 한 미디어시장에서는 계약서라는 강력한 족쇄가 있기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인디 뮤지션들에게는 어려울 게 없다. ‘우리 같이 노래한번 해볼까?’ 그리고 함께 노래하면 된다.
계피가 ‘브로컬리너마저’의 보컬로, 정바비가 ‘줄리아하트’의 기타리스트로
활동하던 2년 전, 둘은 가을 음악축제인 그린민트페스티벌이 끝난 후 주차장에서 우연히 마주친다. “공연 잘 봤어요. 언제 한 번 같이 음악 해도 좋을 것 같아요”(바비). “정말요? 나중에 백 보컬로라도 써주세요”(계피). 그리고는 그렇게 둘은 노래를 함께 만들었고, 소년소녀의 감성을 지닌 노랫말과 어쿠스틱한 느낌의 편안한 연주가 어우러진 참 괜찮은 음반이 나왔다.
자발성, 자율성, 독립성은 인간에게 엄청난 에너지를 준다. ‘먹고사니즘’을 넘어서 진정한 나만의 가치를 찾아가는 인디의 정신! 사실 초대교회에 충만했던 정신이 바로 인디의 정신이 아니었을까. 다들 아는 대로 바울사도는 선교하면서 사례비를 받지 않았고, 주류사회의 질서와는 다른 독립적인 가치를 추구하였다. 인디는 바로 그런 순수함이다. 물론 ‘먹고 사니즘’의 숭고한 의미를 절대 무시해서는 안 되겠지만, 무한 욕망을 기초로 한 현대인의 생산과 소비에 대한 숭배는 지나치다. 뭐, 그렇게까지 거창하게 이야기하지 않아도, 이렇게 조금 느슨하게 풀어져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발견하는 것 자체가 참 좋은 일 아닌가.  글 이재윤
Posted by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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