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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Face를 잃다 or 찾다


여름과 겨울, 소위 캠프 시즌을 가장 바쁘게 보내는 사람 중 한 명으로서 늘 얼마간의 기대감과 불안감으로 시즌을 기다리게 된다. 기대감이라 함은 얼마나 많은 캠프들에 강사 또는 가수로 섭외를 받을 것인가 하는 것이고, 당연히 불안감이란 혹 불러주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염려다. 다행하게도 목사이면서 가수이기에 말씀과 찬양을 함께 전할 수 있다는 특수성, 또한 CCM 가수와 Worship Leader의 일을 함께 하고 있다는 희소성(혹은 한 사람을 불러 두 가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경제성?)때문에 불러주는 데가 많아서 감사할 따름이다.


새로운 경쟁자가 없다

그런데 그렇게 바쁜 여름과 겨울을 보낸 지난 몇 년간 그 많은 캠프들에 섭외된 다른 음악 사역자들이 누군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 사람이 그 사람이더라. 좋게 보면 잘 하는 사람들이 매번 캠프들에 섭외가 되는 것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한편으로는 좋은 신인들이 등장하지 않아 물갈이가 전혀 되지 않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앞선다.

현재의 먹고 사는 문제만 생각한다면 치고 올라오는 경쟁자가 많지 않다는 점이 적어도 나에겐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IMF가 터졌을 때도 기득권들은 건배할 때 “이대로만~”을 외쳤다던데, 혹 우리 선배 사역자들도 속으로는 신인 사역자가 자랄 수 없는 현재의 상황을 내심 다행스러워 하고 있는 건 아닌가. 그러나 우리 모두는 기억해야 한다. 신인이 자랄 수 없는 환경을 방치한다면 얼마가지 않아 모두가 살 수 없는 지경으로 황폐하리란 것을. 


신인이 자랄 수 없는 환경

이런 구체적인 정황을 간략히 정리해 보자면, ①불법 다운로드 문제 및 음반시장의 장기적 불황으로 인한 음악 사역, 산업계 전반의 위축 ②기획사가 사멸하며 오히려 개인의 데뷔가 손쉬워져, 검증되지 않은 신인의 속출과 질적으로 저하된 음반 등 음악 사역자 전반에 대한 신뢰감의 상실 ③개 교회 내 찬양 팀의 성장과 회중찬양 중심으로 재편된 예배형식의 변화로 CCM 가수에 대한 수요 격감 등 일텐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한국의 음악사역의 내일을 바라보는 참담함은 수치에서 더욱 자명해진다.

현재 그나마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역자 중에 20대가 거의 없다. 가장 많은 건 30대고, 거의 40대에 육박 혹은 그 이상을 넘어간다. 여성 사역자마저도 20대는 거의 없고, 30대가 대부분이다. 일반 대중가요를 생각한다면 상황은 딴 판이다. 그 쪽은 10대 초반에 발탁되어 10대 중후반, 늦으면 20대 초반에 데뷔하고 활동을 시작한다. 30대는 말할 것도 없이(트로트 쪽이 아닌 다음에야) 일반적으로는 20대 중반쯤이면 이미 데뷔는 어렵다.


건강한 세대교체가 필요한 때

클론의 강원래 씨가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상해보험금 지급 판결에서 댄스가수의 정년을 대략 35세 정도로 규정한 판례를 생각한다면, 대중가요계는 데뷔로부터 은퇴까지의 시기가 길진 않되 끊임없이 세대교체가 이뤄진다. 음악 사역계는 반대의 문제를 겪고 있는데, 데뷔 시기가 평균 20대 중후반 정도로 다소 늦는 점은 오히려 충분한 준비 과정을 통해 경험과 연륜을 쌓는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나, 다음 세대인 청소년들에게 어필하고 다가가기엔 연배 차이가 너무 크다. 개인적으로 이번 여름, 나이를 극복하고 10대들과의 소통을 위해 과감히 ‘스테이지 다이빙’을 몇 번 시도했었고, 전라도 어디에선가 아이들이 실수로 떨어뜨리는 바람에 허리를 다쳐 한참을 고생하기도 했지만, 나이를 잊은 나 자신이나 캠퍼들 모두에게 즐거운 경험이었다.

내가 만약에 댄스 가수였다면 이제 정년을 다했다. 물론 매일매일 신인의 마음으로 새롭게 시작해야겠지만, 나보다 훨씬 더 다음 세대와 소통하기가 쉬운 좋은 후배들이 자라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 또한 내게 맡겨진 귀한 사명임을 잊지 않겠다. 음악 사역계의 고령화와 신인의 부재는 나의 숙제이고, 더불어 한국 교회의 숙제다. 건강한 공동체는 언제나 건강한 세대교체를 통해 이뤄져왔고, 이것야말로 우리의 미래에 대한 보장사산이요 파산하지 않는 가장 든든한 보험이다.


민호기ㅣ소망의 바다 사역과 함께 찬미선교단 리더로, 대신대학교 교회음악과 교수로, 오늘도 세상과 소통하는 음악을 위해 밤새워 고민한다.